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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Thank you.. Clayton Kershaw(클레이튼 커쇼)

contentory-1 2025. 9. 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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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
일러스트 by Contentory

 

“변화에 적응해야죠. 그러지 않을 거면 사라져야 합니다.”
 
기자들이 클레이튼 커쇼(Clayton Kershaw)에게 나이를 들어가면서 변할 수 밖에 없는 퍼포먼스와 관련한 질문을 던질 때 그는 줄곧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클레이튼 커쇼가 이제 진짜로 은퇴합니다. 커쇼는 정규시즌 통산 228번째 다저스타디움 등판 게임을 앞둔 시점에 깜짝 은퇴 발표를 했습니다. 커쇼는 지난 19일(금요일, 현지시간) 본인의 마지막 홈경기 선발 등판경기를 치렀습니다. 게임에서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홈팬들 앞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고, 오타니 쇼헤이가 떠나는 다저스 레전드에게 잊지 못할 홈런을 선물로 안겼습니다.
 
그가 입버릇처럼 했던 말대로, 커쇼는 멋지고 품위있게 사라질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오늘은 그가 야구계에 남긴 흔적과 기록, 또 스토리..그의 유산(legacy)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클레이튼 커쇼

클레이튼 커쇼는 2006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LA다저스로부터 지명을 받았습니다. 그는 오직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18시즌 동안 활약했습니다. LA다저스는 2020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단축시즌으로 운영됐기에 ‘반쪽짜리 우승’이란 유쾌하지 않은 사족도 달렸지만 그래도 커쇼는 우승의 갈증을 풀었죠. 이 때부터 오프시즌마다 커쇼의 트레이드설이 그치지 않고 터져나왔습니다. 커쇼가 고향인 텍사스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 여정을 보낼 것이란 예측이 많았죠. 하지만 “저는 오로지 다저스에서만 선수로 뛸 것입니다”라면서 확실히 입장을 정리한 후 부터는 트레이드 뉴스가 더는 재생되지 않았죠. 그리고 그의 말처럼 커쇼는 온리(only) 다저맨(Dodgerman)으로 남게 됐습니다.
 
커쇼가 본격적으로 빅리그에서 뛰기 시작한 2008년 이후부터 다저스타디움은 그의 집과 같았습니다. 지금은 다저스가 매년 우승후보로 거론되고 매시즌 디비전 챔피언에 오르지만 이 때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파산’이라는 무서운 단어가 다저스 뉴스 키워드였고, 컨텐더와는 거리가 있었죠. 커쇼는 다저스 상황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릴 때부터 지금의 황금기까지 쇠락을 함께한 다저스의 ‘전우’였습니다.

클레이튼 커쇼
은퇴 발표하는 커쇼

앳된 소년의 얼굴이 이젠 드문드문 흰수염이 보일 정도가 됐습니다. 중년의 아저씨가 된 커쇼는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고 결심했죠. 커쇼가 18일(목, 현지시간) 다저스 인터뷰실에 작은 휴대전화기기 하나만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메모 앱에 적어둔 간단한 메시지를 직접 읽어내려갔습니다.
 
“여러분.. 저는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저는 은퇴하겠습니다.”
 
18번의 시즌을 치르면서 그는 많이 다쳤습니다. ‘어디 한 군데 성한 곳 없다’는 표현이 들어맞을 정도였죠. 다저스 트레이너에 따르면 커쇼의 허리, 엉덩이, 골반, 어깨, 팔꿈치까지 멀쩡한 부위가 없었습니다. 커쇼는 이날 “이 몸뚱이를 이끌고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게 해준 모든 트레이너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클레이튼 커쇼

커쇼는 전성기 시절 평균 94~95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이젠 90마일을 넘기는 것조차 버거워졌습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리그 상위권 선발투수였습니다. 커쇼는 올 시즌 20게임에 선발투수로 출전해 102이닝을 소화해줬고, 방어율은 3.35로 아주 훌륭했습니다.
 
사실 커쇼는 지난 5년 동안 매번 겨울마다 은퇴를 두고 큰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드니까 예전 처럼 빠른 공을 던질 수 없었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커쇼는 매 시즌 다저스 선발투수 로테이션의 한축을 든든하게 지켜줬습니다. 은퇴시기가 미뤄질수록 커쇼가 리그에 남긴 유산도 늘어갔습니다.

클레이튼 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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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는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2022년에는 다저스 프랜차이즈 통산 탈삼진 1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작년 10월 단축시즌 우승이라는 꼬리표마저 떼버릴 수 있는 진짜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죠. 아무래도 이 때 커쇼는 많은 부담을 내려놓았을겁니다. 그리고 올해! 커쇼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역대 20번째로 통산 3000탈삼진 고지에 도달하면서 아름다운 여정의 종착지에 이르렀습니다.
 
