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칼 앤서니 타운스'와 '줄리어스 랜들' 트레이드의 시작과 끝

NBA 비시즌인 9월. 칼 앤서니 타운스는 어느 날 몇 명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문을 두드렸을 때 평화는 곧 깨지고 말았습니다. 불청객은 팀 코넬리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사장이었습니다. 코넬리 손에는 귀하다는 데킬라 한 병이 들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술 한 병으로 위로를 전할 수 없는 심오한 메시지도 함께 가지고 왔습니다.
칼 앤서니 타운스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뉴욕 닉스로 트레이드 됐습니다. 팀버울브스는 이 대가로 줄리어스 랜들과 돈테 디빈첸조를 영입하게 됐습니다. 또,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1라운드 드래프트 픽도 1장 확보했습니다.
# 애정이 가득한 팀을 떠나야 하는 두 선수

2023-2024 시즌 칼 앤서니 타운스가 이끄는 미네소타는 20년만에 처음으로 컨퍼런스 결승전 무대를 밟았습니다. 타운스는 프로농구선수로 데뷔하고 9년간 이 팀에서 뛴 프랜차이즈 스타였습니다. 타운스가 트레이드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새 시즌을 위한 훈련 캠프를 시작하기까지 딱 이틀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코넬리 사장이 전한 메시지가 농담이 아니란걸 알아차리자 타운스 집엔 깊은 침묵이 아주 오래 흘렀다고 합니다.
타운스가 트레이드 되고 얼마 뒤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원해서 이 팀을 떠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울브스에 갖는 애착은 두터웠습니다. 살다보면 때때로 우리는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에 처할 때가 있습니다. 타운스에겐 이 때가 그랬겠죠.
코넬리 사장도 타운스를 트레이드 하기로 결심하기까지 오랜 고민이 필요했을겁니다. 팀은 가파르게 늘어난 팀 연봉을 어떻게는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코넬리 사장은 타운스를 트레이드하면서 연봉은 줄이고 대신 그와 비슷한 성적을 내 줄 수 있는 선수들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이 트레이드는 조용하고 은밀하게 시작됐지만 매우 빠르게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줄리어스 랜들을 가리켜 ‘뉴욕의 왕’이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메디슨스퀘어가든에 모여든 팬들이 그에게 아낌없이 MVP챈트를 외쳐주던 때도 있었죠. 랜들은 닉스와 뉴욕이라는 도시를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코넬리 사장이 타운스 집을 방문해 트레이드 사실을 알리기 며칠 전, 랜들은 뉴욕에서 열린 한 자선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뉴욕의 한 고등학교 기공식이었습니다. 학교 이름은 얼 먼로 뉴 르네상스 농구 고등학교. 학교 이름에 ‘농구’란 단어가 있는걸 보면 아마도 지역 커뮤니티에서 세운 농구 특화학교 인 것 같습니다. 랜들은 이 학교가 개교하기까지 오랜 후원자였습니다. 매 시즌 3점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500달러를 기부했습니다. 기공식에선 깜짝 이벤트도 열렸습니다. 학교 당국은 랜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학교 농구 코트에 랜들의 이름을 붙여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행사에서 랜들을 기리는 특별 세리머니도 열렸습니다. 랜들은 “너무 황홀한 시간”이라며 기뻐했고, 농구 코트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다는 사실에 뭉클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때까지 랜들은 알지 못했지만 그는 이미 미네소타로 떠나기로 합의가 된 상태였습니다.
이처럼 두 선수는 각자의 연고를 둔 도시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순수한 그들 마음과는 또 다르게 NBA는 냉혹한 비즈니스 현장입니다. 닉스와 팀버울브스는 각각 컨퍼런스 결승전 무대를 밟았지만 최종 파이널 무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시즌 개막을 눈 앞에 두고 성사된 블록버스터급의 트레이드가 양쪽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을까요?
# 랜들, 늑대 무리 속으로 들어가다

