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MLB

[MLB] 노을 속 항해, '해적선장' 앤드류 맥커친(Andrew McCutchen)

더콘텐토리 2025. 7. 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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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맥커친 by Contentory

리그 30개 구단을 보면 팀을 대표하는 간판 스타가 꼭 한명씩은 있습니다(이번 시즌 콜로라도 로키스는 예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단을 상징하는 간판 스타, 오로지 한 팀에서만 오래도록 활동한 그들은 ‘프랜차이즈 스타’란 특별한 닉네임을 달 수 있죠. 우선 나이가 너무 어린 신예급은 여기에 해당되진 않겠죠. 때론 구단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질곡의 여정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앤드류 맥커친 아시죠. 2010년대 이후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상징하는 간판 스타죠. 오직 파이리츠에서 뛰길 원했겠지만 팀 사정상 여러 팀을 옮겨 다녀야했습니다. 국내 언론에선 팀명을 따 ‘해적선장’이란 별명을 붙여줬죠. 파이리츠의 심장과도 같은 맥커친은 이제 커리어 황혼기에 이르렀습니다. 그의 야구 철학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는 올해 38세 시즌을 보내는 중입니다. 세 시즌 연속 500만 달러 단기 계약을 체결해 1년 살이를 하는 중이죠. 맥커친이 시장 규모가 제법 큰 구단에서 오래 뛰었더라면 이정도 푸대접을 받진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맥커친은 지난 2013년 리그 MVP를 받으면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습니다. 피츠버그의 마지막 리그 MVP죠. 또 이 때가 2010년대 파이리츠의 전성기이기도 했습니다.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니. 지금으로선 꿈처럼 달콤한 상상에 불과한 이야깁니다.

그는 2018시즌을 눈앞에 두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됐습니다. 그의 트레이드 소식은 홈팬들 뿐 아니라 야구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습니다. 이 때 맥커친은 ‘플레이어스트리뷴’에 당시의 소회를 남겼습니다. 본인이 쓴 그 글에서 맥커친은 “난 양키스의 데릭 지터나 오리올스의 칼 립켄 주니어처럼 되고 싶었다”면서 “언제나 피츠버그를 위한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다”고 썼습니다. 한 팀에서만 뛰면서 그 도시를 대표한 야구선수들처럼 말이죠.

하지만 파이리츠의 운영 현실이 녹록지 않았죠. 맥커친은 2018시즌에만 두 개의 유니폼을 수집했습니다. 자이언츠와 양키스. 파이리츠 유니폼을 입고 넘치는 스웩이 느껴진 그의 기운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명문구단에서 뛰었지만 왠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인식을 받았어요. 맥커친은 이후에 필리스에서 3시즌을 뛰었고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고 1시즌을 뛰었습니다.

이렇게 저니맨처럼 전락해버렸지만 그는 피츠버그에 있는 자신의 집을 팔지 않았습니다. 맥커친은 피츠버그에서 야구선수로 성공했고, 그의 아내(파이리츠 응원단 출신)를 만난 것도 이 도시에서였습니다. 아이들도 피츠버그 출신으로 성장했습니다. 맥커친의 큰 아들 이름은 스틸(Steel)입니다. 스틸은 이 도시의 별칭인 ‘Steel City’에서 따 왔을테죠. 맥커친은 시즌 내내 피츠버그를 떠나 있어야했지만 비시즌에는 이 도시에서 자선활동을 이어왔습니다.

