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근육 덜어낸 폭주 기관차 아다마 트라오레, 그는 다시 달릴 수 있을까

“내일부터 웨이트 금지야”
누군가 프로축구 선수인 당신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더 강해지기 위해 바벨을 들고, 한계를 밀어붙이는 것이 일상인 세계에서 웨이트를 피하라는 지시는 역설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얼마전 풀럼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아다마 트라오레에게는 그것이 현실입니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은 그의 근육을 두고 “유전”이라고 표현합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더 얹을 필요가 없고, 오히려 덜어내야 균형이 맞는다는 판단입니다.
한 때 토트넘 이적설도 있어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아다마 트라오레. 그를 처음 마주하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축구선수라기보다는 단거리 육상 선수, 혹은 격투기 선수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죠. 두툼한 허벅지와 단단한 상체, 짧은 순간에 폭발할 준비가 된 몸. 하지만 그의 진짜 위력은 눈에 보이는 근육의 크기가 아니라, 그 근육이 만들어내는 ‘첫 두 걸음’에 있습니다. 공을 잡고 치고 나가는 찰나, 수비수의 균형은 무너집니다. 따라붙어도 밀리고, 거리를 두면 가속을 허용합니다. 트라오레는 그 몇 초 안에 경기를 비틀 수 있는 선수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는 1월 이적시장에서 풀럼을 떠나 웨스트햄에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에는 과거 울버햄튼에서 함께했던 누누 감독의 존재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울버햄튼 시절, 트라오레는 상대 수비를 찢어놓는 측면의 칼날이었습니다. 직선적이고 단순했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예측을 무력화했습니다. 누누는 그를 가장 잘 활용했던 감독이었고, 트라오레 역시 자신의 장점을 이해해주는 지도자를 다시 만났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릅니다. 리그 선발 자리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죠. 재러드 보웬과 크리센시오 서머빌이 앞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체 출전이 대부분이고, 주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임무를 맡습니다. 하지만 벤치에 앉아 있다고 해서 존재감이 사라지는 선수는 아닙니다. 오히려 경기 막판, 지친 상대 팀 사이로 공간이 벌어질 때 그가 몸을 푸는 장면은 상대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됩니다. 체력이 고갈된 수비수에게 트라오레의 스프린트는 악몽에 가깝습니다.

그의 커리어는 늘 극단적인 평가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너무 강하지만 세밀함이 부족하다”, “스피드는 세계적이지만 완성도는 아쉽다.” 칭찬과 의심이 동시에 따라붙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점점 더 말수가 줄고, 표정 변화도 많지 않습니다. 대신 훈련장에서 묵묵하게 훈련을 반복합니다. 웨이트 대신 예방 운동을 하고, 전술 훈련에서 위치를 익히고, 팀의 리듬을 체화합니다. 힘을 더 키우는 대신, 힘을 쓸 타이밍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누누 감독이 말한 ‘적응’이라는 단어는 그래서 의미심장합니다. 트라오레는 이미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 알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팀 안에서 그 힘을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한 이해입니다. 폭발력은 타고났지만, 폭발의 순간은 계산해야 합니다. 그 간격을 좁히는 일이 지금 그의 숙제입니다.
웨이트를 들지 않아도 그는 여전히 가장 강한 선수 중 한 명입니다. 다만 이제는 그 강함이 눈에 보이는 근육에서 팀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영향력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웨스트햄이 답답한 흐름에 갇힐 때, 단 한 번의 돌파가 공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트라오레는 그 장면을 위해 준비합니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헬스장의 문은 닫혔을지 몰라도, 그의 가능성까지 잠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은 더 응축된 상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그는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다시 자신을 증명하려 할 것입니다. 빠르게, 강하게, 그리고 망설임 없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