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스포츠판에도 불어 닥친 트럼프의 입김(feat. 워싱턴 커맨더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미국을 다시 강력하게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츠판에도 개입하면서 그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띄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NFL 워싱턴 커맨더스와 MLB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콕 찝어서 이 둘 팀의 팀명이 이전처럼 불려지면 좋겠다는 내용을 Truth Social에 업로드 했습니다.

알다시피 커맨더스의 이전 팀명은 ‘레드스킨스’, 가디언스는 ‘인디언스’였죠. 트럼프는 “워싱턴 커맨더스의 경우는 정말 많은 이들이 레드스킨스로 되돌리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또 “가디언스도 다수의 인디언(미 원주민)들이 가디언스가 아닌 인디언스로 불리길 원한다”면서 “(바뀐 팀명으로 인해) 그들의 유산과 명예가 체계적으로 제거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는 만약 워싱턴 커맨더스가 팀명을 바꾸지 않는다면 새 구장 계약도 체결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졌습니다. 커맨더스는 2030년 개장을 목표로 6만5000여석 규모의 새 풋볼 경기장을 짓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워싱턴 시의회가 이를 최종 승인해야 하지만 현재 건축 여부를 두고 투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태라죠.

새 구장 건축 프로젝트는 무려 27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대공사입니다. 이는 워싱턴 시 역사상 최대규모의 민간 투자 프로젝트에 해당할 정도라네요. 여기에 투입해야 할 공적 세금만 해도 2032년까지 11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협상 우위를 활용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도시의 사업 진행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정치적 압박이기도 한거죠. 커맨더스는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진 않았습니다.

커맨더스와 가디언스 두 팀은 지난 2020년에 팀명을 바꾸는 것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이 때 당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사망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인종 불의에 대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진 여파이기도 했죠. 트럼프는 당시에도 가만 있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프로스포츠 팀들이)정치적 올바름에 맞추기 위해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당시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풋볼 경기장 명명 권리를 확보하고 있었던 민간기업 페덱스를 비롯해 월마트와 나이키 등의 대형 소매 업체들은 레드스킨스라는 팀명이 인종 차별적 비하 표현으로 비춰진다면서 팀명을 바꿔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심지어 레드스킨스 이름이 들어간 굿즈를 매장에서 철수시키기도 했습니다.

레드스킨스라는 팀의 역사와 삶의 여정을 함께 나눈 팬들은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팀은 울며 겨자먹기식인 일시 조치로 ‘워싱턴 풋볼 팀’이라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임시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팀은 2년에 걸친 브랜드 리빌딩 과정을 거친 끝에 ‘커맨더스’라는 팀명을 채택했습니다. 대부분의 워싱턴 팬들은 낯설어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시즌 12승 5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NFC챔피언십에 오르면서 조금씩 팀명에 익숙해져가는 분위기가 형성됐죠.
구단주인 조시 해리스는 지난 2월, 논쟁이 여전했던 팀명에 대해 “커맨더스라는 이름은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는 “이제는 우리 팀과 문화, 코칭 스태프가 이 이름을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 방향으로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 했죠.

가디언스 이야기도 해볼까요. 이 팀도 2020년 팀명 변경 가능성 검토에 나섰습니다. 그 해 시즌이 끝나고 구단주 폴 돌런은 “팬과 기업인, 선수, 사회운동가, 인디언 문화 전문 연구자들과 수개월간 논의한 끝에 기존 팀명인 인디언스라는 이름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습니다. 구단은 커맨더스와 달리 임시 팀명 사용기간을 두지 않고 가디언스라는 팀명을 곧장 선택했습니다.
가디언스는 그 역사가 매우 깊습니다. 아메리칸 리그가 출범할 당시 8개의 창단 팀 중 하나였습니다. 이 팀은 처음에는 ‘블루버즈’란 이름을 썼죠. 이후 브롱코스, 냅스를 거쳐 1915년에 인디언스란 팀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7월 구단은 가디언스란 이름을 공식 발표했는데 이는 야구장(프로그레시브 필드) 근처에 있는 ‘교통의 수호자 석상’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트럼프는 미국 현지에서 스포츠가 지닌 상징적인 힘을 잘 알고 인정하는 정치인입니다. 그는 슈퍼볼에 참석한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커맨더스와 가디언스는 대통령의 강력한 입김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까요. 가디언스보다는 커맨더스의 경우 더 예민할 수 밖엔 없을 거 같습니다. 새 경기장을 짓는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어찌됐든 세계에서 가장 바쁘다는 직업을 가진 트럼프는 이토록 스포츠에도 깊은 관심이 있었네요. 그런데 개인적으론 가디언스 보다는 인디언스라는 팀명이 더 애착이 가요. 그 추장 로고도 그렇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