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MLB

[MLB] '넌 내 가족이야!' 아롤디스 채프먼과 살바도르 페레즈, 두 레전드 플레이어의 따뜻한 스토리

더콘텐토리 2025. 9. 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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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가장 인상 깊은 ‘클로저(마무리 투수)’로 누가 생각나세요. 답지에서 아롤디스 채프먼이 빠지진 않겠죠. 채프먼은 이번 시즌 커리어 최전성기 선수처럼 보입니다. 9회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 가운데 채프먼 만큼 신뢰를 줄 수 있는 투수는 많지 않잖아요.

2025 시즌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채프
2025 시즌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채프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채프먼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어요. 뭔가 오만하고, 폼잡기를 좋아하고, 투쟁심이 없고, 강속구 재능만 믿는 투수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번 시즌 그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이 모든게 오해였다고 인정합니다.

‘사람은 겪어봐야 알 수 있다’고들 하죠. 그를 직접 경험해 볼 순 없지만 최근 한 매체를 통해 채프먼의 라이프 스토리를 읽었습니다. 간접적으로 느낀 아롤디스 채프먼은 훌륭한 프로야구선수였습니다.

 

제가 느낀 채프먼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는 명예의 전당 헌액이 거의 확실시 되는 살바도르 페레즈(캔자스시티 로열스 포수)와의 인연, 우정을 중심으로 서술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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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4년 3월 20일이었습니다.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둔 스프링캠프(캑터스 리그) 게임에서 채프먼의 소속팀 신시내티 레즈가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경기를 치렀습니다. 이 게임이 한참 진행중인 6회, 채프먼이 살바도르 페레즈를 상대 했습니다.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페레즈가 받아친 공이 그대로 채프먼의 왼쪽 눈을 강타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죠. 레즈의 포수 브라얀 페냐는 이 순간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끔찍했어요. 너무나 큰 죄책감에 괴로웠습니다.”

채프먼은 페레즈를 상대로 슬라이더를 던지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페냐가 사인으로 이를 거절했고, 속구를 요구했죠. 채프먼이 99마일의 직구를 던졌고, 그 다음 상황은 위에 쓴대로 입니다.

사고 당시 장면. 긴박한 상황에서 다행스럽게도 빠른 조치가 취해졌다
사고 당시 장면. 긴박한 상황에서 다행스럽게도 빠른 조치가 취해졌다

이 게임은 그 즉시 중단됐습니다. 채프먼은 들 것에 실려 경기장 밖으로 이송됐죠. 곧바로 야구장 근처에 있는 응급실로 옮겨져습니다. 살바도르 페레즈도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을 지으며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날 저녁 채프먼의 팀 동료 뿐 아니라 애리조나 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던 쿠바(채프먼의 모국)출신 선수들도 병원에 모였습니다.

 

“병실에서 채피(채프먼의 애칭)를 보는 그 순간,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페레즈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죠. 페레즈는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 일어났어”라면서 “일부러 맞춘 게 아닌데..”라고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채프먼이 오히려 페레즈를 위로했습니다. 채프먼은 “괜찮아. 다 잘 될건데.. 걱정하지마”라고 페레즈를 달랬습니다.

 

이 때 당시만 해도 채프먼이 완전히 회복될 거란 긍정적인 전망이 많지 않았어요. 부정적인 보도도 많았죠. 채프먼이 입원한 병원은 응급수술을 집도하고 예후를 살필 만큼 큰 규모의 병원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레즈와 로열스 양 팀 전문의들이 의견을 모아 채프먼을 피닉스의 종합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 왼쪽 눈썹 위 뼈에 티타늄 판을 삽입하는 큰 수술을 받았죠. 아주 다행스럽게도 수술이 무사히 잘 끝났고, 우리가 알다시피 그는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채프먼이 입원해 있는 동안 페레즈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병문안을 갔습니다. 이 사고가 있기 전까지 둘은 그저 상대팀 야구선수로서만 서로를 아는 정도였지만 병실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갔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우리는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됐어요. 페레즈는 사실상 제 가족이이에요.” 페레즈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채프먼은 이처럼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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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사고가 생기고 10년이 흐른 2024년 가을, 페레즈의 소속팀인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게 패하면서 시즌을 마쳤습니다. 페레즈는 캔자스시티에서 하루 이틀 주변 정리를 마치고 가족들이 있는 마이애미로 갔습니다. 가족들과 모처럼 휴식을 취하려는 그 때 채프먼이 페레즈에게 전화를 해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채프먼: “살비(페레즈 애칭)~ 어디야?”

페레즈: “채피!, 무슨 일이야. 시즌을 이제 막 끝내고 마이애미로 돌아왔지. 좀 쉬려고 해”

채프먼: “너가 마이애미로 온 걸 이미 알고 있었지. 30분 후에 내 집(두사람의 집은 마이애미 시내에 아주 가까이에 있음)으로 와. 훈련하자!”

페레즈: “…?? 뭐라고??”

채프먼: “은퇴하면 평생 쉴건데. 지금은 운동해야지!”

 

저는 몰랐습니다. 채프먼이 지독한 훈련광이라는 것을요. 이를 두고 페레즈가 부연설명을 합니다. “사람들은 채프먼이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준비하는 과정을 잘 모를겁니다. 저는 매년 오프시즌마다 그걸 다 지켜보죠. 매일 함께 하니까요. 정말 지독하게 훈련하고 연습하고 몸을 만들고 공을 던져요.”

이 시대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페레즈
이 시대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페레즈

살바도르 페레즈는 은퇴한 야디에르 몰리나와 더불어 21세기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포수입니다. 그는 로열스의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입니다. 35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페레즈는 여전히 ‘철인 포수’로서 로열스를 이끄는 핵심 선수죠.

페레즈는 선수생활 초창기에 로열스의 고참선배 알렉스 고든으로부터 성실한 훈련 태도를 배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야구를 대하는 태도, 훈련의 중요성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준 이는 다름아닌 채프먼이라고 했습니다.

양키스 시절 전성기를 보낸 채프먼
양키스 시절 전성기를 보낸 채프먼

양키스 유니폼을 벗을 때만 해도 채프먼의 커리어가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페레즈의 권유로 채프먼은 로열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영혼의 단짝이 큰힘이 되었던거겠죠. 채프먼은 로열스에서 반등을 시작(21이닝, 방어율 1.7)했고, 시즌 중 레인저스로 트레이드 됐습니다. 그리고 그 해 가을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끼게 됐죠. 채프먼은 로열스로 향한 그 순간을 ‘신의 계획’이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둘 도 없는 친구인 채프먼과 페레즈
둘 도 없는 친구인 채프먼과 페레즈

투수의 눈을 강타한 끔찍한 타구가 평생의 귀한 인연을 맺어 줄 것이라고 누가 알았을까요. 악몽같은 사고였지만 채프먼과 페레즈에게는 아름다운 우정이 시작된 순간이 됐습니다.

채프먼은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페레즈와 페이스타임으로 영상 통화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어느 날, 채프먼이 차에 탄 옆사람에게 페레즈를 ‘내 귀한 빠나(pana: ‘절친’을 뜻하는 스페인어)’라고 소개하자 페레즈는 이렇게 받아쳤습니다. “나는 네 빠나 아닌데.. 나는 네 가족이지.” 두 사람의 따뜻한 우정과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많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모범이 되길 바랍니다.

The Players
The Players

NBA, MLB, NHL, NFL 등에서 주목받는 선수(더 플레이어)를 심층적으로 조명합니다. 기록과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닌 플레이 스타일, 팀 내 역할, 그리고 경기장 밖의 훈훈한 이야기들도 함께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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