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UEFA

[TRIVIA] 카라바흐 FK, 카이라트 알마티 "왜 아시아 팀들이 UEFA에서 뛰지?"

더콘텐토리 2025. 10. 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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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흐 FK

챔피언스리그 첼시와 카라바흐 FK의 경기를 기다리는 당신. 궁금하지 않나요. 도대체 왜 아제르바이잔 팀이 UEFA 대회에 나오는 거지? UEFA의 국경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리적 선뿐 아니라 역사, 정치, 돈, 야망이라는 펜으로 지도가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누구일까요. 어쩌면 사우디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카라바흐 FK 사진
챔피언스리그 경기전 카라바흐 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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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챔피언스리그 조추첨을 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클럽, 어쩌면 리버풀이나 첼시가 카라바흐 FK라는 팀과 맞붙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좋아, 손쉬운 승리군!” 그런데 이 팀을 검색해보니, 아제르바이잔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도를 찾아보니 아제르바이잔은 이란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대체 왜 아시아의 팀이 유럽 최고의 대회에서 뛰고 있는 걸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유럽이라고 할 때, 지리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서쪽은 포르투갈의 대서양 해안에서, 동쪽은 러시아의 우랄 산맥까지. 이 산맥은 오랫동안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전통적인 경계선으로 여겨져 왔으니까요. 하지만 UEFA의 세계에서는 그 선이 조금 흐릿해집니다. 이제 동쪽으로 이동해 볼까요. 모스크바를 지나고, 우랄 산맥을 지나 계속 가봅시다.
 
여기,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이 있습니다. 지리적으로는 거의 전부 유럽보다는 아시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국가대표팀과 클럽들은 유럽 무대를 향해 경쟁합니다. 그리고 더 잘 알려진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카자흐스탄입니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이 거대한 국가는 중앙아시아 깊숙이 뻗어 있습니다. 그 영토의 압도적 다수는 부정할 수 없이, 명백히 아시아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챔피언들은 전북(한국)이나 빗셀 고베(일본),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나 리버풀과 맞붙기를 꿈꿉니다. 이는 결코 사고나 실수가 아닙니다. 그들의 선택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시기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카라바흐 FK 사진
2025/26 UCL 리그 페이즈 2차전에서 코펜하겐에 2-0로 이긴 카라바흐 FK

20세기의 대부분 동안, 이들 국가는 거대한 소련의 일부였습니다. 그들의 축구 클럽들은 소련 리그 시스템에서 뛰었고, 최고의 선수들은 UEFA 회원이었던 소련 대표팀에서 활약했습니다. 그러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자 이 나라들은 축구의 미래를 새롭게 결정해야 했습니다. 지리적으로 속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가입할 것인가, 아니면 UEFA라는 서쪽을 향할 것인가. 물론 선택은 간단하고도 분명했습니다. 세 가지 강력한 동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명성, 돈, 그리고 정체성
 
첫 번째는 명성입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하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역사적인 클럽들을 상대로 실력을 시험해보는 매력은 AFC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재정입니다. 텔레비전 중계권 수익, 스폰서십 계약, 상금에서 UEFA와 AFC의 격차는 엄청납니다. UEFA 조별리그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클럽의 재정은 10년 동안 바뀔 수 있습니다.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경제적 생명줄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겠지만) 정치적·문화적 정체성이었습니다. 모스크바라는 궤도에서 벗어났지만, 이 나라들은 정치적, 문화적으로 미래를 유럽과 함께한다고 여겼습니다. 축구는 이들의 서구 지향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 되었습니다. UEFA에 가입하는 것은 자신들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세계에 알리는 선언과도 같았습니다.

