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시애틀 시호크스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쿼터백, 샘 다놀드(Sam Darnold)

시애틀 시호크스의 팬들은 진심으로 그를 믿었을까요.
그가 이 팀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을 때만 해도 믿음이 크지 않았을겁니다. 본격적으로 팀 미팅을 갖고 훈련을 시작할 때도 그랬을거구요. 시즌을 시작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에 나올 만한 기막힌 장거리 패스가 하나둘 나왔을 땐 순간 열광적인 환호성이 터졌지만 그래도 그가 이 팀의 구원자가 되어줄 거란 믿음이 크진 않았을겁니다. 그런데 지금, 시호크스 구단 프론트도 팬도 그를 향한 신뢰는 그 어느때보다 큽니다. 그는 시호크스의 쿼터백 샘 다놀드 입니다.
샘은 8시즌의 비교적 길지 않은 커리어 기간 이미 5개의 팀을 오간 저니맨에 가까웠습니다. 그렇지만 실력도 저니맨은 아니었기 때문에 시호크스는 그를 주전 쿼터백으로 점찍었습니다. 프론트 직원들이 “과연 샘이 빠르게 팀에 적응할 수 있을까”라면서 내비친 걱정은 아주 빠르게 걷혔습니다. 팀의 라인배커 어니스트 존스4세의 말입니다. “샘이 처음 우리 라커룸에 왔던 날을 기억해요. 그는 이미 농담을 던지면서 편안해보였습니다. 그 때 느꼈어요. 아, 이 사람 우리랑 한 팀이구나.” 팀의 간판 수비수 어니스트가 인정하자 팀 동료 모두가 곧바로 샘을 받아들였습니다. 어니스트는 “이번 시즌에 어떤 일이 생기든 우리는 그를 일으켜 세워 줄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샘 다놀드는 그런 동료들 믿음을 등에 업고 눈부신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팀을 슈퍼볼로 이끌었습니다.

다놀드는 동료들에게 큰 존경을 받는 선수가 됐습니다. 그건 다놀드가 패트릭 마홈스나 라마 잭슨처럼 팀을 들었다 놨다 할 만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갖춘 쿼터백이라서가 아닙니다. 다놀드는 시호크스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그저 평균 이상의 쿼터백으로서 인정을 받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시호크스에서의 그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순식간에 그의 운동능력이 탁월해져서는 아니겠지요. 아마도 팀 동료들과 빠르게 하나가 되어가면서 보여준 탁월한 팀 워크, 케미스트리가 작용했기 때문일겁니다. 다놀드가 동료들에게 존중을 받는 바탕에는 그의 탁월한 인간 됨됨이가 있었습니다.
샘 다놀드는 시즌 막이 오르기 전, 여름에 동료들을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직접 모임을 주선했습니다. 그전까지 서로 생소했던 선수들은 이 자리를 통해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가까이서 다놀드를 지켜본 동료들이 그를 표현한 단어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탈함’입니다. 수천만달러 연봉을 받고, 명품으로 패션을 꾸미는 선수들 사이에서 그는 매일 같은 반스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었고,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대신 평범한 튀김요리에 꽂힌 사람이었습니다. 시호크스의 베테랑 세이프티 줄리안 러브는 다놀드를 가리켜 “그냥 한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이 표현이 딱 와닿습니다. 아마도 다놀드의 말과 행동에 허세와 과시가 베어 있었다면 팀에 이토록 빠르게 스며들지 못했을 겁니다. 팀을 이끄는 쿼터백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일상이 겸손했고, 이타적이었으며 성실했기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호크스 타이트엔드 에릭 소버트의 이 말 한마디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다놀드를 위해 뛰는 게 정말 좋아요.”

