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L] 캘리포니아 빙판 위에 펼쳐진 뜨거운 순위 경쟁!! (산호세 샤크스 외)
NHL 서부 컨퍼런스 퍼시픽 디비전에서 예상 밖의 뜨거운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연고 팀들의 선전이 두드러집니다. 그 주인공은 LA 킹스, 애너하임 덕스, 산호세 샤크스입니다.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이 지역은 개막 6~7주가 지난 현재, NHL의 격전지로 변모했습니다.
이번 주 와이드 뷰는 빙판 위 공놀이 빙구(氷球), 아이스하키입니다. 가장 차가운 경기장 위에서 펼쳐지는 이 종목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인 NHL에서 이번 시즌 가장 뜨거운 경쟁지역은 재밌게도 캘리포니아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죠. 사실 퍼시픽 디비전은 오랫동안 하키 팬들의 관심 밖에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을 맞이하기 전 사전 평가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죠.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시즌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캘리포니아 주에 연고를 둔 모든 팀들에게서 예상 밖 선전이 이어지고 있죠. 개막이후 6~7주 시간이 흐른 현재 캘리포니아는 NHL 서부컨퍼런스의 순위 각축전이 펼쳐지는 격전지 입니다. 이 글에선 퍼시픽 디비전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팀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일단 퍼시픽 디비전에 속해 있으면서 캘리포니아주에 연고를 둔 팀들을 열거하자면, LA킹스와 애너하임 덕스, 그리고 산호세 샤크스가 있습니다.

먼저 LA 킹스이야기부터 해볼게요. 킹스는 지난 시즌 나름대로 존재감을 보였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선 과소평가를 받았습니다. 막상 개막 뚜껑을 열고나선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킹스는 잠시였지만 디비전 1위에 오르기도 했죠. 매일 밤 ‘이변이다’ ‘예상을 깬 승리다’ 이런 분석들이 나왔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고선 ‘일시적이 아닐것이다’ ‘우연이 아닌듯’ 이란 표현들로 해석 내용이 바뀌어갔습니다. 킹스의 현재 성적은 10승 6패, 그리고 6연장전 패배(10-6-6) 입니다. 이 성적 이면에 기묘한 수치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홈-원정 편차인데요. 혹시 지난 시즌의 킹스를 기억하시나요. 홈구장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결코 쉽게 지지 않는, 절대강자다운 면모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정반대에요. 팀이 거둔 10번의 승리 가운데 홈에서 이긴 게임은 이제까지 딱 한번 뿐입니다. 그러니까 원정에서 9승, 홈에서 1승 뿐인거죠(한편 동부에선 뉴욕 레인저스가 홈에서 2승, 원정에서 9승입니다). 이런 홈-원정 편차는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어 보이기는 합니다.

어쨌든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고 있는 킹스의 내면에 깃든 강점이 무엇이냐. 일단 점유율 하키를 구사하는 대표적인 팀입니다. 아시다시피 야구나 농구에 과학적인 데이터가 넘쳐나는 세상이죠. 데이터에 근거해 선수들 출전시간과 경기 전개 방식을 달리하죠. 하키에서도 데이터를 중시하는 팀들이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는데요. 킹스가 대표적입니다. 이 팀은 일단 점유율을 극도로 끌어올리고선 퍽을 상대 골리 진영에서 주로 돌게 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운영합니다. 지금까지 이 방식이 잘 먹혀들면서 로스터 수준에 비해 높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여기에 다르시 쿠엠퍼(Darcy Kuemper) 골리의 활약도 빛을 더합니다. 백업 골리인 안톤 포스베리(Anton Forsberg)도 안정적인 덕분에 주전-백업 골리간 경기력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것도 큰 장점입니다.
공격진에서는 케빈 피알라(Kevin Piala)의 골 폭주모드가 승리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팀 최고 선수인 아드리안 켐페(Adrian Kempe)도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을 받고 뛰는 선수”라는 평가와 함께 이름값을 하고 있죠. 또 조직력이 킹스의 장점으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퀸튼 바이필드(Quinton Byfield)나 브랜트 클라크(Brandt Clarke) 같은 선수들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승부처 결정력도 인정할 만합니다. 킹스는 연장전에 가도 어떻게든 득점을 올리고 게임을 승리하는 정신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오해하진 마십시오. 킹스의 장점만을 열거했을 뿐입니다. 결코 이팀이 컨퍼런스 최대 강팀이라거나 우승후보, 이런 수준은 절대 아닙니다. 일단 선수들 재능의 총합이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홈-원정 격차를 어떻게든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렇게 어리석은 이들이 아니죠. 시즌 전에 박한 평가를 받은 건 분명히 이유가 있습니다. 언제라도 제 자리를 찾아갈지도 모르죠. 하지만 사실인 것은, 지금까지 킹스는 중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고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력도 갖췄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애너하임 덕스. 사실 이팀이야말로 시즌 초반 NHL의 신데렐라 아니겠습니다. 전문 스포츠 매체들에서 덕스를 주제로 한 톱스토리가 쓰여질 정도였으니까요. 저도 이 팀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습니다.
수년째 아닌 십수년간 덕스는 하키의 최고 변방이었습니다. 팀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도, 구단의 의지도 잘 느껴지지 않았죠. NBA로 따져보면 마치 샬럿 호네츠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팀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즌 초반 덕스는 어느 날 밤 승리했고, 그 다음날 밤 또 이겼고, 하루 쉬고 그 다음날에도 또 승리하는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그 행진이 믿을 수 없게도 7연승까지 흘러갔죠. 그 이후에 살짝 연패구간에 오르자 “올 것이 왔다”는 냉소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덕스는 그 위기를 또 어떻게든 벗어냈습니다. 지금 서부컨퍼런스 16개팀 가운데 덕스의 머리 위에 있는 팀은 딱 둘 뿐입니다(덕스의 성적은 13승 7패, 1연장패/ 13-7-1). 1황이라 불리는 콜로라도 아발란체와 전통의 강호 댈러스 스타스 뿐이죠. 골든나이츠도, 오일러스도, 제츠도 모두 덕스 아래 있습니다.
오리가 이렇게 날아오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주전 골리 루카스 도스탈(Lukas Dostal)의 활약을 모두가 1번으로 꼽습니다. 팀은 도스탈이 출전한 날 무려 11승을 거뒀습니다. 백업 골리 피트 므라젝(Petr Mrazek)이 링크에 섰을 때는 3승에 불과하죠. 도스탈의 평균 실점은 2.81점(세이브율은 .904). 여전히 처참한 덕스의 수비진을 감안한다면 황송한 수준이 확실합니다. 25세로 전성기를 향하는 그는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엘리트 골리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입니다. 이 젊은 팀에서 베테랑 플레이어에 속하는 윙어 트로이 테리(Troy Terry)는 “우리의 시즌 출발이 결코 잠깐 반짝이고 져 버리는 게 아닐겁니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란 확신이 있습니다”라면서 “우리는 그 동안 제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고, 그 잠재력이 이번 시즌 폭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죠.

