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머니볼, 마커스 세미엔(Marcus Semien)

2019년 10월 3일 탬파베이 레이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아메리칸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치러진 오클랜드 홈구장에 오클랜드의 승리를 기대하는 5만 4005명의 홈팬들이 모였다. 이는 메이저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사상 가장 많은 관중 수였다. 이번 시즌 오클랜드의 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 누구라도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를 갖추고 있었기에 홈팬들의 기대는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마커스 세미엔(Marcus Semien)이 있었다. (세미엔은 올해 모든 타격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아쉽게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오클랜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배의 쓴 잔 마시며 시즌을 마감했지만 ‘마커스 세미엔’ 깜짝 스타 등장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팬들에게 선물했다.
2019시즌 세미엔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잰더 보거츠(Xander Bogaerts)와 함께 메이저리그 유격수 포지션 홈런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동 포지션에서 타점은 2위, 타율은 3위를 기록한 세미엔이 받은 2019년 연봉은 단돈 590만 달러다. 참고로 2019시즌을 앞두고 샌디에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내야수(3루수) ‘매니 마차도’가 체결한 계약은 10년에 3억 달러이다. 두 선수의 2019년 타격 성적은 다음과 같다.
*마커스 세미엔: 타율 .285 33홈런 92타점 10도루 OPS .892
*매니 마차도: 타율 .256 32홈런 85타점 5도루 OPS .796
성적 대비 매우 저렴한 연봉을 받은 세미엔은 2020년 마지막 연봉 조정의 해를 보내고 2021년 FA자격을 얻는다. MLB네트워크의 존 헤이먼 기자는 지난 26일 “세미엔이 ‘연장계약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라고 보도했다. 올해 타격의 눈을 뜬 세미엔은 2020시즌이 끝나면 대형 FA 계약을 따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연 오클랜드는 세미엔을 잡을수 있을까.
1.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메이저리그 데뷔
1990년 9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베이 에이리어(오클랜드 인근)에서 태어난 세미엔은 세인트 메리 고등학교, 캘리포니아 대학을 졸업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데이비드 에스쿼 감독은 세미엔에 대해 “운동능력의 결정체였다”라고 묘사한 바 있다. 같은 대학 코치였던 브래드 산필리포 역시 “세미엔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했다”라고 말한다. 이 같은 세미엔의 운동능력과 잠재력은 프로무대에서도 이미 눈 여겨 보고 있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세미엔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2008년 그를 34라운드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했다. 하지만 세미엔은 메이저리그가 아닌 캘리포니아 대학 진학을 선택했고, 2011년 드래프트 6라운드를 통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입단했다(화이트삭스는 그를 두번이나 선택했다). 하지만 2011년 드래프트는 화려한 신인들이 많았던 해이기에 그의 드래프트에 관심을 가진 팬들이나 야구 관계자는 별로 없었다.
*2011년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 주요선수
게릿 콜(1라운드 1순위), 트레버 바우어(1라운드 3순위), 앤서리 렌던(1라운드 6순위), 아치 브래들리(1라운드 7순위), 프란시스코 린도어(1라운드 8순위), 조지 스프링어(1라운드 11순위), 소니 그레이(1라운드 18순위)
2. ‘돌 글러브’ 유격수의 반격
세미엔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2014년 겨울 오클랜드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2015시즌 세미엔은 오클랜드의 유격수로 155경기에 출전해 35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치욕적인 수치였다. 그 해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돌 글러브’였다.
멘탈이 약한 선수들은 데뷔 초반 이런 트레이드와 여론의 평가로 인해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하고 리그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는 자신의 잠재력이 아직 목적지에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더 뻗어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던 거죠.” 에스쿼 감독의 말처럼 세미엔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긍정적인 멘탈관리’다. 2015년 5월 말 오클랜드에 부임한 론 워싱턴 코치는 세미엔의 잠재력을 끄집어낸 1등 조련사 역할을 하게 된다. 워싱턴 코치가 세미엔의 미트질과 송구 등의 미세한 동작을 교정하며 집중적인 수비 훈련을 시킨 결과 2019년 현재 세미엔의 유격수 수비는 ‘올스타 급’으로 성장했다.
* 2019시즌 마커스 세미엔 수비 성적: 161경기 출전 12개 실책
3. 대형 FA계약을 체결하게 될 그의 미래
세미엔을 두 번이나 지명한 화이트삭스의 스카우터 애덤 버치스의 눈은 정확했다. “애덤! 나를 선택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나의 어떤 잠재력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고맙습니다.” 2019시즌이 끝나고 아메리칸 리그 MVP 3위를 기록한 세미엔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이 말에 버치스는 자신이 잠재력만을 믿고 선택한 후순위 드래프트 출신 선수 중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은 선수는 세미엔이 유일하다고 답했다.
2020년 시즌이 끝나면 세미엔은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다. 매년 MLB선수들의 연봉을 예측해 발표하는 ‘MLB 트레이드 루머스’는 연봉조정 마지막 해를 맞이하는 세미엔의 2020년 연봉을 1350만 달러 수준으로 예측했다. 세미엔이 2019시즌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2021년 만 31살을 맞이하는 리그 최고 수준의 유격수가 받게 될 연봉은 최소 2300만 달러 이상은 기록할 것으로 생각한다.
세미엔이 ‘오클랜드에 남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지만, 오클랜드는 2021년 세미엔을 붙잡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최소 3년 이상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이는 세미엔을 붙잡기 위해서는 약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이다. 오클랜드가 올해 팀에 소속된 선수 전원에게 지급한 연봉이 9200만 달러이다.
공・수・주를 두루 갖추고 잔부상 경력이 없는 건강한 몸(2017년 159경기, 2018년 161경기 출전)을 가지고 있는 세미엔은 당장 우승권 전력을 노리는 팀에서 탐내기에 딱 좋은 가성비 ‘갑’ 플레이어다.
어쩌면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은 2020년 시즌 도중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뉴욕 메츠, 밀워키 브루어스 단장에게 전화를 할지도 모른다(세 팀다 너무 우승하고 싶어 안달이 난 팀들 아닌가).
“우리팀의 세미엔과 너희팀의 유격수를 바꾸자. 물론 그 선수에 픽 몇 장과 현금 그리고 몇 년간 우리 팀 클럽하우스 음료수 값과 함께 말이야”
브레이브스에는 ‘댄스비 스완슨’, 메츠에는 ‘아메드 로사리오’ 그리고 브루어스에는 ‘올란도 아르시아’라는 유격수가 있다. 그들 자리에 ‘마커스 세미엔’이 들어간다면 어느 단장이 거절할 수 있겠는가. 과연 그는 2021년 오클랜드 유니폼을 다시 꺼낼 것인가 아니면 새 유니폼을 입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