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2024-25 파이널을 마치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마침내 NBA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트로피를 들어올린 썬더와 파이널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흥행 참패라 불린 파이널 시리즈, 하지만 실상은?

이 시리즈를 두고 이런 말이 참 많았습니다.
‘스몰마켓끼리 붙어서 흥행이 참 아쉽다.’
돈을 버는 사무국 입장에선 더욱 그랬을거에요. LA레이커스와 뉴욕 닉스가 파이널에서 맞붙었다면 훨씬 떠들썩했을겁니다.
해외 스포츠에 너그럽지 않은 국내 일간지도 앞다퉈 스포츠 지면을 채웠을지도 모를일입니다. 미국 안에서도 비교적 작은 도시인 오클라호마시티는 농구팀 외에는 이렇다 할 프로스포츠 팀이 없습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도 그렇고요. 오로지 농구에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두 팀이 파이널에서 맞붙었습니다. 흥행은 정말 실패했을까요? TV시청률, 시청자 수 통계를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썬더가 트로피를 들어올린 밤, 경기 중계는 3시간가량 이어졌습니다. 미국의 전역을 커버리지하는 ABC와 케이블 채널인 ESPN+가 이 경기를 생중계 했습니다. 러닝타임 동안 평균 1640여만명이 이 게임을 지켜봤습니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밤 9시 45분부터 55분까지는 무려 2000여만명이 TV를 통해 NBA파이널 7차전을 시청했습니다. 단순 시청자 수만 놓고 따졌을 때, 지금까지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한 파이널 단일경기는 2019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토론토 랩터스의 파이널 6차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1830만명(평균)이 집계 됐습니다. 썬더와 페이서스가 기록한 1640만은 2019 파이널에 이은 2위 기록으로 정리됐습니다.

시리즈 전체를 놓고 보면 어떨까요. 7차전까지 이어지는 동안 이번 시리즈는 평균 1027만명의 시청자를 모았습니다. 작년에 펼쳐진 보스턴 셀틱스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파이널 시리즈는 평균 113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선 103만명이 빠진 셈이죠. 결론적으로, 대흥행을 하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참한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 타이리스 할리버튼의 화려한 여정과 새드 엔딩

SGA는 파이널 MVP를 받으면서 차세대 슈퍼스타로 방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 진짜 주연은 타이리스 할리버튼이라고 쓰고 싶습니다. 할리버튼은 영화 같은 장면들을 남기면서 페이서스를 파이널 우승에 1승이 모자란 지점까지 끌고 왔습니다.

할리버튼은 7차전 시작과 동시에 3점슛 3개를 터트리면서 승리를 향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1쿼터 중반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심각한 부상을 당하면서 코트를 떠나야 했죠. 그가 페이컴 센터의 코트 바닥을 주먹으로 두드리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두고 두고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할리버튼은 곧바로 뉴욕으로 이동해 수술을 받을 예정입니다. 아킬레스 부상은 대체로 만 1년 이상의 회복기간을 필요로 합니다. 이에 따라 할리버튼은 다음 시즌 전체를 결장할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데미언 릴라드, 제이슨 테이텀과 더불어 이번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아킬레스 부상을 당한 세 번째 선수가 됐습니다. 공교롭게 세명 모두 동부컨퍼런스에서 뛰면서 등번호 0번을 단 플레이어들이었습니다.

2000년 이후 치러진 플레이오프에서 할리버튼처럼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써내려간 선수가 또 있었을까요. 할리버튼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만 4번의 게임종료 버저비터를 성공시켰습니다. 이 버저비터가 터진 게임에서 페이서스는 모두 승리했습니다(연장전 승리 포함). 할리버튼이 레지밀러의 초크 세리머니를 소환했던 그 밤은 전세계 수많은 NBA팬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될겁니다.
할리버튼은 완전하지 않은 신체 컨디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17.3득점, 8.6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릭 칼라일 페이서스 감독은 “그는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플레이오프 중 하나를 써내려갔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우리 모두의 마음이 그를 향해 있다”면서 부상에서 빨리 돌아오길 바랐습니다. 할리버튼은 이제 길고 긴 재활의 시간을 보내야만 합니다. 특유의 재치있고 유쾌한 모습을 어서 빨리 코트에서 볼 수 있기를 기다리겠습니다. 할리버튼의 쾌유를 빕니다.
[NBA] The Finals,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vs 인디애나 페이서스
by contentory 2025. 6. 2. 14:08에 작성된 기사입니다. 2025 NBA 파이널 1차전이 6일(금) 오전 9시 30분 페이컴 센터에서 펼쳐집니다. 이번 결승전은 오클라오호마시티 썬더(서부 1번 시드)와 인디애나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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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극의 균형감'으로 챔피언 자리에 오른 썬더