2023 시즌을 앞둔 어느날 맥커친의 아내는 “파이리츠 구단주 밥 넛팅에게 연락해보라”며 피츠버그로의 복귀를 권유했습니다. 레게 스타일의 긴 머리로 그라운드를 누빈 맥커친의 성격은 외모와는 상반되는데요. 내성적이랍니다. 또 개신교 목사 집안에서 자란 덕분에 생활도 매우 보수적이죠. 그래서 아내의 그 권유에 냉큼 “그래볼까”란 반응 대신 한참을 망설였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피츠버그 방문 일정을 잡거나 전화를 걸어 입장을 전하는 대신 그가 선택한 건 ‘문자 전송’이었습니다. 파이리츠는 기다렸다는 듯 반응하면서 500만 달러 규모의 1년 계약을 제안했습니다. 맥커친은 망설이지 않고 ‘컴백’을 결정했죠. 전성기가 한참 지난 매커친도 어느 새 지쳤음을 느꼈을테죠. 그는 파이리츠로 돌아올 때 “(커리어 막바지에 이른)이 시점에서 이곳저곳 팀을 옮겨 다니면서 새로운 조직을 익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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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리츠로 돌아온 맥커친에게선 야구철학자의 면모가 느껴집니다. 철학자가 된 것 같아보입니다. 베테랑 플레이어로서 단순하지만 깊은 깨달음을 느낀것처럼요. 그는 16년이라는 시간을 프로야구선수로 살아가는 중입니다. 맥커친은 “지금 오히려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서 “데뷔했을 땐 영원히 야구선수로 살아갈 것 같았지만 이젠 그 끝이 조금씩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 정말 오래 뛰었네요…”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그는 이 팀의 상징과도 같은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제치고 팀 역사상 홈런 3위에 올라섰습니다. 아마 계속 이 팀에서 뛰었다면 팀의 여러 기록에서 그의 이름은 더 높은 곳에 기록됐을겁니다. 맥커친은 이런 부분에서 자부심도 느끼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느낄테죠.

38살의 노장이지만 그는 여전히 생산성이 뛰어난 지명타자로 매일 그라운드에 나섭니다. 그의 존재와 늘 이어지는 활약은 단순히 성적으로만 증명되진 않습니다. 팀의 신예 헨리 데이비스 “맥커친이 하는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 배우는 중”이라면서 “어릴 때 TV에서 보던 아이콘이 여전히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맥커친은 파이리츠라는 팀의 유산을 더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문도 활짝 여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파이리츠라는 야구팀은 나침반을 잃은 배처럼 바다에서 표류하는 느낌을 줍니다. 이 팀의 목표는 뭔지, 대체 팀 운영을 하는 이유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매 시즌 성적은 바닥을 헤맵니다. 더 높은 곳을 목표로 스타플레이어를 데려올 생각은 전혀 없죠. 2016년 이후 단 한번도 FA계약을 맺지 않았으니까요. 폴 스킨스라는 미래의 사이영상 투수를 발굴했지만 팬들도 전문가도 이 팀이 반등해낼거란 믿음을 갖고 있진 않습니다. 팀의 리더이자 심장인 맥커친은 이런 최악의 구단에 할말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렇지만 입 밖에 내진 않습니다.

그는 “저는 그저 꾸준하게 플레이만 할 뿐”이라고 합니다. “이 이상은 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는 그의 말과 생각에는 구단에 대한 기대가 더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다만 그가 추구하는 야구철학 중심엔 팬이 있을 뿐입니다. 맥커친은 “지난 몇 시즌간 본 모습들에 답답함을 느낀다. 팬들은 경쟁력 있는 팀을 원하고 승리하는 팀을 보고 싶어한다. 우리 팬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가 가진 생각이 애잔하게 와닿습니다.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한다. 미래를 고집하는 것도 그렇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집중하고 살아내는게 의미가 있는거지.
- 앤드류 맥커친

맥커친도 언젠간 파이리츠 유니폼을 내려놓겠죠. 아직은 언제까지 뛰겠단 구체적인 목표나 타임라인을 꺼내놓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제 더 이상 파이리츠 외 다른 팀에서 뛰는 것엔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은퇴를 맞이하는 시즌이 그리피 주니어가 경험했던 그런 화려한 장면은 아닐겁니다. 그럼에도 맥커친의 커리어에 오래도록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는 파이리츠를 사랑했고, 피츠버그라는 도시를 삶에 새겼습니다. 그 도시의 수많은 팬들은 그에게 존재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내 남은 계획은 나도 모른다. 오직 하나님만이 알 뿐. 때가 되면 그 때가 오겠지. 그게 다다.”

 

그가 삶을 관조하는 시선이 목사님 아들답네요. 피츠버그 파이리츠 게임을 볼 땐 한번이라도 더 맥커친의 타석을 눈에 담아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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