팀버울브스는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했습니다. 특히 새 유니폼을 입은 랜들의 경기력이 실망스러웠습니다. 랜들은 고베어와 호흡을 맞추는 플레이에 특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팀은 8승 10패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새해가 밝고 한달이 지났지만 울브스는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1월 말, 팀버울브스는 22승 21패를 기록하면서 간신히 5할승률을 넘겼을 뿐입니다.
랜들과 디빈첸조에게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둘은 개막과 동시에 트레이드 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이사할 겨를 조차 없었습니다. 그들은 새 동료, 코치진과도 어우러져야 했습니다. 이들과 다르게 타운스가 닉스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자 미네소타 팬들은 코넬리 사장을 원망했습니다. 12월 19일 열린 타운스의 홈커밍 게임에서 타운스는 32득점 20리바운드를 챙기면서 미네소타 골밑을 폭격했습니다. 울브스는 26점차이로 대패했고 트레이드는 실패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미네소타 주는 남다른 스포츠 열정으로 뭉친 곳입니다. 이 주에는 미국의 4대 스포츠 팀이 모두 연고를 두고 있습니다. 야구는 트윈스, 하키의 와일드, 풋볼은 바이킹스가 오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열기가 무색하게 이 팀들은 챔피언 자리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1991년 메이저리그의 미네소타 트윈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 지금까지 그 어떤 팀도 챔피언 자리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팀버울브스가 지난 시즌 컨퍼런스 파이널에 오르면서 팬들의 기대는 커져갔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중반까지 팬들 사이에선 희망보단 실망감이 커져갔습니다. 울브스는 시즌 초, 중반까지 리그 하위팀에게도 패하는 날이 적지 않았습니다. 팀은 포틀랜드, 워싱턴, 유타에게도 졌습니다. 지미 버틀러가 결장한 마이애미, 야니스와 릴라드가 빠진 밀워키, 주전 4명이 빠진 인디애나에게도 패하자 언론은 팀버울브스 비판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1월말과 2월초, 랜들과 디빈첸조가 각각 부상을 당했습니다. 랜들은 사타구니 부상을 당해 13경기를, 디빈첸조는 발가락 부상으로 19경기를 결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결장한 시간은 팀에 독이 아닌 이로운 약이 됐습니다. 둘은 매일 벤치에 앉아 울브스 경기를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벤치의 분위기를 이해했고, 작전을 경청했습니다. 랜들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내가 울브스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랜들은 3월 2일 피닉스 선즈 전에 복귀했습니다. 이 날 승리를 시작으로 울브스는 이후 21게임에서 17승 4패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썼습니다. 시즌 막판 급변한 팀 분위기 덕분에 울브스는 6번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랜들은 닉스 시절처럼 플레이하지 않았고, 시즌 초반 보여준 방관자 같지도 않았습니다. 득점을 적극적으로 하려기 보다는 플레이메이킹을에 더 큰 무게를 뒀습니다. 에드워즈와 고베어 사이에서 유려한 연결고리를 해야 하는 것이 본인에게 맞는 역할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디빈첸조는 조금씩 외곽에서 생산성을 더해갔습니다. 공간을 만들고 슈팅을 던지는 매커니즘을 다시 찾았습니다. 울브스는 플레이오프 첫 두 라운드에서 레이커스와 워리어스를 상대로 8승 2패를 거두면서 작년에 이어 또 한번 컨퍼런스 결승전에 올랐습니다.

랜들은 컨퍼런스 파이널에 앞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우리 팀과 동료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는 함께 붙어 있고, 서로를 지지하고 역경을 함께 헤쳐나가면서 싸워왔다. 힘든 시간이 우리를 갈라서게 하지 않았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강하다. 또 이보다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랜들은 어느 새 울브스의 보이스(voice) 리더가 되어 있었습니다.
# 타운스, 뉴요커로 살아남다