‘궁극의 균형감(Balance).’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라는 농구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24-2025 시즌의 썬더는 참 매력있는 팀이었습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나 LA레이커스처럼 떠들썩하진 않았죠. 물론 이 팀들은 농구 외적인 뉴스도 워낙 많으니까. 보스턴 셀틱스처럼 농구의 유행을 창조하는 전략과 전술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썬더는 거의 매일 밤 승리했고, 썬더웨이(방식)를 써내려왔습니다. 각 포지션에 자리한 선수들은 그 자리에 맞는 플레이를 지켰습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죠.
썬더의 우승은 프랜차이즈 사상 두 번째였습니다. 2008년 시애틀에서 오클라호마시티로 연고지를 이사하고 나선 첫 우승이죠. 썬더는 이번 시즌 68승(14패)을 거뒀습니다. 평균 득실 마진은 +12.9점을 기록했는데 NBA역사상 5위에 해당합니다. 완성도 높은 팀이라는 하나의 방증입니다. 포지션별 조화가 이토록 아름다운 팀을 근래에 본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팀 문화가 만들어진 중심에 SGA,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가 있습니다.

무협지를 보다보면 극강의 고수에겐 절정에 이른 ‘정중동(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SGA는 코트 위 무림의 고수와 같은 플레이를 펼쳐보였습니다. 드라이브인을 하면서 방향의 변화, 갑작스러운 정지동작,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선보인 스텝백 점프슛. 크고 화려한 몸놀림이 아니라 작고 부드러운 동작의 변화들로 상대 수비를 현혹시킨 SGA는 NBA의 한 시대를 여는 최정상의 플레이어가 됐습니다.

SGA는 최종전에서 29득점 12어시스트를 올리면서 팀 승리에 기여했고 만장일치로 파이널 시리즈 MVP에 선정됐습니다. 그의 시리즈 평균 득점은 30.3점이었습니다. 시즌 득점왕, 시즌 MVP, 파이널 MVP를 한 시즌에 모두 수상한 4번째 선수(카림 압둘 자바, 마이클 조던, 샤킬 오닐, SGA)가 되었습니다. 썬더의 팀 문화도 에이스의 성격과 닮았습니다. 내성적이지만 침착했습니다. 썬더와 SGA는 점진적으로 쌓은 특유의 장점을 앞세워 세계 최고의 농구팀이 됐습니다.
“내 꿈이 이뤄져 기쁘고 행복하다.” SGA는 마이크 웍도 참 심플합니다. 그는 또, “이제 어깨에서 많은 짐을 덜어낼 수 있게 됐다”고도 했습니다.

제일른 윌리엄스와 쳇 홈그렌의 공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7차전에서 윌리엄스는 20득점과 2개의 스틸을 기록했습니다. 홈그렌은 18득점과 함께 5개의 블록을 더했습니다.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내내 리그 최고의 수비팀으로 꼽힌 썬더는 이날 밤(7차전) 페이서스에게 23개의 턴오버를 안겼습니다. 페이서스는 이 실책들로 인해 32점을 내줬습니다. 결정적인 패인이 된 셈이죠.
파이널 일곱게임이 모두 끝났고 챔피언도 가려졌습니다.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벌써 다음시즌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베팅 업체 중 하나인 BetMGM에 따르면 2025-2026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팀들 가운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게 책정된 배당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썬더의 리핏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겁니다. 이 업체가 꼽은 우승후보 2위는 뉴욕 닉스, 이어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꼽혔습니다.

이제 우리는 3점슛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썬더는 분명 그들만의 방식으로 NBA의 신기원을 열었습니다. 썬더의 다음 도전은 왕조(Dynasty)의 구축이겠죠.
파이널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케빈 듀란트의 휴스턴 로켓츠행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앤퍼니 사이먼스는 보스턴 셀틱스로 향한다죠. 코트는 잠시 문을 닫지만 파이널만큼 풍성한 오프시즌 뉴스가 이미 모니터를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2025-2026 NBA가 조용히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