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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맨유 안드레 오나나 터키 트라브존스포르 임대 이적 - 그를 위한 변명

더콘텐토리 2025. 9. 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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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 나이티드(맨유)의 안드레 오나나(André Onana)를 처음 본 건, 토트넘과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2차전에서였습니다. 다들 기억하다시피, 그 경기는 루카스 모우라의 원맨쇼로 토트넘이 3대 2로 역전승했죠. 비록 3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손흥민과 에릭센의 결정적인 슛을 막아내고 골키퍼로서 적극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끼쳤던 오나나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 언젠가는 빅리그에서 보겠구나' 하는 강한 인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루카스 모우라에게 골을 허용한 오나나
루카스 모우라에게 역전골을 허용하고 무릎을 꿇고 있는 오나나

2023년 여름, 맨유가 안드레 오나나를 이적료 5,100만 유로(약 830억 원)에 영입했을 때, 이 결정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물론, 10년 이상 팀을 지켜온 다비드 데 헤아는 정말 훌륭한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현대적 흐름에 맞게 ‘발 밑이 좋은 골키퍼’를 원했습니다. 반사신경과 선방으로 정의된 ‘전통적’ 골키퍼가 떠나고, 팬들은 “이제 맨유를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재편할 수 있는 ‘현대적’ 골키퍼가 들어왔다”고 기뻐했습니다. 발로 공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해 경기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선수라고 호들갑 떨었던 기억도 나네요. 하지만 두 시즌이 지난 지금, 오나나는 맨유 팬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시끄러웠던 소동마저도 그의 이적(터키 트라브존스포르로 임대)으로 이제 마무리되는 분위기입니다.

안드레 오나나
그의 이적을 알리는 파브리치오 로마노의 Here we go

돌이켜 보면 오나나는 항상 특이한 선수였습니다. 그가 가진 장점은 전술적 구조가 명확해야 하고, 경기 패턴이 예측 가능한 팀에서만 빛난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아약스 시절, 에릭 텐 하흐의 정해진 시스템 덕분에 팀원들이 항상 제 위치에 있다는 신뢰가 있었기에 공격적으로 위험을 감수할 수 있었죠. 인테르 시절에도 시모네 인자기의 잘 조직된 팀은 같은 균형을 제공했습니다. 인자기 체제의 포백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공을 안전하게 받아 운반할 수 있었고, 오나나는 그런 환경에서 긴 패스와 과감한 포지셔닝을 무기로 단번에 수비 압박을 공격 기회로 바꾸곤 했습니다.

안드레 오나나
인테르 시절 오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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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맨유는 달랐습니다. 감독은 텐 하흐로 같았지만, 연이은 선수들의 부상으로 수비 라인이 흔들렸고, 미드필더들 역시 경기 제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전방 3인조의 압박 또한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오나나가 성장하는 바탕이 되었던 경기의 ‘명확성’이 사라진 거죠. 그는 혼란을 버티고 이끌어 가는 유형이 아니었습니다. 항상 일관된 리듬과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운도 조금 없었다는 생각합니다. 프리시즌부터 발이 꼬였죠. 프랑스 리그1의 랑스와의 경기에서, 골대 40미터 앞에서 볼을 잡히며 로빙 골을 허용했습니다. 팬들 눈에는 아약스와 인테르에서 보여주던 과감함이 어리석은 행동으로 보였죠. 최고의 시절(2019년 아약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023년 인테르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그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존재감을 발산했지만, 어디까지나 흐름이 좋던 시기에서만 가능했던 얘기였습니다.

안드레 오나나
40미터 로빙 골을 허용하는 오나나

첫 단추가 잘못 꿰지자, 첫 시즌부터 이상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리그 데뷔전 울버햄프턴전에서 그는 사샤 칼라지치와의 성급한 공중 경합으로 페널티를 허용할 뻔했습니다. 몇 주 뒤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전에서는 평범한 슈팅을 놓치고, 경기 후 미디어와 인터뷰를 통해 사과하기도 했죠.

 

이어진 이스탄불 갈라타사라이 원정 경기에서는, 그의 최악의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한 경기력이 나왔습니다. 부정확한 클리어링과 패스 미스로 두 차례 실점을 허용했죠. 골을 막는 '골키퍼'인지 골문만 지키는 '수문장'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경기력이었습니다.

맨유 안드레 오나나
갈라타사라이와 경기에서 실수 후 허공을 바라보는 오나나

물론 잠시 반등한 적도 있습니다. 이스탄불 참사 후 안정감을 찾으며 2024년 대부분 기간 동안 좋은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11월과 12월, 예전 문제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한 실수와 오류가 점점 잦아졌습니다. 패스는 점점 날카로움을 잃었고, 판단력까지 흔들리자 팬들은 단순한 슛도 막아낼 수 있을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나나의 기술적 스타일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다리를 넓게 벌리는 자세를 취합니다. 이 자세는 낮은 슈팅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움직임과 판단이 정확하지 않으면 일명 '알까기'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8강 1차전, 올림피크 리옹과의 경기에서 허용한 두 골은 치명적이었습니다. 팬들도 이전까진 실수를 적응 과정의 일부로 용인했지만, 그 경기 이후부턴 일말의 동정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리그컵 그림즈비 전 실수는 결국 맨유가 새 골키퍼를 찾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안드레 오나나
리옹과의 1차전에서 볼을 흘리는 오나나

인테르 시절의 안정적이고 공격적인 골키퍼, 그리고 맨유에서 길을 잃은 모습. 어느 쪽도 오나나를 온전하게 설명해 줄 순 없습니다. 체계적 시스템에서는 살아남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불안정성에 끌려다녔습니다. 오나나는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을 뿐, 그것을 이끌고 극복하는 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제 맨유는 공격성보단 차분함과 안정성을 가져다 줄 골키퍼를 필요로 합니다. 새로운 골키퍼, 세네 라멘스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입니다.

          ᄂ 2025.09.04 - 맨유, 벨기에 골키퍼 세네 라멘스 영입… 미래를 위한 투자일까 오나나 즉시 대체일까

 

세네 라멘스
세네 라멘스

맨유에서의 오나나의 여정은 이제 끝이 났습니다. 운이 나빴고 환경과 시기도 그를 돕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도 실력 아니냐!"라면 할 말 없지만, 사실 그가 이 정도로 엉망인 선수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좀 더 조직적이고 안정적인 팀, 그리고 공격적인 골키퍼를 원하는 팀이라면 그가 가진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아약스와 인테르에서 활약했던 예전의 그를 그리워하며, 안드레 오나나가 반드시 부활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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