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베컴, 영국 왕실로부터 그토록 원하던 기사 작위 받았다
데이비드 베컴이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의미 없는 세글자(Sir)를 얻기 위해 그렇게 기어다닌 사람은 처음본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네요.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베컴이 기사작위를 받으려고 부던히 노력 했다니 조금 흥미로운데요. 오늘따라 중후한 베컴 경보다는 '골든 볼스', 꽃미남 베컴이 더 그리워지네요.

며칠 전 X(구 트위터)를 보다 한 게시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데이비드 베컴 드디어 기사 작위를 받다.”
한물 간 해외 스포츠 스타의 딴 세상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관심 있게 보니 계속해서 베컴 관련 포스트들이 따라붙더군요. 기사 작위를 받는 모습부터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로서의 행보 그리고 왕실 조문 당시의 모습까지.
문득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왕실은 축구선수에게 왜 기사 작위를 줄까. 축구선수가 기사 작위를 받는다는 건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좀 더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영국에서 ‘기사 작위(Knighthood)’는 국가에 특별한 공헌을 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왕실 최고 등급의 명예훈장입니다. 버킹엄 궁전이나 윈저성에서 열리는 공식 서임식에서 왕이나 왕실 일원이 칼끝으로 어깨를 가볍게 터치하면,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경(Sir)’이라는 칭호를 쓸 수 있게 되죠.

그래서 이제부터 베컴은 공식적으로 ‘데이비드 베컴 경(Sir David Beckham)’, 그리고 그의 아내 빅토리아는 ‘레이디 빅토리아 베컴(Lady Victoria Beckham)’이 됩니다. 이만하면 충분히 영화 같은 순간 아닐까요.
하지만, 이 장면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따뜻한 건 아니더군요.
영국의 일부 언론과 평론가들은 “이제야 베컴의 오랜 꿈이 이뤄졌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그는 너무 그 꿈에 매달려 있었다”고 꼬집었습니다.
방송인이자 작가인 브라이언 리드(Brian Reade)는 "자신의 브랜드 앞에 의미 없는 글자 세 개(Sir)를 붙이려고 그렇게 애쓰고 기어다닌 사람은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다"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베컴이 기사 작위를 받지 못했던 몇 년 전, 선정위원회를 향해 욕설을 퍼부은 이메일이 유출되기도 했으니까요. 그 내용엔 “은혜도 모르는 XX들”이라는 거친 표현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찰스 3세의 장남 윌리엄 왕자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이용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두 사람은 벌꿀 만들기를 좋아하는 공통점으로 친분을 쌓았다고 하네요.
물론 베컴이 걸어온 길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맨유, 레알 마드리드, LA 갤럭시, PSG를 거치며 잉글랜드 대표로 115경기에 나섰던 선수, 그리고 은퇴 후에는 유니세프를 비롯한 자선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했죠. 게다가 2022년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당시, 12시간 넘게 줄을 서서 조문하던 베컴의 모습은 수많은 영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정도면 받을 자격이 있다”, “그는 단지 축구선수가 아니라, 영국의 얼굴이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베컴은 너무 ‘경(Sir)’이 되고 싶어했다”, “진심이라기보다 상징만을 원했던 것 같다”라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본인 빼고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요.
그의 스승 알렉스 퍼거슨 경(Sir)은 어땠을까요.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을 거둔 영국 감독이지만, 그는 기사 작위 제안을 받았을 때 한동안 망설였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 노동자 계층 출신이 ‘경’이라 불리는 게 어색하다.”
그가 맨유 공식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죠. 결국 아들의 계속된 설득으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한동안 ‘알렉스 경(Sir Alex)’이라는 서명조차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자는 그토록 원했지만, 스승은 한동안 불편해했으니 묘한 대조입니다.
누구에게는 영예롭고, 누구에게는 어색했던 그 칭호의 차이는 단순히 성격의 문제만은 아닐 듯합니다. 퍼거슨에게 기사 작위는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포장해 주는 거추장스러운 상징이었을지 모르지만, 베컴에게 ‘경(Sir)’은 단순한 칭호를 넘어 “끝내 인정받고 싶었던 세계”를 의미했을 수도 있습니다.
왕실의 질서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 혹은 그 상징적인 문턱을 넘고 싶은 열망. 그게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열망이 너무 커질 때, 어딘가 인간적인 결핍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왜 베컴의 기사 작위 소식이 반갑기보다 조금 낯설게 느껴질까?”
아마도 그는 이미 충분히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굳이 왕실의 검 끝이 아니라도, 이미 그 자신이 하나의 브랜드이자 하나의 왕국이니까요. 모든 걸 가진 듯 보이는 그가 ‘경’이라는 글자를 너무 간절히 원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게 그의 인생을 깎아내릴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인정받고 싶어서 달렸고, 누군가는 그저 자신의 길을 걸었더니 그 곳에 와 있었다, 그런 차이일 뿐이겠죠.

이러고 저러고 다 떠나서, 기사 작위를 받은 중후한 ‘데이비드 베컴 경(Sir David Beckham)’의 모습을 보자니 오늘따라 ‘골든볼스(Goldenballs)’, 꽃미남 베컴이 더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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