크레이그 킴브럴, 컵스의 불안한 문지기

메이저리그 시청권을 구매해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광고 타임에 광고 대신 야구 하이라이트 릴을 틀어준다.
이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가 2019년 9월 22일 시카고 컵스 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경기다.
당시 두 팀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진출을 놓고 시즌 후반 뜨거운 경쟁구도를 그렸다. 마침 이 때 두 팀은 맞대결 시리즈를 펼쳤고, 22일 컵스는 8 대7로 앞선 가운데 9회초를 맞으며 승기를 잡는 듯 했다. 확실한 마무리를 위한 매든 감독의 선택은 크레이그 킴브럴. 이름만으로도 야구팬들에게 낯익은 마무리 투수다. 마운드에서 독수리 날개짓을 하는 준비동작으로 유명한 그다.
당시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잠시 경기장이나 TV앞을 떠났던 팬들은 ‘이게 뭔일이야’ 했을텐데, 그도 그럴게 공 2개를 던지고 역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공 2개로 피홈런 2개). MLB.TV도 이 진귀한 장면의 흥분을 잊지 못했는지 지금까지 재탕 삼탕한다.
이 장면이 상징하는 바는 간단하다. 킴브렐의 몰락. 그는 더 이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나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의 위대한 마무리 투수가 아니다.
킴브럴은 2019시즌 23경기에 등판해 0승 4패 13세이브 방어율 6.53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그렇게 잊혀질 거라 생각한 킴브럴이 올 시즌 초반에도 화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년보다 더 처참하기 때문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리글리 필드에서 펼쳐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 9회초 팀이 5 대 2로 앞선 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시즌 세 번째 등판이었고, 두 번째 세이브 상황. 로열스의 살바도르 페레즈와 아달베르토 몬데시에게 각각 단타와 2루타를 허용하면서 1사 2,3루 위기에 몰리자 팀은 곧바로 킴브럴을 강판시켰다. 팀의 마무리 투수가 3점이나 앞선 상황에서 2안타를 맞았지만 실점하지도 않았는데 바뀔정도로 신뢰를 잃었단 의미 아니겠나. 이어 등판한 카일 라이언이 후속타자에게 1피안타를 내어주며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아 킴브럴은 0.1이닝 2피안타 2실점을 하고 말았다. 카메라는 벤치에 앉았다 서있는 킴브럴을 계속 비쳤는데, 하얗게 질려버린 무표정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이런게 ‘세월무상’인가 싶었다.
그나저나 컵스의 뒷문은 이제 누구에게 맡기나. 시즌 개막 전 각 매체가 발표한 파워랭킹 상위권에 컵스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막상 시즌을 열고보니 어마어마한 승률을 기록하며(9승 2패 승률 .818) 중부지구의 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이 그리 길게 유지되진 않을 거 같다. 든든한 뒷문지기를 세우지 않는다면 말이다.
*크레이그 킴브럴 주요 시즌 성적(전설이 몰락한 2년)
2011 시즌 방어율 2.10, 79경기 등판, 46세이브, 77 이닝, WHIP 1.04
2012 시즌 방어율 1.01, 63경기 등판, 42세이브, 62.2이닝, WHIP 0.65
2013 시즌 방어율 1.21, 68경기 등판, 50세이브, 67이닝, WHIP 0.88
2014 시즌 방어율 1.61, 63경기 등판, 47세이브, 61.2이닝, WHIP 0.91
2018 시즌 방어율 2.74, 63경기 등판, 42세이브, 62.1이닝, WHIP 0.99
2019 시즌 방어율 6.53, 23경기 등판, 13세이브, 20.2이닝, WHIP 1.60
2020 시즌 방어율 32.40 3경기 등판, 0세이브, 1.2이닝, WHIP 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