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쿠보 동갑내기 동시 활약-한,일 대표팀 중심에 서다
— 친구에서 라이벌, 그리고 아시아 축구의 미래로
같은 해에 태어난 두 소년, 같은 날 빛나다
2025년 6월 10일 한국과 일본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 최종전 두 경기.
이강인은 이라크를 상대로, 쿠보 타케후사는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리고 결과는, 두 사람 모두에게 '완벽한 밤’ 그 자체였다.
이강인은 골키퍼를 뜷는 강력한 골로, 쿠보는 1골 2도움이라는 눈부신 기록으로
각자의 팀에 큰 승리를 안겼다.
이는 이 둘이 단순한 유망주가 아닌, 국가대표의 중심 선수임을 알리는 일종의 '대관식'이었다.
어릴 적부터 두 나라 축구의 미래라며 기대를 한몸에 받고 또한 늘 비교되던 두 선수.
한국과 일본의 축구팬들은 출발선의 '총성' 소리와 함께 이들이 전성기를 향해 출발하는 순간을 목도하게 되었다.

스페인의 햇살 아래, 처음 마주한 두 천재
1999년생인 이강인과 쿠보 타케후사. 둘 모두는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향했다.
이강인은 스페인 발렌시아 유스팀에, 쿠보는 바르셀로나 유스 아카데미 ‘라 마시아’에 들어갔다.
같은 땅에서 자라며, 같은 무대에서 처음 만난 건 2014년 무렵의 어느 유소년 대회.
둘은 그 때를 서로 잊지 못한다.
쿠보는 훗날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한다.
“강인이는 어릴 때부터 공을 너무 자연스럽게 다뤘어요. 터치 하나하나가 예술 같았죠.”
이강인도 기억하고 있었다.
“쿠보는 작지만 날렵하고 똑똑했어요. 볼 때마다 자극이 됐어요. 나도 더 잘하고 싶었죠.”
이후의 서로의 길은 약간 엇갈렸다.
쿠보는 FIFA 규정으로 일본에 돌아갔고, J리그를 거쳐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프로 데뷔 후 마요르카로 이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21년 마요르카에서 다시 재회한다.
두 사람은 한 시즌만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짧았지만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유망주에서 에이스로
시간이 흘러, 이제는 서로 다른 무대에서 더 큰 책임을 지는 선수가 되었다.
이강인은 프랑스의 거대 클럽 PSG에서, 쿠보는 스페인의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핵심 선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강인은 팀 내 입지가 다소 줄었지만 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트레블 과정에서 초반 큰 기여를 했다.
킬리안 음바페가 팀을 떠난 뒤, 팀은 초반 세트피스를 그에게 맡기고 공격을 설계하기도 했다.
엔리케 감독은 “경기 리듬을 읽는 능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라며 그를 극찬했다.
반면 쿠보는 스페인에서 가장 똑똑한 윙어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이번 시즌에는 리그 전체 드리블 성공률 상위권을 기록하며 “볼을 달고 다니는 마법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가 공을 잡는 순간, 팀의 공격 방향이 달라진다.
두 사람은 단순히 실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다.
팀 내 역할, 책임감, 그리고 팬들이 보내는 신뢰가 이미 ‘에이스’ 그 자체다.

경쟁자이자, 서로의 거울이 되는 존재
재미있는 건, 이강인과 쿠보는 스스로를 “라이벌”보다는 “자극을 주는 친구”라 표현한다는 것이다.
물론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같은 나이, 같은 리그, 같은 포지션, 그리고 국민들의 기대까지…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비교하며 성장해왔다.
대표팀 관계자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강인이는 경기 끝나고 쿠보 얘기를 자주 해요. 오늘 어땠는지, 잘했는지, 또 어떤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는지.”
일본 측 관계자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쿠보는 강인을 많이 의식해요. 하지만 싫은 감정은 전혀 없고, 되려 서로를 존중하는 사이죠.”
실제로 두 선수는 SNS로 서로의 소식을 공유하기도 하고, 오프시즌 때 마주치면 농담도 나누는 사이다.
친구이지만, 누구보다 냉정한 경쟁자. 그래서 둘의 관계는 더 흥미롭다.

그리고, 그들이 열어갈 아시아 축구의 다음 페이지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이제 1년 남짓 남았다.
1년 뒤면 한국 대표팀의 중심에는 이강인이, 일본 대표팀의 심장에는 쿠보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앞으로 마주칠 무대는 많다. 월드컵 본선, 아시안컵, 그리고 유럽 대항전.
지금까지가 ‘성장의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무게를 이겨내야 할 시간이다.
그럼에도 팬들의 기대는 크다.
이강인은 특유의 창의력과 패싱으로, 쿠보는 빠른 판단과 날카로운 드리블로
아시아 축구가 이제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서로 다른 나라, 서로 다른 클럽,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결국 그 끝은 같은 곳을 향해 있다.
바로, 아시아 축구의 미래. 그리고 세계 축구의 중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