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저스(Blazers)의 비참한 시즌 초반
19일(한국시간) 텍사스주 휴스턴 ‘토요타 센터’에서 열린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이하 블레이저스)와 휴스턴 로케츠(이하 로케츠)의 경기가 108-132로 휴스턴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경기 전 팬들은 블레이저스의 데미안 릴라드와 로케츠의 제임스 하든의 매치업에 기대가 컸고, 접전 경기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허탈하게도 분리수거도 안 되는 가비지였다.

이 날 블레이저스에게 비참한 현실을 일깨워준 주역들은 로케츠의 가드 제임스 하든과 센터 클린트 카펠라다. 하든은 36득점(3점슛 5개)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블레이저스에게 2019-2020시즌 가장 큰 점수차의 패배를 선사했다. (‘위대한 하든’ 은 올시즌 저 세상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니 생략하겠다.) 카펠라는 이 날 22득점(시즌 하이)과 20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블레이저스 골밑을 초토화시켰다. 카펠라는 이 날 경기 포함 4경기 연속 20리바운드 이상을 잡아냈는데, 이 기록은 1971년 엘빈 해이예스 이후 로케츠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초다.
블레이저스는 이 날 패배로 인해 시즌 초반 14번의 경기에서 9패를 당했다. 서부 컨퍼런스 15개 팀 중 12위 기록이다. 가장 큰 문제로 꼽을 수 있는 원인은‘수비’다. 블레이저스의 가드 데미안 릴라드는 로케츠와의 경기가 끝난 뒤 “(우리팀의) 수비는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문제는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블레이저스의 수비지표가 리그 30개 팀 가운데 21위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테리 스토츠 블레이저스 감독은 패인으로 ‘공격 리바운드’ 를 꼽았다. 로케츠는 이 날 블레이저스 보다 공격리바운드 5개를 더 잡아냈고 공격 리바운드 뒤에 이어진 세컨드 득점이 23득점이었다.
블레이저스의 ‘지금’과 매우 비슷한 시즌을 기억해보자. 블레이저스가 로케츠를 만나 25점의 대패를 당한 3년전(2016년) 어제. 블레이저스는 당시 7승 6패를 기록 중이었는데 클리퍼스에게 48점차, 불스와는 26점차, 너게츠를 상대로는 17점차의 가비지 패배를 당했다. 그 당시에도 문제는 수비의 붕괴였다. 알 파룩 아미누, 에반 터너 등 당시 블레이저스의 수비를 책임져줄 선수들이 코트를 비운 그 시즌, 블레이저스는 41승 41패로 시즌을 마감했다(유수프 너키치가 트레이드 되어온 직후 14승 6패를 거둔 것을 감안하자).
3년 전 어제 로케츠에게 대패를 당한뒤 데미안 릴라드가 기자회견에서 남긴 한마디는 ‘SUCK(굳이 번역하지는 않겠다)’. 2019-2020시즌의 블레이저스는 그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수비 코트를 담당해줄 잭 콜린스와 파우 가솔 그리고 유수프 너키치는 코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3년 전보다 성숙해진 릴라드는 인터뷰를 통해 그 때와 같은 과격한 단어를 내뱉지는 않았지만 무엇이 원인인지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오늘 13득점 밖에 기록하지 못했으니 성숙한 인터뷰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블레이저스의 또 다른 가드 CJ 맥컬럼은 오늘 경기 직후“(팀 동료) 나시르 리틀이 조금씩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싶다” 고 말했다. 리틀은 이 날 11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릴라드는 팀 동료 맥컬럼의 말에 덧붙여 “화이트사이드의 움직임이 최근에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 가드의 말처럼 리틀과 화이트사이드가 페인트 존에서 좀 더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고 가솔과 콜린스가 복귀한다면 블레이저스의 수비지표와 승수는 조금씩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된 두 선수보다 더 빨리 코트에 복귀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카멜로 앤서니이다. 그는 내일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의 원정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8년 11월 8일 이후 공식적인 첫 경기다. 앤서니는 아마도 작년에 드웨인 웨이드가 마이애미 히트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 넘치고 품격있는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할 것이다. 앤서니는 많은 대중으로 부터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은 슈퍼스타였다. 많은 팬들은 앤서니의 아름다운 커리어 결말을 원하지만, 블레이저스의 프론트가 왜 이 선수를 코트에 복귀시켰는지는 의문이다. 블레이저스에게 필요한 것은 한 자리수 득점을 올리는 대신 두 자리수 실점을 내어주는 공격 자원이 아닌 견고한 수비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