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FIFA

[FWC] 워싱턴 D.C.? 월드컵 보러 갔다가 헛걸음할 수도 있습니다

더콘텐토리 2025. 12. 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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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의 상징인 워싱턴 기념탑(The Washington Monument)
워싱턴 D.C.의 상징인 워싱턴 기념탑(The Washington Monument)

오늘은 월드컵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월드컵 역사 96년 동안, 극히 드믄 예외를 제외하곤 대부분 개최국의 수도에서 경기를 열어왔습니다. 수도는 국가의 얼굴이자 상징이며,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중심적인 공간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워싱턴 D.C.가 개최지 명단에 없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수도인 워싱턴 D.C.가 월드컵에서 배제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정말 단순한 선택 실수였을까요, 아니면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결과였을까요. 저는 평소 이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었는데요, 이를 풀어줄 내용이 해외 매체 디 애슬레틱 실렸기에 재구성해 전달하고자 합니다.

2021년 당시 피파 관계자를 맞이하는 무리엘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우측)
2021년 당시 피파 관계자를 맞이하는 무리엘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우측)

돌이켜 보면 운명의 방향이 미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은 2021년 9월이었습니다.

 

피파(FIFA)와 미국축구협회 관계자들이 경기장 후보지였던 메릴랜드 랜도버의 페덱스 필드(FedEx Field)를 방문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던 날입니다. 도심에서 경기장까지의 예상보다 긴 이동 시간은 관계자들 사이에 거슬리는 긴장을 퍼뜨렸습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운 이동이 이어지는 동안 아무도 말이 없던 버스에서, 누군가 조용히 말을 꺼냅니다.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건가요. 여기가 정말 월드컵 후보지입니까”

 

단순히 궁금해 던진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불만 섞인 푸념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는 이미 어딘가에서 균열이 나고 있다는 신호였는지도 모릅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경기장 내부에 들어섰을 때, 실망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VIP 스위트, 기술 인프라, 전반적인 시설 상태 중 어느 하나 월드컵 기준에 부합한 것이 없었습니다.

 

이 경기장은 이미 몇 달 전부터 각종 사고로 뉴스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파이프 파열로 오수가 관중석 위로 떨어진 사건, 스프링클러 오작동, 그리고 난간 붕괴로 팬들이 아래층으로 추락한 사고까지, 문제의 목록은 길고도 불길했습니다.

피파가 요구한 대규모 개보수 계획은 당시 구단주 댄 스나이더(Dan Snyder)에 의해 단칼에 거부되었습니다. 애초에 그는 월드컵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할 의지가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워싱턴시는 손에 들어온 카드를 허무하게 잃을 처지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볼티모어 M&T 뱅크 스타디움
볼티모어 M&T 뱅크 스타디움

그러자 워싱턴은 준비가 부실한 페덱스 필드를 포기하고 볼티모어와의 공동 유치안을 내놓습니다. 경기는 볼티모어의 M&T 뱅크 스타디움에서 열고, 워싱턴은 전국 팬존의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두고 내부 관계자들은 “마지막 승부수(Hail Mary)”라고 표현했습니다.

 

  * Hail Mary: 미식축구에서 점수차가 크고 승산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먼 거리를 던지는 절박한 패스

 

피파 측도 처음엔 관심을 가졌습니다. 관계자들이 M&T 뱅크 스타디움의 시설에 매료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간적으로 너무 늦었고,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절충이었습니다. 피파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단호했고 명확했습니다.

 

선택은 워싱턴이 아니라 보스톤이었습니다.

인판티노 피파 회장(왼쪽)과 로버트 크래프트 구단주(왼쪽에서 두번째)
인판티노 피파 회장(왼쪽)과 로버트 크래프트 구단주(왼쪽에서 두번째)

그렇다면 왜 보스톤이었을까요.

 

많은 이들은 그 배경에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이자 미국 축구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인 로버트 크래프트(Robert Kraft)의 존재를 이야기합니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많고 피파와도 오랜 인연을 가진 그의 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립니다.

 

발표 당일, 워싱턴 도심의 펜 소셜 바에 모여 결과를 지켜보던 워싱턴 관계자들은 발표 직후 깊은 침묵에 잠겼습니다. 워싱턴 유치위원회 공동 의장이었던 마크 아인(Mark Ein)은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이길 줄 알았습니다.”

 

역사, 상징성, 인구 규모, 축구 문화, 그 모든 것이 충분하다고 믿었지만, 단지 미국의 수도라는 이름만으로 월드컵을 유치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워싱턴 D.C.의 이름은 2026 월드컵 일정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야심차게 준비하던 내셔널 몰 팬 페스티벌 계획 역시 어떤 공식 발표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유치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도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세계의 수도라 불리는 도시가, 낡은 경기장 하나로 모든 꿈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은 어쩌면 너무 가혹한 결말일지도 모릅니다.

 

2026년 여름, 세계는 축제를 즐기며 환호할 것입니다. 그러나 워싱턴 D.C.는 그 축제를 밖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페덱스 필드가 달랐다면 어땠을까요. 만약 투자와 개선이  더 일찍 이뤄졌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요.

그 질문의 답은 이제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일이 단순히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도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실패라는 점에서 D.C. 시민들에게 조금은 뼈아프게 느껴집니다.

Off the P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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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 등 유럽 여러 나라의 프로축구 경기 결과와 주요 포인트 등을 전해드립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년 북중미월드컵 관련, 국가대표 축구팀들의 다양한 축구 이야기도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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