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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철벽 스토퍼, 아드리안 모레혼(Adrian Morejon)

더콘텐토리 2025. 7. 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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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가장 믿을만한 좌완 불펜 투수가 누구일까요. 보스턴 레드삭스의 애롤디스 채프먼을 꼽으시는 분이 많으시겠죠. 최근 뉴욕 메츠로 이적한 그레고리 소토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클로저 조시 헤이더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생애 첫 올스타에 뽑히면서 커리어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아드리안 모레혼(Adrian Morejon)을 빼놓을 수 없죠. 작년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좌완 스토퍼 정도로만 알려진 그가 어떻게 올해 이렇게 달라졌을까요. 바로 ‘체인지업’을 장착했기 때문입니다. 파드리스의 철벽 스토퍼 모레혼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모레혼이 그의 이름을 야구팬들에게 서서히 부각시키기 시작한 건 두어달전쯤부터 일겁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게임(5월 23일)에서 보여준 그의 투구를 한번 묘사해볼게요. 모레혼이 브레이브스의 슈퍼스타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를 만났습니다. 2스트라이크 2볼의 이븐(even) 카운트 상황에서 모레혼은 91.2마일짜리 공을 던졌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을 향한 그 공에 아쿠냐 주니어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죠. 모레혼은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글러브를 두드리면 기뻐했습니다. 모레혼이 새로 장착한 ‘체인지업’이 성공적인 데뷔를 한 순간이었죠.

이 구종은 ‘킥 체인지(kick-change)’라고 불리는데요. 최근 메이저리그에 트렌드처럼 번진 변화구 입니다. 모레혼은 세번째 손가락을 공에 찍어 박듯 눌러 쥐고, 던지는 순간 공의 회전 축을 앞쪽으로 차내는 방식으로 무브먼트를 만들어냅니다. 불펜 투수인 탓에 아직 확보한 데이터는 많지 않지만 위에 언급한 아쿠냐와의 승부를 시작으로 모레혼은 이번 시즌 우타자에게만 30여개의 체인지업을 던졌습니다. 참고로 왼손 투수는 왼손 타자와 승부할 때 체인지업을 거의 던지지 않습니다. 데드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체인지업을 상대한 타자 들은 10타수 무안타, 삼진 5개를 당했습니다. 엄청난 퍼포먼스죠. 그러니까, ‘체인지업’은 모레혼이 이번 시즌 올스타 레벨로 올라설 수 있었던 비장의 무기였죠.

파드리스의 투수코치 루벤 니에블라가 한 말을 들어볼까요. 그는 “몇 년 전 우리가 영입한 선수가 이렇게 성장한 모습을 보게 되니 정말 감격스러워요.” 모레혼이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모레혼은 그 기다림의 과정이 무가치하지 않단걸 증명해 보이고 있죠. 나이는 아직 26세에 불과해 젊죠. 그는 국제 아마추어 유망주로 아주 어릴 때부터 큰 기대를 받았습니다. 기대주에서 불펜 스토퍼로 우뚝서기까지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파드리스는 계약금과 초과지명세를 더해 그를 영입하는데 2200만달러를 썼습니다.

 

모레혼은 20세에 빅리그에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그 땐 어떤 존재감도 남기지 못했죠. 5시즌 연속 최소 한 차례 이상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값비싼 실패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구단 입장에선 2000만달러를 넘긴 거금을 썼을 뿐만 아니라 6년이라는 시간까지 투자한 셈입니다. 그야말로 장기 프로젝트죠.

 

모레혼은 지금까지 50여경기에 등판하면서 출전 기록 수에서 2~4위권에 올라있습니다. 또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8승)를 올렸습니다. 파드리스는 리그 30개 팀 가운데 불펜 방어율이 1위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낮은 방어율 성적표를 쓰고 있는 이가 모레혼이죠(방어율 1.72). 이번 시즌 예상 방어율도 1.75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성적은 빅리그 전체 투수들 중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트레이드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 파드리스는 와일드카드 순위 경쟁을 뜨겁게 펼치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간신히 마지막 한 자리를 지켜내고 있지만 남은 시즌 이 성적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 팀엔 약점도 적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파드리스의 가을야구 진출을 높게 점치는건 역시나 리그 최강의 불펜을 확보했기 때문이죠. 파드리스는 1~2점차 하이레버리지 승부에서 36승 24패로 매우 강합니다. 그 중심엔 역시나 모레혼도 함께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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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체인지업’과 더불어 이번 시즌 그가 찾은 또 다른 해법은 ‘팔 각도’입니다. 2023년 말, 매년 그랫듯 부상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그는 니에블라 투수코치와 함께 문제의 실마리를 찾으려 애썼습니다. 바이오메카닉 분석 결과, 모레혼의 팔 각도에 문제가 있었보였죠. 몇 시즌의 비디오를 계속 돌려보니 그가 공을 던질때의 팔 각도가 시즌을 치를수록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몸 전체 움직임과 팔이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죠.

