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드레이크 메이(Drake Maye), 패트리어츠 왕조를 부활시킬 것인가

맥 브라운 코치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드레이크 메이를 3년간 지도했습니다. 이미 대학 풋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브라운 코치는 전국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력이 있고, 통산 승수 부문에서도 역대 7위에 올라있는 베테랑 명장입니다.
드레이크 메이가 아직 낯선 분들은 전설적인 코치가 평가한 이 한마디를 보면 느낄 수 있을겁니다. 그가 어떤 유형의 선수인지를요.
“저는 이 바닥에서 메이보더 더 승부욕이 강하고 뜨거운 선수를 본 적이 없습니다.”
브라운 코치가 메이의 승부욕을 언급하면서 소개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어느날 대학 휴게실에서 선수들끼리 탁구를 고 있었답니다. 브라운 코치가 휴게실에 들어갔을 때 마침 부러진 탁구 라켓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어서 물었답니다. “이게 무슨 일이냐. 누가 라켓을 부러뜨린거야.” 그러자 선수들이 메이를 가리켰습니다. 메이가 잔뜩 화가 난 채로 이렇게 말했답니다. “코치님. 타이트엔드가 저를 이겼다고요. 타이트엔드가 저를 이겼다는걸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라켓을 부러뜨릴 수 밖에요.” 브라운 코치는 팀의 중심인 쿼터백인 메이가 탁구 테이블 위에서조차 작은 패배를 용납하지 않는 성향이란 걸 그 순간 느꼈다고 했습니다.

코치의 말에 따르자면 메이는 매일 완벽함에 가까워지길 강하게 원하는 선수였습니다. 메이는 가족 모두가 스포츠맨인 그런 집안에서 성장했습니다. 아버지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쿼터백으로 뛰었고 어머니는 고교시절 농구 스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큰형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NCAA 우승을 차지했고, 작은 형은 플로리다 대학에서 야구로 전국 챔피언이 됐습니다. 이런 형제들 사이에서 메이는 굉장히 치열한 경쟁을 일상처럼 느끼며 살았습니다. 형 둘은 이미 챔피언 반지를 끼고 있지만 드레이크에게는 아직 그런 상징물이 없다는 게 아마도 지금 강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을겁니다. 강한 승부욕으로 뭉친 이 선수가 2년차를 맞은 지금, 과연 NFL 최고의 무대에서 정상에 설 수 있을까요.
드레이크 메이는 정규 시즌에서 캡틴아메리카와 같았습니다. 무너진 패트리어츠 구단에 갑자기 튀어나온 영웅이었죠. 정규 시즌 활약을 정리하면, 메이는 총 4394야드를 던졌고, 경기당 평균 258.5야드를 기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패스 성공률은 72.0%, 패스 시도당 야드 8.9, 패서 레이팅 113.5에서 모두 리그 1위에 올랐습니다. 터치다운 31개를 기록하는 동안 인터셉션은 불과 8개에 그쳤습니다.

메이는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대학시절부터 그가 추구해온 플레이 방식이 이어 온 결과였습니다. 완벽한 볼 관리와 믿기 힘들 정도의 먼 거리 패스, 인상적인 스크램블 능력에 안정적인 경기 운영까지. ‘무결점’이란 단어를 붙일만 한 그의 활약 덕분에 패트리어츠가 다시 비상했습니다.
패트리어츠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승승장구 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메이의 눈부신 활약은 헤드라인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를 채운건 패트리어츠의 수비진이었습니다. 팀이 세번의 포스트시즌 게임에서 승리하는 동안 실점은 고작 8.6점에 불과했습니다. 매 게임 승리 양상이 비슷해져가자 패트리어츠를 향한 시선도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큰 게임에서 메이의 퍼포먼스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3게임에서 메이는 총 177.7야드를 기록했는데 패스 성공률이 55%까지 떨어졌습니다. 시도당 야드도 6.9, 패서 레이팅은 84.0까지 급감했습니다. 이 수치 모두 정규 시즌 그가 기록한 성과와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물론, 메이가 상대한 차저스와 텍산스, 브롱코스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톱 디펜스를 자랑하는 팀이긴 했습니다).

다행히도 패트리어츠 수비진이 믿을 수 없게 버텨준 덕분에 메이의 괴물 같은 퍼포먼스 없이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슈퍼볼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상대가 시애틀 시호크스이기 때문입니다. 현 시점 시호크스는 비디오게임의 ‘끝판왕’처럼 모든 부문 밸런스가 잘 짜여진 최고의 팀입니다. 당연히 리그 최고 수준에 속하는 수비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NFL 유튜브 채널에서도 시호크스를 가리켜 “리그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호크스와 견줄만한 수비 퍼포먼스를 가진 팀으로는 휴스턴 텍산스가 있었습니다. 다만 두 팀이 전개하는 전술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텍산스는 미묘하고 정밀한 전술로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방법 대신 엘리트급 엣지 러셔 두 명과 매우 뛰어난 코너백을 활용해 정면승부 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러니까 디펜시브 플레이어들의 순수 재능을 극대화하는 타입입니다. 반면 시호크스는 다양한 위장 커버리지와 여러 로테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대를 현혹시킵니다. 패트리어츠가 강점을 보이는 러닝게임을 봉쇄하는 데 있어 시호크스보다 더 잘 준비된 팀은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화려한 설명이 패트리어츠에게 의미하는건 뭘까요. 메이가 다시 팀을 구원해줄 캡틴아메리카로 변신해야 할 때입니다. 수비의 힘이 아니라 공격의 매서운 완력으로 승리하기 위해선 결국 메이를 중심으로 모든게 정상 작동해야 합니다. 앞선 세 게임에서 실점 허용 기준 리그 상위 톱10의 팀을 이겨내면서 분명히 업그레이드 돼 있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패트리어츠 팬들에겐 귀를 막고 싶을 뉴스도 전해졌습니다. 부상 변수인데요. 메이가 브롱코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공을 던지는 왼쪽 어깨에 부상을 당한 겁니다. 이 사실은 경기 중에 뚜렷하게 밝혀진 건 아니었고, 게임이 끝나고 마이크 브레이블 감독에 의해 알려지게 됐습니다. 다만, 그 부상의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는 수많은 외신을 뒤져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은 이정도 인데요. 부상이 슈퍼볼에서 공을 던지는 데 지장을 줄 것 같냐는 질문에 메이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라면서 “다만 제 몸 상태가 100%는 아닙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메이가 슈퍼볼 매치에 나설 것이냐는 물음에는 전문가들 모두가 “당연히 나온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슈퍼볼에 앞서 치른 공식 첫 훈련에서 메이는 대체로 나서지 않았고(제한적 참가), 일부 패스 훈련만 소화했을 뿐입니다. 부상과 관련해 브레이블 감독은 “크게 걱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라면서 내심 걱정스런 코멘트만 남겼습니다.

글을 다 써놓고 보니 패트리어츠는 흐트러진 전열을 재정비 할 새도 없이 완벽에 가까운 상대를 맞이하는 형국입니다. 그렇지만 드라마는 이런 상황에서 쓰여졌고, 슈퍼볼의 역사가 예상 그대로 흘러간 적도 많지 않습니다. 이제 패트리어츠에 필요한건 맥 브라운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코치가 눈여겨 본 메이의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승부욕’입니다. 아마 패트리어츠가 초반 실점으로 몰린 끝에 대역전승을 일궈 낸다면 메이의 승부욕은 리그 역사에서 오래도록 전설처럼 회자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