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MLB

압도적인 직구의 승부사, 게릿 콜(gerrit cole)

더콘텐토리 2020. 6. 1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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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리그 톱클래스 속구 투수 중 한명인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애롤디스 채프먼(Aroldis Chapman)의 결정구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다. 한 때 100마일의 속구로 리그를 휘어잡았던 펠릭스 에르난데스(Felix Hernandez)의 시그니처는 직구가 아닌 스위핑 커브(Sweeping Curve)다. 세계 최고 수준의 속구를 뿌리는 투수들이 결정구로 변화구를 사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상대 타자들은 빠른 직구와 변화구의 속도 차이로 인해 제대로 된 타구를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릿 콜(Gerrit Cole)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있는 현재, 리그 최고수준의 선발투수임에 틀림없다. 이 주장에 확실한 근거로 보여줄 수 있는 1이닝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2019 월드시리즈(휴스턴 애스트로스 대 워싱턴 내셔널스) 1차전 1회초를 선택하겠다. 그 이유는 오로지 ‘직구’ 하나만으로도 가장 큰 경기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게릿 콜

 

콜은 2019년 10월 23일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열린 이 날 경기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콜은 5월 27일 이후 25번의 선발 등판에서 19승 0패, 방어율 1.59 그리고 25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물론 해당 지표에서 콜 보다 높은 승수와 방어율 그리고 많은 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리그에 없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선두타자 트레아 터너(Trea Turner)

콜의 초구를 볼로 골라낸 뒤 가운데 몰린 96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휴스턴의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의 실책성이었으나 안타로 기록).

 

내셔널스의 2번타자는 애덤 이튼(Adam Eaton)

초구는 84마일의 느린 너클 커브를 던졌다. 콜의 이 날 경기 첫 변화구. 문제는 터너와 내셔널스가 초구 변화구를 예측하고 바로 도루를 감행했던 것. 골드글러브 수상 경력에 빛나는 포수 마틴 말도나도(Martin Maldonado)의 2루 송구가 매우 정확했음에도 비교적 여유있게 2루에서 세이프가 됐다.


무사 2루 상황

지금부터가 콜이 왜 현재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선발투수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월드시리즈 1차전 선취득점을 올리기 위해 내셔널스는 당연히 번트를 준비했다. 이에 대비해 휴스턴 내야수비는 모두 전진했고 콜은 좌타자 이튼의 몸쪽 하이패스트볼을 던졌다(96마일). 좌타자가 번트를 감행했을 때 내야 플라이 아웃 비율이 가장 높은 코스인 몸쪽 높은 공에 이튼은 그대로 반응했고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이 잡기에 너무 편한 내야 플라이 아웃이 됐다.


3번타자 앤서니 렌던(Anthony Rendon)

렌던은 이 날 경기 전까지 2019 포스트시즌에서 8게임 연속 안타를 치고 있었고, 타율 .375 1홈런에 7타점을 기록할 만큼 타격 컨디션이 최고였다.
콜은 초구 88마일의 느린 슬라이더를 던졌고 렌던이 반응했지만 파울이됐다. 문제는 렌던의 스윙 궤적과 타이밍이 정확히 변화구가 들어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 마냥 정확했던 것. 이 글 맨 위에도 언급했지만 속구 투수들은 결정구로 변화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마도 콜은 이 88마일의 슬라이더가 파울이 된 뒤 생각을 달리했던 것 같다(결국 이 슬라이더가 1회초 마지막 변화구가 됐다).
2구 97마일의 패스트볼은 커트가 되며 투 스트라이크. 커트가 됐으나 타이밍은 전혀 맞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3구 98마일 하이패스트볼에 스윙 삼진. 렌던의 배트는 공이 포수 미트에 거의 들어오고 나서야 반응했을 정도로 늦었다. 3구 삼진.

 

4번타자 후안 소토(Juan Soto)

2019 시즌 리그에서 하이패스트볼 타율이 가장 높은 타자 후안 소토와 리그에서 하이패스트볼 피안타율이 가장 낮은 투수 게릿 콜의 대결.
초구는 97마일의 패스트볼에 스윙 스트라이크(소토의 배트 타이밍과 궤적은 변화구를 기다렸던 것으로 보인다).
2구는 98마일의 몸쪽 패스트볼에 루킹 스트라이크. 그리고 바로 이어진 3구는 99마일 바깥쪽 패스트볼에 스윙삼진. 렌던과 마찬가지로 3구삼진. 세 개의 공 모두 직구였고 모두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정면승부였다. 소토는 파울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노아웃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 상대 팀 3번과 4번 타자를 상대로 연속 3구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투수. 그리고 이 상황에서 변화구 없이 직구 하나만으로 상대 타자들을 삼진 아웃 처리할 수 있는 투수가 바로 게릿 콜이다.

게릿 콜의 직구 구속과 회전수가 2020시즌에도 유지될 수 있을까. 양키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수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콜은 과연 어떤 답을 줄수 있을까. 콜의 양키스 데뷔전은 2020년 3월 27일 볼티모어 오리얼스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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