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NHL

[NHL] 올림픽 무대에 펼쳐진 올스타전, '미국, 캐나다를 넘어서다.'

contentory-1 2026. 2. 2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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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딴 미국 대표팀

2026년 겨울에 찾아온 ‘밀라노 드라마’가 막을 내렸습니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끝자락을 수놓은 액션신은 ‘아이스하키’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모든 걸 쏟아부으라!”

마이크 에루지오네(Mike Eruzione)라는 노신사가 미국 대표팀 하우스를 방문해 선수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건넨 메시지입니다. 이를 두고 팀의 주장 오스턴 매슈스는 “이 순간을 위해 우리가 운동을 하는 것이고, 바로 이 순간을 사로잡기 위해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에루지오네는 1980년 미국이 빙판 위에서 기적을 썼을 때(레이크 플래시드 동계 올림픽 금메달) 팀의 주장이었습니다.

NHL에서 전성기를 달리는 슈퍼스타들이 자국을 대표하기로 한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아이스하키 팬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침 넷플릭스에서 1980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 대표팀 스토리(제목: 미라클 온 아이스)를 감동적으로 그려내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습니다. 전문가들 예상대로 미국과 캐나다가 정상으로 가는 최종 관문에서 맞붙었습니다. 경기에 앞선 예측에선 캐나다가 살짝 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금메달을 목에 건 팀은 미국이었습니다.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한 궁극의 무대에서 팀USA가 캐나다를 꺾고 승리한 이번 매치의 파급력은 앞으로 여러세대에 걸쳐 회자 될 겁니다. 1980년의 기적이 지금 뜨겁게 조명받는것처럼요. 미국은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고, 마찬가지로 슈퍼스타들로 뭉친 캐나다를 맞아 승리했기 때문입니다.

연장전에서 골든골을 터트린 잭 휴즈

미국의 잭 휴즈가 연장전 시작 1분 41초만에 기록한 골든골이 미국에 2-1 승리를 안겼습니다. 이는 미국 남자 하키 역사상 세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었고, 1980년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휴즈는 3피리어드 때 하이 스틱 반칙을 당하면서 치아가 부러지면서 얼굴이 피범벅이 되었지만 결승골로 그 아픔을 달랬습니다. 휴즈의 그 슈팅이 나오기까지 코너 헬러벅의 눈부신 선방이 팀을 지켜줬습니다. 위니펙 제츠에서 뛰고 있는 헬러벅은 역대급 활약으로 빙판 위에서 원맨쇼를 펼쳐보였습니다. 이날 캐나다는 무려 42개의 유효 슈팅을 날렸는데, 헬러벅이 이중 41개를 막아냈습니다. 아마도 올림픽에서 보여준 골리의 퍼포먼스 가운데 최고의 플레이로 오래 이야기 될 겁니다. 특히 빈 골문에 스코어가 확실해 보였던 데번 토우스의 슈팅을 걷어낸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데번 토우스(7)의 결정적인 슈팅을 스틱으로 막은 코너 헬러벅(37)

미국의 최종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 마이크 모다노(미국 아이스하키를 대표하는 레전드 중 한명)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팀은 전설의 팀으로 남을겁니다. 이 일이 미국 하키에 어떤 의미가 될지 저는 감히 설명조차 할 수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일입니다. 2010년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 때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도 미국과 캐나다가 결승전에서 단판 골든매치를 펼쳤습니다. 슈퍼스타 DNA를 보유한 시드니 크로스비가 연장전에서 스코어를 올리면서 팀 캐나다가 승리의 여신을 품었었습니다. 이 때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조 파벨스키는 연장전에서 먼저 골든골을 터뜨릴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지만 캐나다의 골리 로베르토 루옹고의 선방에 막혔습니다. 그리고 이내 크로스비가 경기를 끝내버렸죠.

연승기록이 깨진 캐나다 대표팀, 코너 맥데이비드(97) 외

캐나다의 올림픽 연승기록도 끝이 났습니다. NHL선수들이 캐나다 대표팀으로 출전한 경기에서 15연승(올림픽 한정)을 내달려왔습니다. 캐나다는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올림픽, 2016년 월드컵 오브 하키, 그리고 지난해 NHL 올스타 주간에 열린 4개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캐나다는 ‘세계 최고의 하키 플레이어’ 코너 맥데이비드와 19세의 천재 맥클린 셀레브리니의 출전으로 금메달을 향한 기대가 컸습니다. 맥데이비드는 이번 대회 최다 득점자로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습니다. 20세기 캐나다 아이스하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시드니 크로스비의 부재가 못내 아쉽게 작용했습니다. 크로스비는 체코와 치른 8강전에서 하체 부상을 입은 탓에 준결승전에도 결장했었습니다. 리그 소식통이 외신 매체들에 전한 정보에 따르면 크로스비는 가능한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결승전에 출전하길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무대에 서진 못했습니다. 38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이번 대회는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 됐습니다.

셀레브리니(17)의 속공찬스 마저 막아선 헬러벅(37)

조 파벨스키는 미국의 이번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이렇게 말했답니다. “우리(미국)의 하키는 지금도 좋은 위치에 있지만 이번 승리는 한 차원 다른 영역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 말은 아이스하키가 국기로 사랑받는 캐나다, 그 이상으로 미국의 아이스하키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범주로 뻗어나갈 것이란 뜻으로 해석될 겁니다.

 

저도 파벨스키의 말에 ‘동의’하는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사실 하키는 스포츠의 천국 미국에서 주류로 통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금메달이 특별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모멘텀이 될 지 모릅니다. 하키가 뒷전에 머무른 그들만의 리그에서 미국 대중의 새로운 관심을 받는 다이내믹한 종목으로 다시 부활하는 계기 말입니다.

연장전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

이 승리로 인해 미국에서 가장 더운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 같은 동네에서 어린이들이 스틱을 들고 아이스링크에 등록하는 일이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게 미국 선수들이 바란 ‘파급력’이 될 겁니다. 1980년 ‘미라클 온 아이스’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대표팀이 기적을 쓴 이야기입니다. 2026년의 기적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최고 대 최고’의 맞대결에서 일궈낸 미국의 빅토리 스토리입니다. 이제 USA하키가 전세계 링크를 ‘지배’한다는 과장된 표현도 생겨날겁니다. 당장 리그의 문을 다시 여는 NHL에서 캐나다 팀들이 미국에 원정을 올 때 더 심해지겠죠. ‘지배’라는 표현이 과하다 싶지만 아무튼 미국의 아이스하키는 자랑할 뚜렷한 권리와 명분을 확보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캐나다만이 유일한 지존이 아니며 두 국가는 대등한 실력을 가진 확실한 라이벌이 됐습니다. 미국에서의 달라진 하키 위상은 아마도 우리 시간으로 목요일 오전 9시에 재개하는 NHL 경기들에서 목격할 수 있겠습니다. 눈에띄는 매치업이 있습니다. 캐나다를 상징하는 토론토 메이플리프스가 미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 탬파(탬파베이 라이트닝)를 방문해 펼치는 경기입니다. 구겨진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캐나다에 연고를 둔 팀들의 후반기 분전이 필요한 시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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