커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통은 시즌을 다 끝내고 최종 결정을 내리잖아요. 하지만 저는 이번 시즌 시작할 때부터 ‘이번이 마지막이 되겠구나’라고 결심했습니다. 혹시나 마음이 바뀔까봐 말을 아꼈을 뿐이에요. 그런데 시즌을 치르면서 건강하게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그 단순한 사실에 큰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야 할 때’라는 게 분명해졌습니다.”
 
커쇼는 은퇴를 발표하는 순간에도 그의 평소 성품처럼 참 겸손했습니다. 메시지에 적어놓은 문장 하나 하나가 사려 깊었고 담담했습니다. 자기애를 과시하고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기 보다는 자기를 적절히 낮추는 표현들로 듣는 이들에게 눈물 대신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도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아내 앨런 커쇼(Ellen Kershaw)가 써 준 편지를 읽는 순간이었죠. 엘런의 편지 일부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합니다.

클레이튼 커쇼
커쇼와 그의 가족들

“사랑하는 나의 남편 클레이튼 에드워드 커쇼..
영광스런 다저스의 선수로 남겠지만 우리는 기억해요. 정말 힘든 패배의 순간들이 많았잖아요. 때론 감당하기 힘든 패배도 있었고, 감사하게도 믿을 수 없는 이정표를 세운 날도 있었죠. 그런 시간 우리는 항상 함께 했습니다. 같이 울고 또 같이 웃었죠. 우리 사이에 아이들이 찾아왔고 갓난 아기 때부터 야구장에서 컸습니다. 당신이 공을 던지는 모습에, 다저스가 기적처럼 끝내기 역전승을 하면서 동료들과 얼싸 안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야구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야구장에서 당신을 응원하면서 옆 테이블 이웃들과 함께 ‘테이크 미 아웃 투 더 볼 게임(Take Me Out to the Ball Game)’을 부르면서 건배했고, 파울볼이 날아올때면 후다닥 도망치기도 했죠. 아이들이 실수로 음식을 쏟아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때도 있었어요. 얼마나 미안했던지.. 급히 화장실을 가고 싶다며 보채는 아이를 안고 수천번 야구장을 뛰어다닌걸 당신은 다 모르겠죠. 그렇게 저도 아이들도 다저스 팬들, 직원들과 가족이 되어갔습니다. 이 모든 행복이 당신 덕분이었어요. 클레이튼.. 수고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목소리가 갈라진 커쇼는 팀 동료들을 이야기 할 때는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클레이튼 커쇼

“같이 뭉쳐 있는 다저스 친구들, 그 기분과 감정을 이해하고 한데 모여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것.. 정말 중요해요.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순간이 귀하다는 걸 잘 압니다. 야구 그 자체를 영원히 그리워하면서 지내겠지만, 그래도 저는 괜찮을거에요. 진짜 어려운 건 승리하고 난 뒤에 내 친구들과 함께 끌어안고 축하하는 느낌을 더 가질 수 없다는거에요. 그건 정말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하니까요. 하지만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 결정에 정말 평온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슴이 벅차 오르네요.”
 
클레이튼 커쇼! 당신을 통해 수 많은 야구의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당신 덕분에 야구를 더 사랑하게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클레이튼 커쇼

* 클레이튼 커쇼 커리어(Career)
- 풀 네임: 클레이튼 에드워드 커쇼(Clayton Edward Kershaw)
- 별명: Kersh
- 출생, 고향: 1988년 3월 19일생(텍사스 주 댈러스)
- 출신고등학교: 텍사스 주 댈러스 하이랜드 파크(Highland Park Dallas, TX)
- 드래프트: 2006년 1라운드 7번
- 메이저리그 데뷔: 2008년 5월 25일
 
- 수상내역
내셔널리그 이 주의 선수상 8회
내셔널리그 이 달의 투수상 7회
내셔널리그 올스타 11회 선정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1회(2011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3회(2011, 2013, 2014년)
내셔널리그 MVP 1회(2014년)
로베르토 클레멘테상(2012년)
MLB.com이 선정하는 ‘올해의 투수상’ 2회(2013, 2014년)
베이스볼아메리카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 1회(2014년)
 
- 통산 성적
453경기 등판, 222승 96패
2849이닝, 방어율 2.54, 탈삼진 3054개

The Pla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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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MLB, NHL, NFL 등에서 주목받는 선수(더 플레이어)를 심층적으로 조명합니다. 기록과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닌 플레이 스타일, 팀 내 역할, 그리고 경기장 밖의 훈훈한 이야기들도 함께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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