테리의 말대로 약팀이 강팀의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지속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팀은 해답을 골리와 공격력에서 찾고 있습니다. 덕스는 불과 얼마 전까지 리그에서 경기당 득점이 가장 많은 팀이었습니다. 어설픈 수비를 골리와 공격력으로 만회하고 있는거죠. 리그 최대 약체로 분류됐던 덕스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득점을 올리게 됐을까요? 앞서 킹스의 장점이 ‘점유율 하키’였다면 덕스의 특장점은 ‘유효슈팅 맥시멈’에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슈팅을 많이 때리는 전략을 매일 밤 펼칩니다. 주목할 선수로 커터 고티에(Cutter Cauthier)가 있습니다. 21세 신예인 그는 12골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는 동시에 유효슈팅이 91개로 리그 전체 선수들 가운데 1위입니다. 또 고티에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덕스의 패스트 브레이크(속공) 하키도 눈에 띕니다. 그렇다면, 덕스는 초반 돌풍을 이어가면서 결국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을까요. 제 대답은 ‘Yes’입니다. 덕스가 초반에 벌어놓은 승점이 분명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들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점으로 이번 시즌 리그가 다소 균형 잡혀 있죠. 오일러스, 제츠, 골든나이츠의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게 한 몫하고 있습니다. 덕스 팬들은 그토록 바라온 플레이오프 게임을 이제 드디어 볼 수 있을겁니다.

끝으로 산호세 샤크스입니다. 사실 샤크스 순위는 항상 컨퍼런스 최하위에 상수로 두어도 이상하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요. 개막에 앞서 쏟아진 분석에서도 ‘이 팀은 평소처럼 끔찍할 것’이란 평가가 대세였습니다. 맥클린 셀레브리니(Macklin Celebrini)에 이어 개빈 맥케나(Gavin Mckenna)까지 드래프트 픽으로 뽑기 위해서라도 시즌을 의도적으로 망칠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았고요. 하지만! 그들은 예상을 뒤엎고 매일 밤 ‘볼 만한 하키 게임’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습니다.
출발은 미약했죠. 6연패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악몽의 밤을 뒤로 하고 13경기에서 8승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궤도에 올랐습니다. 샤크스 선수들은 이제 더 이상 복권처럼 긁어보고 싶은 드래프트 픽 최상위권 지명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덕스나 킹스, 그들 수준에 이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앞으로 펼쳐질 20여게임 정도를 더 봐야지만 이 팀의 남은 시즌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하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샤크스 게임 매일 보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하이라이트 만큼은 꼭 챙겨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셀레브리니의 플레이 그 하나때문만이라도 무조건 보실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셀레브리니는 며칠 전 연장전 끝내기 골과 함께 헤트트릭을 기록하면서 또 한번 하이라이트 필름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나이는 리그에서 가장 어린축에 속하면서도 플레이가 화려하고 심지어 여유도 있습니다. 또 윌 스미스(Will Smith)와 펼쳐 보이는 듀오 플레이도 환상적입니다. 이들 나이대에서 결코 찾아보기 힘든 다이내믹 듀오죠.
샤크스는 항상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팬들에게 시간을 달라고 설득했습니다. 곧 좋은 시절이 올거라는 근거 없는 고문을 수년째 해왔죠. 근데 이번 시즌 그 설득이 먹혀들고 있습니다. 승패를 떠나 셀레브리니의 활약만으로도 기꺼이 돈을 내고 티켓을 사는 팬들이 늘고 있는거죠. 그를 중심으로 팀을 재건하려는 계획은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게 붙었습니다. 맥케나까지 품으면 더할 나위 없을테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맥케나는 샤크스 유니폼을 입긴 어려워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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