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EPL

다시 하늘을 가른 발끝 – 히샬리송, 등번호 9번의 부활을 알린 '가위차기'

더콘텐토리 2025. 8. 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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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유독 멘탈이 약한 친구들이 있지요.

 

소에는 말을 잘하다가도 대중 앞에만 서면 입을 못 뗀다거나, 모의 시험에서는 잘 보다가 안타깝게도 본 시험에서 실수하는 그런 유형 말입니다. 혹은 자신을 향한 조그만 비난에도 길을 잃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도 주변에 많습니다. 토트넘의 히샬리송이 아마 그런 부류의 선수라고 할 수 있죠.

 

전 잉글랜드 스트라이커 디온 더블린(Dion Dublin)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히샬리송은 골을 넣는 데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약간의 관리가 필요한 선수입니다.”

부상으로 피치에 앉아 있는 히샬리송
히샬리송

사실, 히샬리송의 북런던 여정은 화려하게 시작됐습니다. 2022년 여름, 토트넘은 그를 에버튼에서 데려오기 위해 5천만 파운드(약 940억 원)라는 큰돈을 투자했죠.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섯 시즌을 치른 검증된 공격수였기에 팬들의 기대는 컸습니다. 당시에는 케인의 이적설도 서서히 흘러나오던 때라, 장기적으로는 케인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히샬리송의 첫 시즌은 부상과 부진으로 얼룩졌습니다. 리그에서의 기록은 단 한 골. 스트라이커에게 이보다 잔인한 숫자는 없었습니다. 콘테 감독 체제에서 케인·손흥민과 함께 꾸린 공격진은 기대와 달리 무겁고 답답했습니다.

 

케인이 떠난 뒤에도 히샬리송의 입지는 굳건하지 못했습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잠시 반짝했으나, 이어진 부상과 기복은 그를 다시 벤치로 밀어내죠. 한 번 잃어버린 자신감은 되돌아 오지 않았고, 결국 그는 ‘주전 9번’이 아닌 ‘백업 옵션’으로 전락합니다. 그렇게 히샬리송은 이유 없는 부진의 늪에 빠져들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히샬리송'입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어제 경기에서  토트넘 팬들이 받은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내가 알던 히샬리송 맞아?"하고 말이죠.

 

2025/26 번리와의 개막전에서 그는 자신이 왜 ‘결국 날아오를 수밖에 없는 선수’인지를 증명했습니다. 두 개의 골과, 세 번째 골의 기점이 된 피봇 플레이, 그리고 팀의 3대 0 완승. 그것은 단순한 개막전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무너질 듯했던 커리어에서 다시 솟아오른 한 선수의 부활 선언이었습니다.

8월 16일 번리와의 개막전 첫 골을 터뜨린 히샬리송
번리와의 개막전 첫 골을 터뜨린 히샬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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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는 경기에서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쿠두스의 크로스를 완벽히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터뜨린 순간 그의 눈빛은 이미 달라져 있었습니다. 후반전에는 다시 쿠두스와 호흡을 맞추며 환상적인 가위차기(시저스 킥)를 성공시켰습니다. 온몸을 공중에 던져 발끝으로 그려낸 궤적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세르비아전에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듯했습니다.

 

번리전의 히샬리송은 단순한 피니셔가 아니라 팀 공격의 구심점이었습니다. 힘과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되찾은 그의 몸짓은 북런던을 찢어놓기 충분했습니다.

멋진 시저스 킥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리는 히샬리송
멋진 시저스 킥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리는 히샬리송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프랭크 감독의 말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히샬리송을 좋아했고, 에버튼 시절부터 좋은 선수라 생각했습니다. 토트넘에 왔을 때는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기에 우리는 그를 특별히 보호하고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시작은 긍정적입니다.”

 

토트넘 팬들은 히샬리송의 활약을 보며 다시금 가슴 뛰는 순간을 맛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기는 팬들만을 향한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부상으로 좌절했고, 기복으로 비판을 받았던 지난 3년. 그는 그 시간 동안 누구보다 자신에게 실망했을 것입니다. 번리전에서 보여준 두 번의 도약은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자,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확신이었습니다.

교체되며 토마스 프랭크 감독과 악수하는 히샬리송
교체되며 프랭크 감독과 악수하는 히샬리송

“3년 동안 비난만 받았죠. 늘 이야기해왔습니다. 프리시즌이 필요하다고. 모든 선수들이 프리시즌의 중요성을 알잖아요. 그래서 3년 만에 제대로 프리시즌을 치렀습니다. 지금은 몸 상태도 좋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내년 여름, 브라질 대표팀은 다시 세계 무대에 나섭니다. 그리고 히샬리송은 또 한 번 그 무대에서 9번 유니폼을 입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번리전의 원더골은 단순한 개막전 골이 아니라, 그 꿈을 현실로 잇는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대표팀 소집 발표가 곧 나겠죠. 시즌 출발이 중요합니다. 25일, 제 이름이 불리면 정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겁니다. 계속 행복하게, 클럽과 대표팀에 도움을 줄 수 있길 기대합니다.”

 

히샬리송은 이제서야 진정한 스퍼스의 9번이 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어제의 두 골이 새로운 장편 드라마의 서막이 되길 팬들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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