다놀드는 NFC챔피언십 매치에서 총야드 346, 3개의 터치다운을 기록하는 동안 단 하나의 턴오버도 범하지 않았습니다. 다놀드는 이전 시즌 소속팀에서 14승을 따냈지만 연장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호크스 유니폼을 입었기에 시장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초점은 시애틀에서의 건강한 일상에 맞춰졌고, 특히 동료들을 위해 악착같이 싸우겠다는 태도가 뚜렷했습니다. 다놀드는 “제가 동료들을 지지하고, 이 팀이 이기게끔 헌신하겠다는 그런 태도는 말로 느껴질 수 있는 그런 게 아닙니다. 이 경기장 모든 곳에서 제가 패스하고 작전을 함께 수행하는 동료들, 그리고 우리를 보러 와준 팬들과 이 경기장 모든 곳에서 일하는 분들과 교감하는 그 모든 순간순간 쌓여가는겁니다”라고 말합니다. 다놀드 타입의 리더십은 강렬한 카리스마로 팀을 휘어잡지 않습니다. 따뜻하면서도 이타적인 태도를 일관적으로 유지하면서 꾸준히 그 신뢰를 쌓았습니다.
지금 스포츠 미디어는 지난 오프시즌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다놀드를 대합니다. 그 때만 해도 다놀드는 패배자로 묘사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놀드는 모든 비판들을 잠재웠다”면서 치켜세웁니다. 수많은 리포터가 앞다퉈 다놀드 앞에 마이크를 들이대고 같은 질문을 합니다. “오프시즌과 전혀 달라진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다놀드의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그런 건 저와 팀에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저와 함께 라커룸을 쓰는 사람들입니다.”

슈퍼볼 매치 티켓을 확보하기까지 치른 세 경기에서 다놀드는 패스 성공률이 무려 72.2%까지 치솟았습니다. 기록한 야드는 668, 4개의 터치다운 그리고 무결점 턴오버까지. 큰 경기를 치를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그의 퍼포먼스가 경이롭습니다. 물론 정규 시즌 그의 마법 같은 회춘의 바탕에 압도적인 수비수들의 힘이 자리했었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십 매치에서 맞붙은 LA램스와의 경기는 끊임없이 치고 받는 난타전이었습니다. 그래도 그가 해냈습니다. 마이크 맥도널드 시호크스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놀드의 이번 경기는 플레이오프 역사상 최고의 퍼포먼스 중 하나로 기록되어야 할 겁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램스의 매튜 스태포드는 시호크스의 리그 1위 수비진영을 뒤흔들었습니다. 맥도널드 감독과 다놀드는 경기를 승리하기 위해 ‘무조건 더 적은 실점을 하자’가 아니라 ‘1점이라도 더 내야한다’는 전략으로 갈아탔습니다.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이 같은 구상은 팀을 하나로 결속시켰습니다. 공격진이 짊어져야하는 짐은 무거워졌지만 누구도 그것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다놀드는 더 정확한 경기운영을 펼쳤고, 잭슨 스미스-은지그바가 탁월하게 화답했습니다. 쿠퍼 컵은 최고의 캐치로 클러치 게임을 지배하면서 시호크스의 공격진은 이번 시즌 가장 빛나는 후반전을 장식했습니다. 여기에 기다렸던 수비 진영도 드디어 본모습을 보여줬습니다. 4쿼터 들어서면서 시애틀 수비는 램스의 드라이브를 차단시켰고 샘 맥베이가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결단한 ‘고포잇’을 차단시키면서 시호크스 진영 6야드라인에서 공격권을 확보했습니다. 이 순간이 경기의 승패를 가른 가장 치열한 순간이었습니다.

쿼터백이란 포지션은 아마 스포츠 비즈니스에서 가장 어려운 자리 중 하나일겁니다. 야구의 포수, 하키의 골리, 농구의 포인트가드도 물론 그렇겠지만 풋볼의 쿼터백은 팀의 공격과 수비수를 모두 아우르면서도 벤치의 전략과 전술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고, 미디어의 공격과 소란에도 대응해야 하는 포지션입니다. 어떤 쿼터백은 이 같은 압박을 쇼타임으로 대하면서 즐깁니다. 또 어떤 쿼터백은 일일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오로지 자신의 몫으로만 챙깁니다.
샘 다놀드는 달랐습니다. 모든 동료들 사이에 그저 한 선수일 뿐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일관적인 사고방식으로 팀의 중심에 섰습니다. 동료들이 서로를 향해 보내는 지지와 긍정적인 시선이 다놀드와 시호크스를 슈퍼볼까지 이끌었습니다. 이 팀 건물 이곳 저곳에 붙어있는 M.O.B.라는 메시지. Mission Over the Bulls(의역하면 핑계(남탓)대지 말자). 이 메시지가 팀 전반에 고루 확산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 시호크스가 패트리어츠를 꺾고 최종 우승을 차지하면, 마이크 맥도널드식의 전략과 전술 뿐 아니라 샘 다놀드 방식의 리더십이 크게 부각 될 겁니다. 나보다 내 주변을 먼저 챙기고, 그들을 높이는 방식 말입니다.

개인의 퍼포먼스보다 팀 전체의 서사를 앞세운 시호크스의 풋볼이 정점에 서기까지 이제 딱 한경기가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