닉스는 타운스와 함께 챔프의 꿈을 그렸습니다. 공격에선 타운스가 수비에선 미첼 로빈슨이 경쟁팀의 센터진을 압도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훈련 캠프가 열리기 직전 로빈슨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팀은 로빈슨이 늦어도 12월 중에는 로스터에 합류하길 바랐습니다. 기대와 다르게 로빈슨은 2월이 지나서야 복귀했죠. 닉스가 그린 청사진이 실현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닉스의 시즌 초반은 이랬습니다. 타운스는 닉스에 순조롭게 녹아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팬들의 불안감은 여전했습니다. 닉스 팬들은 디빈첸조의 부재를 크게 아쉬워했습니다. 이 도시 팬들은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이들은 디빈첸조와 조쉬 하트, 그리고 제일런 브런슨으로 이어지는 ‘노바닉스(빌라노바 대학 출신의 닉스 플레이어)’를 정말 사랑했습니다. 세 명의 선수가 코트 위에서 보여준 케미스트리는 닉스에게 10년만에 50승을 안겨줬습니다. 팬들은 2024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필라데피아를 무너뜨린것도 이들의 활약 덕분이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닉스는 시즌을 6승 6패로 시작했습니다.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12경기에서 9승을 더했고, 또 다시 9연승을 내달리면서 팬들의 기대가 커졌습니다. 닉스는 훌륭한 경기력을 바탕으로 12월을 보냈고, 이 흐름은 1월이 되어서도 이어졌습니다. 팀은 1월 1일 이후 34게임에서 24승 10패를 기록했습니다. 타운스와 브런슨은 함께 올스타에 뽑혔습니다. 하지만 이후 닉스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경쟁팀들은 빠르고 기민한 선수들이 타운스를 고립시키고, 키 큰 센터 플레이어들이 조쉬 하트를 막아서는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 때부터 닉스의 공격 생산성은 저하되기 시작했습니다. 닉스는 마지막 49경기에서 28승 21패에 그쳤습니다. 컨텐더로 분류된 보스턴 셀틱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치른 10경기에서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습니다. 평범한 팀들에게도 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디빈첸조가 트레이드 되면서 닉스 벤치 뎁스는 더 얇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첼 로빈슨도 빠진 채로 시즌을 이어가면서 선수들 체력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지역 라디오 방송에선 “타운스 영입에 과연 디빈첸조와 미래 1라운드 드래프트 픽 1장이 필요했었나”라는 제목으로 팬들간 설전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제일런 브런슨의 눈부신 활약이 닉스에게 귀한 시간을 벌어줬습니다. 팀의 전체 재능값(potential)이 조금씩 결점을 보완해나가자 3번 시드를 유지할 수 있는 모멘텀도 마련했습니다. 닉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를 상대했습니다. 젊고 재능이 넘치는 팀이었습니다. 닉스는 다소 고전한 게임도 있었지만 시리즈를 4승 2패로 이겨내면서 컨퍼런스 준결승전에 올라 보스턴 셀틱스를 상대했습니다.

셀틱스와의 시리즈는 닉스 팬들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겼습니다. 닉스는 1차전에서 20점이나 끌려갔지만 결국 역전승을 따냈습니다. 2차전에서도 14점 이상을 지고 있었지만 결국 승리했습니다. 이 두 게임 모두 셀틱스의 홈코트 TD가든에서 일궈낸 성과였습니다. 닉스는 포기하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바탕으로 시리즈를 따냈습니다. 닉스는 25년만에 처음으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랐습니다. 타운스는 “팀 내에는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퍼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 윈윈 트레이드, 그리고 다가오는 오프시즌

결론을 말하자면, 타운스와 랜들, 디빈첸조 그리고 드래프트 1라운드 픽으로 구성된 트레이드는 양팀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부호도 달려 있습니다. 팀버울브스는 구단 프랜차이즈 최초로 2년 연속 컨퍼런스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울브스는 지난 시즌 공격 효율성 부분에서 리그 17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그 순위를 8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타운스는 로스터에 없었지만 공격 퍼포먼스는 더 나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랜들은 플레이오프 첫 두번의 라운드에서 평균 23.9점 5.9리바운드 5,9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랜들은 “이 도시에는 3월에도 매우 춥고 눈보라가 치지만 난 이제 익숙하다. 난 도시 환경 뿐 아니라 이 팀의 분위기도 너무 편하게 느낀다”며 “앞으로도 몇번의 계절을 이 곳에서 보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NBA는 다이내믹한 스포츠인 동시에 천문학적 비즈니스의 장입니다. 랜들의 바람대로 울브스 팀 운영이 이어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랜들은 이번 여름 계약을 철회하고 자유계약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코넬리 사장은 랜들을 다시 로스터에 합류시키겠다고 수사적인 표현을 내세우겠지만 울브스가 진짜로 챔피언이 되기 위해선 더 큰 트레이드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닉스의 결말도 성공적이었습니다. 닉스는 정규 시즌에서 51승을 거뒀습니다. 작년 50승보다 1승을 더한 기록입니다. 브런슨과 타운스는 둘 다 올 NBA팀에 뽑혔습니다. 닉스는 25년만에 컨퍼런스 결승전에 올랐지만 팀의 화합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재능에 의한 성과라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닉스는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컨퍼런스 결승전을 치렀습니다. 수많은 전문가는 닉스가 시리즈를 장악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닉스는 컨퍼런스 결승전 시리즈가 끝나고 톰 티보듀 감독을 바로 해임시켰습니다. NBA 타이틀을 향한 그들의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한 셈입니다.

두 팀 모두 트레이드 승자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처럼 큰 규모의 트레이드에선 분명 한 팀에겐 확실한 이점이 또 다른 한 팀은 큰 손해가 눈에 보이기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팀은 모두 NBA 4강에 들었습니다. 팬들도 충분히 흥분할만한 여정을 즐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습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선 부족한 또 어떤 것을 채워야 합니다. 아직 리그는 끝나지 않았지만 이 두 팀은 이미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