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커브 마스터' 애런 놀라(Aaron Nola) 복귀, 잭 휠러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잭 휠러 없이 가을 야구를 치러야만 합니다. 휠러는 이번 시즌 돌아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애런 놀라는 돌아왔습니다. 필리스 팬들에게 큰 위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토요일, 놀라는 오랜만에 견고했습니다. 내셔널스와의 게임 선발투수로 나선 놀라는 부상 회복 이후 가장 좋은 모습으로 마운드에 섰습니다.
이 날 놀라는 94.1마일짜리 패스트볼을 던졌습니다. ‘에게’ ‘겨우?’라는 반응이 나올지 모르죠. 하지만 이번 시즌 놀라가 이처럼 빠른 공을 거의 던지지 못했기에 구단과 팬들은 이 속구를 반겼습니다. 실제로 놀라가 이번 시즌 던진 공을 쭉 늘어놓고 구속을 보면 그랬습니다. 놀라는 올해 던진 916개의 공 중에서 94.1마일보다 빠른 속구는 단 두번에 불과했죠.
애런 놀라는 이제 ‘상수’보다는 ‘변수’에 가까운 선발투수입니다. 휠러를 완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의 투수가 아니란거죠. 그렇지만 본인도 팀도, 팬들도 놀라가 휠러를 대체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 예전의 놀라라면 가능할지도 모르니까요.
2025.08.21 - [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적신호, 에이스 잭 휠러 시즌 아웃 위기
놀라는 내셔널스와의 게임이 끝나고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정규 시즌이 한달 남짓 남았어요. 저는 전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게임 승리투수가 된 놀라는 시즌 방어율을 6.25로 조금 낮췄습니다. 6.25.. 적어놓고 보니 처참하긴 하군요.

휠러가 마운드를 비웠지만 필리스 선발투수 경쟁력은 여전히 좋은 편입니다. 일단 크리스토퍼 산체스가 있습니다. 이 선수 이번 시즌 사이영상 컨텐더입니다. 괄목상대란 사자성어를 쓰기 딱 맞는 시즌을 보내는 중입니다. 여기에 헤수스 루자르도도 있죠. 시즌 중반 티핑 논란으로 한 때 흔들렸지만 이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가을에 무척 강해지는 레인저 수아레즈도 있구요. 다만 언급한 이 세 선수 모두 왼손투수라는 게 살짝 아쉽죠. 강력한 우완선발투수 한 명쯤은 꼭 필요합니다. 필리스는 놀라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길 바랍니다.
롭 톰슨 필리스 감독은 최근 놀라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까요. “전 놀라가 잘 해낼거라고 믿습니다. 그는 오래도록 좋은 피칭을 이어온 베테랑입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경험도 풍부하고요. 부상이나 정신적으로 어려웠을 때도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괜찮을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내셔널스 등판 게임 딱 한번 뿐이지만 이 날 놀라의 평균 구속이 92.6마일이 나왔다고 해요. 그전까지 시즌 평균 구속은 91.4 마일 정도였으니까 1마일 정도 더 빨라진거죠. 이게 아주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지만 적어도 놀라가 아프진 않다는 의미로 이해할 순 있습니다. TV화면으로 보인 커브 궤적도 분명히 커졌습니다. 알다시피 그는 커브 마스터죠. 수많은 팬들이 제발 던지지 않길 바란 ‘커터’ 구사율은 대폭 줄였고, 대신 체인지업을 더 많이 던진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했습니다. 이 모든게 다 합쳐져서 ‘아주 살짝’ 그 예전의 놀라 같은 모습을 느꼈습니다.
딱 한 게임만으로 놀라가 필리스 가을야구의 귀중한 한 조각이 될 거란 평가를 내리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필리스가 월드시리즈에 나아가기 위해선 놀라는 반드시 잘 해내야만 하죠.
참고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포스트시즌에서 왼손선발투수들로 주요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한 팀들 사례를 좀 살펴볼까요. 2011년 텍사스 레인저스가 있습니다. 레인저스는 그 해 치른 포스트시즌 17게임 중 13게임에 왼손 선발투수가 등판했습니다. 월드시리즈까지 올라선 레인저스는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긴 채로 아쉬움을 삼켰죠. 1996년 양키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앤디 페티트, 케니 로저스, 지미 키 등 훌륭한 왼손투수들이 로테이션을 구축했던 해죠. 포스트시즌 15경기에서 12경기를 왼손선발투수들이 책임졌고 그해 월드시리즈 우승도 차지했습니다. 필리스도 2009년 왼손선발투수들이 큰 일을 낼 뻔했습니다. 콜 해멀스와 클리프 리, J.A. 햅이 포스트시즌 15경기 중 10경기에 출전했죠.

크리스토퍼 산체스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는 있지만 그래도 필리스의 에이스는 잭 휠러였습니다. 그런 그가 갑작스레 로테이션을 떠나면서 필리스 프론트와 벤치가 그리는 가을이 참 복잡해졌습니다. 베테랑 놀라도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죠. 놀라는 “이제 제가 잘 해야 할 때”라면서 큰 책임감도 느낍니다. 놀라와 휠러는 절친한 사이입니다. 서로 선발투수로 게임에 등판하지 않을 땐 둘은 항상 덕아웃에 붙어있었습니다. 그 둘이 머무는 자리도 정해져 있었죠. 클럽하우스로 이어지는 벤치 끄트머리 통로 가장자리였습니다. 이젠 휠러가 없으니 놀라는 왠지 모르게 붕 뜬 기분이 들지도 모르죠. 우리도 그렇잖아요. 오랜 친구가 멀리 여행을 가거나 이사를 갔을 때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요.
필리스를 감싸는 모든 이들이 놀라의 반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놀라도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팀과 필라델피아, 구단 모두에게 휠러의 부상은 큰 슬픔이고 타격이지만 휠러를 대신해 최대한 승리를 쌓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인공이 갑자기 하차해버린 필리스 드라마에 명품 조연이 새로 합류했습니다. 해피엔딩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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