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로만 앤서니와 잭슨 홀리데이, 약속 지킨 두 메이저리거의 우정
로만 앤서니(보스턴 레드삭스)와 잭슨 홀리데이(볼티모어 오리올스).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야구를 하며 메이저리거를 꿈꿨던 두 친구가 캠든야즈에서 나란히 서며 감동의 순간을 만들었습니다. 앤서니는 팀내 최연소 리드오프 홈런을 기록했고, 홀리데이는 아버지(맷 홀리데이)의 뒤를 잇는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나중에 크면 꼭 메이저리거가 되자.”
두 소년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로만 앤서니(보스턴 레드삭스)와 잭슨 홀리데이(볼티모어 오리올스)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올해 21세를 맞은 이 둘은 오랜 친구 사이입니다. 두 친구는 현지시간으로 월요일이었던 지난 25일, 오리올스의 홈필드 ‘캠든야즈’에서 메이저리거로 함께 섰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이번 시즌 마지막 시리즈를 연 첫 게임에서 앤서니는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1회초 선두타자로 게임 문을 연 로만 앤서니는 리드오프 솔로 홈런을 때려냅니다. 이 홈런이 또 이야기를 만들어냈죠. 레드삭스 구단 역사상 최연소 리드오프 홈런이었으니까요. 앤서니에겐 이런 기록적인 스토리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중입니다. 노마 가르시아파라, 데이비드 오티즈, 무키 베츠 등의 계보를 잇는 레드삭스의 간판 스타 자리가 얼마간 비어있는 느낌인데요. 아무래도 이 자리에 앤서니가 올라서지 않을까하는 예감이 듭니다.
루키시즌을 보내는 앤서니 성적을 좀 볼까요. 타율은 ,287 OPS .850입니다. 홈런 6개에 타점은 28점이 됩니다. 소화한 타석은 230타석인데요. 성적만 놓고 보면 평범한 신인이 아니란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오리올스 2루수로 출전한 잭슨 홀리데이는 앤서니의 리드오프 솔로 홈런볼을 쳐다보면서 ‘씨익’하며 미소 지었을겁니다. 홀리데이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에요. 우리가 15살 때였을거에요. 그 때부터 로만이 휘두르는 스윙을 보고 남다르다는걸 느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로만과 잭슨은 2022년 함께 드래프트 지명을 받았습니다. 로만 앤서니는 잭슨 홀리데이와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그는 “정말 정말 멋진일이죠. 우린 어렸을 때 같이 야구 했고, 서로 상대팀으로 경쟁도 했어요. 또 어떤 이벤트에선 함께 훈련도 하고. 저는 잭슨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죠. 그런 친구가 메이저리그 상대팀 선수로 뛰고 있는 건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신나는 일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잭슨 홀리데이는 로만 앤서니에 비해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매우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이에요. 레전드 플레이어 맷 홀리데이 입니다. 잭슨 홀리데이는 어린 시절을 플로리다에서 보냈습니다. 아버지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던 시절 팀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던 곳이죠. 앤서니의 집은 홀리데이의 집 근처였구요.
이들이 고등학교로 진학한 뒤 잭슨 홀리데이는 오클라호마로 이사를 가게 됐습니다. 맷 홀리데이가 은퇴하고 찾은 첫 직장이 오클라호마 주립대 타격 코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앤서니는 매년 겨울마다 잭슨 홀리데이 집을 찾아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맷 홀리데이가 마련한 타격 시설에서 함께 훈련을 하고 레전드로부터 원포인트 레슨도 받았죠. 로만 앤서니는 이 때를 매우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잭슨은 정말 아주 좋은 친구에요. 잭슨의 가족분들도 너무 따뜻하고 제겐 소중한 분들입니다. 늘 저를 환영해주셨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쓴 대로 둘은 같은 해 드래프트 지명을 받았지만 순위 차이는 꽤 컸습니다. 잭슨 홀리데이가 전체 1순위로 뽑힌 반면 로만 앤서니는 2라운드 79번에 가서야 보스턴 레드삭스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이마저도 레드삭스의 스카우트인 윌리 로메이가 ‘앤서니를 무조건 뽑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앤서니는 고등학교 시절 아주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주된 이유가 삼진을 자주 당한다는 것이었죠. 특히 큰 게임에서 유독 삼진율이 높아진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됐습니다. 다행히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플로리리다 주 ‘올해의 선수’로 지명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의 폭을 넓힐 수 있었죠. 홀리데이는 “로만이 2라운드 79번에 가서야 뽑혔다는 걸 믿을 수 없었습니다. 충격이었어요. 마땅히 받아야 할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거죠. 하지만 지금 보세요. 로만의 활약을 보면 제 말이 틀린 게 아닌거죠”라고 말했습니다.

드래프트 지명 순위 차이만큼 프로에 데뷔한 뒤 둘의 행보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처지는 달라졌죠. 로만 앤서니는 데뷔 후 지금까지 큰 부침없이 레드삭스의 주전 선수로 자리를 잘 잡아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홀리데이는 사정이 좀 달랐습니다. 2024 시즌 전격 데뷔한 홀리데이를 향한 팬들의 관심은 엄청났습니다. 그치만 시작이 미약했습니다. 34타수 2안타 18삼진. 처참했죠. 오리올스 팬들 한숨 소리도 컸습니다.
올 시즌은 타율 .242 15홈런 49타점 OPS .683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소포모어 시즌도 탁월하단 평가를 내리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홀리데이는 올스타급으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오리올스 게임을 볼 때마다 홀리데이 타석과 수비를 주목해 보는데요. 그의 표정은 항상 진지하고 하드 히트 비율도 꽤나 높습니다. 타고난 야구 센스와 수비 감각도 훌륭하고요. 출전기회를 꾸준히 받고 데이터를 쌓아가다 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성적지표로 수렴할 거라고 생각해요.

앤서니는 홀리데이와 비교해 데뷔가 늦었지만 홀리데이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잭슨이 훌륭한 선수란 걸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우린 야구선수이기 전에 한명의 평범한 사람입니다. 야구는 실패의 종목이잖아요. 이런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잭슨도 서두르지 않는다고 해요. 잭슨의 마이너리그 성적을 보면 그가 한번도 부진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도 컸을거에요. 우린 주변의 시선과 기대를 가끔 잊고 내려둬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래의 슈퍼스타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세워야 하는 사무국 입장에서 이 둘의 스토리는 귀한 상품가치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둘이 함께 야구장에 선 그날도 계속해서 카메라를 비췄습니다. 하지만 앤서니가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런 관심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둘은 시종일관 여유가 있어보였습니다. 마치 야구장에서 오래 우정을 쌓은 베테랑 플레이어들처럼요.

조만간 둘이 함께 올스타전에서 뛰는 날이 오겠죠.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럴테고요. 야구장에서 시작한 둘의 우정이 오래도록 따뜻한 이야기로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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