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켈러(Brad Keller), 캔자스시티 재건의 중심에 서다

2018, 2019 두 시즌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Jacob deGrom)은 올해도 가장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다. 20일(한국시간)까지 5경기에 등판해 2승 0패 방어율 1.93(28이닝) WHIP 0.89의 성적을 내고 있다.
내셔널리그에 디그롬이 있다면 아메리칸 리그에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셰인 비버(Shane Bieber)가 있다. 디그롬과 마찬가지로 5경기에 등판한 비버는 4승 0패 방어율 1.30(34.2이닝) WHIP 0.72를 기록 중이다. 기록만 따져보면 디그롬보다도 한 발 앞선 성적이다. 리그의 대표적인 물방망이 타선과 함께하는 투수의 기록이라 더 의미 있다.
이런 비버를 위협하는 선수가 나타났다.
▣ 브래드 켈러, 셰인 비버에게 던진 도전장
브래드 켈러(Brad Keller).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켈러는 올해 캔자스시티 로열스(아메리칸 리그)의 1선발 역할을 수행중이다. 2018년에 데뷔 시즌을 치른 켈러는 올해 자신의 가능성을 폭발시키고 있다. 로열스는 시즌 초반 상대팀들의 코로나 이슈로 인해 다른 팀에 비해 경기를 덜 치렀다. 그로 인해 켈러의 등판도 3경기에 그쳐, 비버나 디그롬과 비교하기에 2경기가 모자라다. 그러나 승률은 100%. 3승을 거뒀다. 방어율은 제로다. 17.2이닝 동안 자책점이 단 1점도 없다. WHIP도 0.91에 이른다. 켈러는 시즌의 25%를 소화한 현재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활약을 보이며 사이영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 신시내티 전, 눈부신 호투
켈러는 20일 신시내티 레즈와 치른 더블헤더 1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그는 6과 3분의 2이닝 동안 실점 없이 압도적인 피칭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켈러는 이 날 경기에서 5이닝을 마칠 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6회 레즈의 터커 반 하트가 라인 드라이브 안타를 쳤다). 경기 직후 “난 안타를 맞지 않았단 사실을 몰랐는데, 기자께서 알려줘 지금 알게 됐다”라고 말할 만큼 경기에 몰입한 켈러는 7회 마운드를 마무리 투수 트레버 로젠탈에게 편안하게 넘겨줬다.
▣ 무실점의 비결, 압도적인 슬라이더
켈러의 최고 구종가치는 단연 슬라이더다. 이 날 경기서 던진 95개의 투구 중 슬라이더 32개를 던져 전체 피치에 30%를 차지할 정도다. 켈러는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오늘 경기에서 슬라이더가 잘 먹혔다”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3볼 2스트라이크 풀 카운트에서 켈러가 내민 카운트펀치는 대부분 슬라이더였다. 볼넷과 삼진 비율이 0.7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그의 슬라이더가 유도하는 상대 타자의 헛스윙 비율이 리그 수준급이란걸 알 수 있다.
▣ 로열스를 상징하는 에이스로 성장하라
켈러가 이 날 경기에서 상대한 투수는 레즈의 에이스 루이스 카스티요였다. 팀은 하위권에 머물러도 1선발이란 역할로 인해 매 경기 상대팀의 에이스와 대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날처럼 상대 에이스를 상대로 꾸준히 승리를 이어간다면 켈러의 이름은 이제 곧 국내 메인포털에도 올라올 것이다. 2015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리그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로열스의 재건에 가장 필요한 건 ‘에이스’투수다. 미래의 에이스로 점찍어둔 요다노 벤추라가 고향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공석이 되어버린 이 자리를 채울 주인공이 드디어 나타난 듯 하다.
로열스 하면 떠오르는 선발투수는 잭 그레인키(현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그는 2009시즌 로열스 유니폼을 입고 24이닝 무실점 피칭으로 시즌을 열었다. 그리고 그 해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을 받았다. 올해 25세인 켈러는 이번 시즌 2009시즌 그레인키에 비해 7이닝 가량 적은 17.2이닝을 무실점으로 시작했다. 켈러는 선배 에이스처럼 로열스를 상징하는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을까? 지금 켈러의 모습으로는 기대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