 

니에블라 코치는 2020년 때처럼 팔 각도를 낮춰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코치와 모레혼은 팔 각도를 높이는데 주력했고 변화는 2024년부터 조금씩 나타났습니다. 지난 시즌 모레혼은 60게임에 등판했습니다. 잔부상에 신음한 지난 시즌들과 완전히 달라진 건강한 시즌을 보냈죠. 2020~2023 시즌, 그 어느 때와 비교해도 두 배이상 등판 경기가 늘었습니다. 이제 그는 아프지 않고 공을 던질 수 있는 최적의 메커니즘을 찾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작년 시즌을 방어율 2.83으로 마감했습니다. 탁월함의 시작이었죠. 모레혼은 기존의 포심 패스트볼을 대신해 속구 구종을 ‘싱커’로 바꿔들었습니다. 그의 싱커 평균 구속은 97.4마일로 찍힙니다. 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팔 각도’였습니다. 니에블라 코치는 “모레혼과 팔 각도를 조정하고 나서 제구력이 좋아졌고, 구속도 빨라졌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됐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10대 시절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귀한 재능’을 가진 투수로 평가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그런 높은 기대에 부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싼 유망주 답게 그는 커리어를 선발투수로 시작했지만 부상이 잦아지면서 불펜으로 역할을 바꿨죠. 그는 그 역할을 흔쾌히 받아들였죠. 모레혼은 9회 정해진 이닝에만 마운드에 오르는 클로저가 아닙니다. 어떤 날은 4회에, 또 어느 게임에선 7회, 10회 때도 경기에 나섭니다. 세 개 이상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진 게임도 이미 11번이나 됩니다. 그럼에도 검증된 높은 효율성이 마이크 쉴트 감독에게 무한 신뢰를 쌓게 했죠.

 

모레혼을 2017년부터 지도해온 파드리스 불펜 코치 벤 프리츠는 “그 때(2017년)는 너무 어려서 뭐랄까, 미성숙함 같은게 느껴졌는데요.. 이젠 달라진 마음가짐이 구위와 딱 맞아떨어지고 있어요”라면서 “그가 보여준 성장과정은 정말 탁월해요. 작년에 우리 모두 그 시작을 봤죠. 올해는 거기서 또 한뼘 도약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니에블라 코치에 따르면 이제 모레혼은 경기 중에도 스스로 팔 각도를 조절하면서 미세한 변화를 컨트롤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합니다. 이러면서 모레혼의 슬라이더 궤적도 크게 달라졌죠. 예전에는 커브 처럼 크게 휘는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고속 슬라이더로 진화시켰습니다. 그러면서 파드리스는 모레혼이 새 구종을 장착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말한 ‘체인지업’이죠. 지금까지 모레혼이 체인지업을 던질 줄 몰랐던 게 아닙니다. 그는 앞선 시즌들에선 ‘너클 체인지업’을 던졌습니다. 가끔은 이 공이 위력을 발휘했지만 어떤 날은 반대였죠. 사용빈도는 조금씩 줄어들었고, 그러자 모레혼은 체인지업을 통제하기 어려워했습니다. 이에 올시즌 초, 니에블라와 프리츠 코치는 새로운 체인지업 그립을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게 모레혼의 ‘킥 체인지’입니다. 니에블라 코치에 따르면 이 구종은 ‘하프 너클 체인지’라고 하네요.

 

코치들은 모레혼이 이 구종에 익숙해 질 때까지 연습을 시켰고, 불펜 워밍업때도 던지게 했습니다. 시즌 극초반에는 경기 때 던지지 않게 했죠. 그러다가 5월 말에 이르러서야 이 새 체인지업을 선보였습니다. 프리츠 코치는 “어떤 구조이든 너무 많이 던지면 성능이 떨어집니다. 아직 27번밖에 던지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죠. 하지만 ‘킥 체인지’는 공의 움직임이나 속도면에서 탁월하기 때문에 사용빈도가 계속 늘어도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을 거 같아요”라며 “10월 포스트시즌에 이르면 더 높은 완성도로 극강의 무기가 될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모레혼이 ‘킥 체인지’를 완성하고 느낀 소회를 전해드릴게요.

 

“시즌 극 초반 루벤(니에블라), 프리츠 코치와 같이 불펜에서 이 공을 어떻게 다듬을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연습구를 던지면서 데이터를 쌓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과를 예측했죠. 이것 저것 시도하면서 미세한 조정도 해 나갔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진거죠."

 

"이젠 알아요. 정말 귀한 어떤 건 그걸 기다릴만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단걸요. 그리고 기다릴만한 가치가 충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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