바쿠 토피크 바흐라모프 스타디움 사진
카라바흐 FK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바쿠 토피크 바흐라모프 스타디움

이런 선택이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어떤 정체성의 진술이었는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카라바흐 FK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의 가장 성공적인 클럽이지만, 그들의 존재는 단순한 축구팀의 차원을 넘어섭니다. 그들은 망명 중인 팀입니다. 고향 아그담은 1980년대 후반 시작된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으로 폐허가 되었고, 1993년 이후로 카라바흐 FK는 수도 바쿠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경기장 '토피크 바흐라모프 스타디움'에서 홈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울려 퍼지는 그들의 응원가는 단순한 함성이 아닙니다. 그것은 잃어버린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자, 생존을 증명하려는 저항의 외침입니다. 유럽 무대에서 올린 그들의 모든 골과 승리는 단순한 스포츠적 의미가 아니라, 정체성과 존엄을 되찾는 여정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카라바흐 FK의 유럽 무대 부상(浮上)은 단순히 축구의 성취가 아니라, 아제르바이잔이라는 나라가 유럽과 함께 서고자 했던 열망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결과이기도 합니다.

'카이라트 알마티' 선수단 사진
스코틀랜드 셀틱을 꺾고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한 '카이라트 알마티'

코카서스 국가들이 역사적 연속성을 대표한다면, 카자흐스탄은 의식적이고 전략적인 전환을 상징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처음부터 UEFA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바꿔 택했기 때문입니다.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은 처음에 아시아축구연맹에 가입했습니다. 1990년대 내내 아시아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연맹은 발전이 정체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들은 더 큰 도전, 더 나은 경쟁, 더 많은 노출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2002년, 그들은 대담하게도 AFC를 떠나 UEFA 정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이는 순수한 야망이 이끈 선택이었습니다. 그들은 월드컵이나 대륙별 선수권 대회(유로) 본선 진출이 더 험난해 질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강호들과 맞서는 것이 성장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2015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진출한 FC 아스타나 같은 클럽이나, 올해 카이라트 알마티의 활약이 바로 그 대담한 '결정'의 결과물입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사진
지난 14일(현지시간) 우디네에서 열린 이탈리아-이스라엘 월드컵 예선전 경기 장면

이런 축구적 국경의 유연성은 구 소련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도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속합니다. 수년 동안 그들은 AFC 회원이었고, 1964년에는 아시안컵을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치가 개입합니다. 1970년대 내내, 특히 아랍권의 많은 AFC 회원국들은 이스라엘과의 경기를 거부했습니다. 정치적 보이콧에 직면해 경쟁이 불가능해진 이스라엘은 AFC를 추방되듯 떠나게 됩니다. 이후 수년간 축구 공백기를 보내다 급기야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예선을 치르게 되자, UEFA는 1994년 그들에게 정회원 자격을 부여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륙을 넘나드는 회원국들은 실제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우선, 물리적 악몽입니다.
여러분이 포르투갈의 스포르팅 리스본 선수라고 상상해 보세요. 일요일에는 중요한 리그 경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수요일에는 알마티에서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이는 6개의 시간대를 가로지르는 11시간 비행입니다. 도착한 나라는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집니다. 경기를 치르고, 다시 11시간을 비행해 돌아옵니다. 이는 엄청난 신체적·정신적 도전입니다.

카라바흐 FK 사진
벤피카를 3대 2로 잡는 이변으로 UCL 본선 첫 승을 달성한 카라바흐 FK

하지만 달리 보면 이러한 도전이 유럽 대회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 지리적 다양성은 놀라운 언더독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그것은 예측 불가능성과 낭만을 더합니다. 카자흐스탄의 팀이 스페인 강호를 무승부로 막아내거나, 아제르바이잔의 망명 클럽이 유럽의 엘리트와 맞붙을 때, 그것은 축구라는 '마법'을 구현합니다. 그것은 열정과 야망이 지도 위의 선으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아름다운 '스토리'입니다.
 
UEFA의 국경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리적 선뿐 아니라 역사, 정치, 돈, 야망이라는 펜으로 지도가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누구일까요. 게임이 성장하면서, 더 많은 나라들이 UEFA의 문을 두드리게 될까요.
어쩌면 다음 차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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