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탬파베이 레이스, 성적이 좋을수록 커지는 고민
탬파베이 레이스가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야구팀이 시즌 중에 해야 할 고민이야 뻔한데, 이들 걱정은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성적이나 순위 경쟁이 아닙니다. 레이스는 때 아닌 야구장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시즌이 반환점에 가까워지면서 탬파베이가 아메리칸리그 1위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다할 슈퍼스타 하나 없이도 매 시즌 이 디비전 컨텐딩에 나서는 팀 답습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탬파베이는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태 입니다. 지구 1위로 디비전 시리즈에 직행할 수도 있고 그게 안된다면 와일드카드 시리즈에 나설 수 있는 충분한 승률을 거두고 있습니다. 탬파베이는 26일 기준, 45 승 35패로 디비전 1위 뉴욕 양키스를 1게임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현재 탬파베이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71.2%까지 올랐습니다(개막 당시엔 37.7%).

문제는 탬파베이가 홈필드로 쓰고 있는 야구장, 스타인브레너 필드입니다.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시죠. 이 야구장 뉴욕 양키스의 마이너리그 구장입니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미국 플로리다 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 위치한 ‘트로피카나 필드’를 지난 1998년부터 홈 야구장으로 써왔습니다. 그런데 작년 10월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밀턴’에 의해 지붕이 뜯겨 나가는 심각한 파손을 당했습니다. 장기간 보수공사가 필요한 탓에 탬파베이는 어쩔 수 없이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습니다.
탬파베이의 홈 게임 중계를 보신 분들은 아실거에요. 이 야구장, 빅리그 필드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허전하고 휑해 보입니다. 좌석을 꽉 채우면 1만명이 겨우 넘는 수준입니다(10,046석). 팀이 디비전 시리즈나 와일드카드 시리즈에 나선다면 억지로라도 시리즈를 치를 수 있겠죠. 하지만 챔피언십 시리즈, 나아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면 이 야구장에서 게임을 할 수 있을까요? 세계 최고의 프로페셔널 야구팀을 뽑는 경쟁 잔치에 몰려드는 관중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작은 시장 규모지만 그래도 돈을 벌어야 하는 사무국 입장을 고려하면 스타인브레너 필드는 못미더울거에요.

구체적으로 이런 우려들이 있습니다. 큰 게임을 치르면 돈을 주고 표를 사는 일반 관객 뿐만 아니라 수 많은 티켓 여유분이 필요할겁니다. 기자들, 협회 관계자, 레전드 플레이어 등이 초대되어야 하니까요. 포스트시즌의 분위기를 끌어올릴 유인책이죠. 참고로 스타인브레너필드 기자석은 30석도 채 안된다고 합니다. 일반 좌석에까지 기자들을 불러모아야 할 지도 모를일이죠. 가뜩이나 구장 좌석이 적기 때문에 팔 수 있는 티켓 수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줄겠죠. 메이저리그에 따르면, 사무국은 월드시리즈 경기마다 선수와 관계자, 스폰서, 기자 등을 위해 7500여장의 티켓을 따로 확보해 둔다고 합니다. 여기에 수많은 카메라들을 배치해 입체적인 게임 장면을 담으려는 주요 방송사들의 시설과 장비를 감당하기엔 마이너리그 수준의 구장은 적합하지 않을 겁니다.
[MLB] 병약해진 뉴욕 양키스 마운드의 긴급 처방, '예리 데 로스 산토스'&'앨런 위넌스'
by contentory ・ 2025. 5. 8. 11:24에 작성된 기사입니다.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1위는 뉴욕 양키스입니다. 양키스는 20승 16패를 기록하면서 2위 보스턴 레드삭스(18승 19패)와 2.5게임차 앞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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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거론되기 시작한 게 ‘중립구장’ 입니다. 탬파베이와 상대팀 모두와 관계없는 지역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겁니다.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명명된 야구장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홈구장인 ‘트루이스트 파크’와 마이애미 말린스가 홈필드로 쓰는 ‘론디포 파크’ 입니다. 하지만 탬파베이 입장에선 중립구장이나 원정경기장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셈이죠. 선수들은 집이 아닌 호텔에서 출퇴근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참고로 현 시점에선 마이애미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아직 지켜볼 일입니다.

사무국은 이번 시즌 탬파베이가 스타인브레너 필드를 씀에 따라 개막을 앞두고 이 팀의 일정을 상당부분 수정했습니다. 4~6월에 대부분의 홈경기 일정을 소화하게 했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면 습도가 매우 높아지고 비가 오는 날이 급증하는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결과였습니다. 탬파베이는 마지막 83경기 중 52게임을 원정에서 치러야 합니다. 시즌 개막 직후 팀은 새 홈구장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11승 18패로 시작한 홈승률은 매우 저조했죠.
하지만 5월 중순을 지나면서 홈 승률이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5월 19일부터 기간을 한정한 21게임에서 16승 5패의 압도적인 성적을 냈습니다. 팬들 사랑도 뜨겁습니다. 팔 수 있는 티켓이 매우 적은 탓도 있겠지만 스타인브레너필드에서 펼쳐진 50게임 중 42게임은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상황이 이와 같으니 구단 입장에선 큰 게임도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치르길 바랄지도 모를일입니다. 팬들도 좋아하고 성적도 잘 나오니까요.

사무국과 탬파베이 구단은 이제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아마도 사무국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탬파베이는 승리 가능성을 따져보겠죠. 야구를 오래 사랑하다보면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이벤트들을 목격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이번 가을에 그런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스프링캠프 때 양키스가 쓰는 구장에서 양키스와 탬파베이가 챔피언십 시리즈를 치르는 그림이죠. 그래도 이렇게 휑한 야구장에서 세계 최고의 야구 축제를 치른다는게 아직까진 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