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토론토 블루제이스(blue jays)의 거침없는 날개짓, 그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토론토 블루제이스(Toronto Blue Jays)의 압도적인 승리 행진이 멈출 줄 모르네요. 블루제이스는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양키스를 제치고 디비전 1위에 오르더니 후반기 첫 시리즈에서 마주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스윕승을 이끌어냈습니다.

블루제이스는 드라마틱한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프시즌마다 슈퍼스타 영입에 실패하면서 몇 시즌을 그저 그렇게 보낸 이 팀이 이렇다할 변화 없이 갑자기 성장한 이유는 뭘까요. 현지에선 달라진 ‘팀 내부 문화’가 답이란 평가가 나오는데요. 변화의 원인에 대해서 블루제이스 선수들은 ‘팀 동료들’이라고 말 할 정도로 서로를 의지하고 신뢰하는 문화죠.
지난 시즌만 해도 블루제이스를 둘러싼 팀 문화는 ‘침체’였습니다. 트레이드 시장에선 셀러(seller)였고, 팀 성적도 하위권으로 시즌을 끝냈습니다. 야구 관련 방송에선 “블루제이스는 한동안 답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돌았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제 그들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가 됐고, 시즌 끝날 때까지도 이 자리를 지켜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보통 메이저리그든 NBA든 팀의 반등이 시작되는 지점은 대형 FA계약을 맺거나 시장을 놀라게 할 메가톤급 트레이드죠. 하지만 블루제이스는 이 길에 서지 못했습니다. 오타니, 소토, 사사키 로키 등 블루제이스가 데려오려고 한 슈퍼스타는 많았지만 성공적으로 이어진 사례가 없습니다.

시즌 초반 블루제이스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슈퍼 장기 계약을 선사했습니다. 오버페이란 평가도 있었지만 팬들은 이 계약을 만족해했고, 선수에겐 축하메시지를 보냈죠. 이 계약 극초반이지만 성공여부를 묻는다면 제대로 성공적인 길을 가고 있다고 답하겠습니다. 블루제이스 변화의 중심에 게레로가 있으니까요.
게레로의 통역사 헥터 르브론은 “게레로가 빅리그에 데뷔하고 나서 올해만큼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더라”고 말했습니다. 게레로는 “아침에 눈을 뜨면 팀 동료들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면서 “어떤 감독이든 이런 팀, 이런 문화를 꿈꾸겠죠”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메시지처럼 이 팀에는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서로 만나면 단순히 인사만 하고 연습장에 가는 게 아니라 많은 걸 함께 한다고 합니다. 라커룸에 일찍 나와 카드 게임을 하면서 긴장을 풀고, 경기 전 라인업을 발표할 땐 서로 의미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 시간도 상당히 길다고 합니다. 팀의 베테랑 플레이어 조지 스프링어가 이런 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끈다죠. 한명의 슈퍼스타가 팀 성적을 좌우하는게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대하는 팀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팀 문화가 빛을 발하는 때는 ‘접전’상황입니다. 하이레버리지 상황에서도 더그아웃에는 위기감보다는 기대감이 크게 퍼지는거죠. 루상에 주자가 나가면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기회를 찾고, 한 베이스라도 더 뛰기위해 헌신하는 자세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들 덕분에 블루제이스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1992년 이후 가장 탁월한 시즌 전반기를 보냈습니다.

탁월하게 변한 팀 문화를 만든 이들은 선배급 고참 선수들입니다. 블루제이스는 지난 시즌 74승을 거두는 데 그쳤는데요. 시즌을 끝내고 케빈 가즈먼, 조지 스프링어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따로 사후 평가를 갖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수들은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느낀점을 나눴고, 코치진은 끊임없는 회의와 필요할 땐 전화통화로도 의견을 주고 받으며 문제를 분석했습니다.
프론트는 이들이 전해오는 메시지를 귀담아 듣고 기록으로 남기면선 개선책을 찾았죠. 선수와 코치진, 프론트가 한데 뭉쳐 문제점 목록을 따로 작성했고, 이후 하나씩 하나씩 고쳐나가며 팀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베테랑 투수 중에 한명인 크리스 배싯은 “가끔은 진짜 처절하게 너덜거릴 정도로 망해봐야 비로소 문제가 드러나고 고칠 수 있다”며 “지난 시즌은 정말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고, 다신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평범한 땅볼 타구나 희생플라이 때 누구보다 빠르게 뛰는 이 팀 선수가 조지 스프링어라고 합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축에 속하죠. 그가 먼저 뛰면서 만든 에너지가 여러 젊은선수들에게 전해진 덕분일까요. 블루제이스는 리그에서 가장 효율적인 베이스러닝을 하는 팀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팀에 도루가 능한 선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요.
이런 효과적인 주루플레이는 팀이 수년간 꾸준히 바라온 점이었습니다. 존 슈나이더 감독은 이를 두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노력과 예측성, 공격성”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사람의 뛰어난 달리기 능력이 없어도 팀에 확산한 문화가 이를 극복할 수 있단 의미죠.

지난 오프시즌 코칭 스태프는 선수들에게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팀의 안일한 주루플레이와 주루 실책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점수를 잃었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물론 과거에도 이런 시도가 없진 않았겠지만 스태프의 전략이 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베테랑의 목소리도 필요했던 겁니다. 블루제이스의 향상된 주루 플레이가 가능한 이유는 조지 스프링어가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인거죠.
재미있는 블루제이스만의 이벤트가 또 있는데요. 조지 스프링어가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날엔 그의 포지션을 DH라고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OP라고 쓴다는데요. 이 단어는 Offensive Player의 약자입니다. 이 별칭은 득점이 단지 타격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주루와 센스 등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노력과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것들이 승부의 차이를 만들겠죠.

올해 블루제이스 팀 슬로건은 ‘매일 새로운 영웅이 나온다’라고 합니다. 블루제이스의 타순은 여러경기에서 유동적으로 달라지는데요. 이 타순은 이미 며칠전부터 미리 구상해 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타순이나 포지션이 경기 직전 발표되는 게 아니라 사전에 공유한다죠. 선수들이 경기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갈 때 다음날 몇번 타순, 어떤 포지션에서 뛸지 미리 알고 있다는겁니다. 선수들에 따르면 이런 사전 공지는 자신의 역할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고 접전인 순간에 서로 어떤 플레이로 득점을 내야 할 지에 대해서도 폭넓은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합니다.
지금 블루제이스 더그아웃은 리그 30개팀 가운데 가장 활발하고 밝을겁니다. 타자들은 항상 타격코치 주변에 모여있고, 등판 계획이 없는 선발투수들도 이닝 사이사이 스탠딩 토크에 참여합니다. 슈나이더 감독은 “선발투수는, 오늘 등판 안하는 투수든, 선발로 출전하지 않는 야수든, 우리팀 모든 선수들이 함께 소통하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 더그아웃은 정말 멋진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달라진 블루제이스 팀에 대해 신인 투수 브레이든 피셔는 “내 주변 선배들이 모두 게임에 몰입하고 있으면, 나도 그 흐름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표현처럼 이 팀은 베테랑과 신예 할 거 없이 경기와 시즌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3연패, 4연패를 하면서 분위기가 침체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게 야구니까요. 하지만 이 팀 전체로 확산한 지금의 사고방식과 문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그들은 매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슈퍼스타 한 두명의 영입으로 팀이 컨텐더가 되는 것보다 블루제이스처럼 이런 변화 과정을 거쳐 챔피언에 오르는 스토리가 성공하고 오래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가을야구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