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NBA

FEAR THE DEER, 왕관을 쫓는 밀워키 벅스

더콘텐토리 2020. 6. 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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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농구선수로 전성기를 한참 구가하던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이 아버지의 사망 이후 큰 심적 변화를 겪은 뒤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마이너 구단에 입단했다. 리그의 아이콘을 잃어버린 사무국은 새로운 스타를 찾아야만 했고, 각종 매스컴도 포스트 조던을 찾기에 바빴다.

1992년 퍼듀대학교에 입학한 글렌 로빈슨(Glenn Robinson)은 신입생 시즌 평균 24.1득점 9.2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40%를 기록했다. 2학년 때는 시즌 평균 30.3득점을 올리며 NCAA 디비전 1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렇게 로빈슨은 ‘빅독(Big Dog)’이라는 자신의 별명을 전국에 알리며 NBA진출을 선언했다. 스타가 필요했던 사무국과 언론에게 그는 때마침 나타난 귀인과도 같았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그를 향했다.

밀워키 벅스(Milwaukee Bucks)는 1994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글렌 로빈슨을 지명했다. 제이슨 키드와 그랜트 힐(두 선수는 데뷔시즌 공동 신인왕을 차지했다)을 각각 드래프트 2, 3 순위로 밀어낸 것만 보더라도 글렌 로빈슨을 향한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벅스는 1970-71시즌 농구계의 영원한 전설 오스카 로버트슨(Oscar Robertson)과 카림 압둘자바(Kareem Abdul Jabbar)를 내세워 창단 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단 한 번도 챔피언쉽을 거머쥐지 못한 팀 이였다. 벅스는 새로 영입한 글렌 로빈슨과 올스타 포워드 빈 베이커(Vin Baker)등 톱클래스 포워드 라인업을 앞세워 팀을 재건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벅스는 글렌 로빈슨의 데뷔 시즌, 34승 48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밀워키 벅스와 글렌 로빈슨은 NBA 팬들에게서 점점 잊혀져 갔다. 2000-01시즌 글렌 로빈슨 – 레이 알렌(Ray Allen) – 샘 카셀(Samuel James Cassell) 등을 앞세워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이라는 반짝 성적만을 남기고 로빈슨은 2004-05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2013-14시즌을 앞두고 열린 드래프트 시장 분위기는 썩 밝지 않았다. 전국구 스타도 없었으며 유망주라고 기대할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았다. 21세기 최악의 1번 픽이라는 앤서니 베넷이 뽑힌 드래프트였다. 많은 구단이 해외 유망주로 눈길을 돌린 그 해 드래프트에서 밀워키 벅스는 1라운드 15순위로 그리스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인 야니스 아데토쿤보(Giannis Antetokounmpo)를 선택했다. 이 때 야니스를 주목한 매체와 뉴스는 없었다.

하지만 야니스는 시즌을 거듭하며 ‘그리스 괴인(The Greek Freak)’ 이라는 별칭과 함께 2018-19시즌 리그 MVP를 거머쥔 슈퍼스타로 성장했고, 유럽 시장 확대를 꿈꾸는 리그 사무국의 보배가 됐다. 그리고 밀워키 벅스 구단은 글렌 로빈슨에게 기대했던 챔피언십의 소망을 야니스가 실현시켜 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과연 밀워키 벅스는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앞세워 40여년이 걸린 트로피 숙원을 풀어낼 수 있을까.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의 ‘시스템’ 농구

마이크 부덴홀저(Mike Budenholzer) 감독은 리그에서 소문난 ‘시스템’ 농구 설계자다. 선수들의 이타적인 패싱 게임을 통한 공간창출이 부덴홀저 감독 시스템의 핵심이다. 포인트가드에 의존하지 않아도 양질의 패스게임을 전개시키며 각 포지션별 경계를 없애는 것 또한 특징이다. 부덴홀저 감독은 이런 시스템을 바탕으로 2010년 중반 애틀랜타 호크스(Atlanta Hawks)를 동부지구의 강호로 변모시켰다.

2018-19시즌에 앞서 제이슨 키드 감독의 후임으로 벅스에 부임한 부덴홀저가 가장 강조한 것은 ‘공격템포’와 ‘야니스 아데토쿤보’다. 부덴홀저는 트랜지션 과정 속도를 높여 벅스의 공격템포를 끌어올리고, 야니스를 제외한 4명의 주전 라인업에 3점슛이 가능한 선수들로 배치시켰다. 리그 탑클래스 돌파력을 자랑하는 야니스가 페인트 존 수비를 교란시키면 나머지 4명의 선수들은 공간창출을 통해 슈팅 기회를 포착한다. 부덴홀저 감독 이후 벅스의 3점슛 변화를 보면 부덴홀저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농구로 팀 색깔이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밀워키 벅스 3점슛 변화(평균)
2017-18: 8.8개 성공(24.7개 시도), 2018-19: 13.5개 성공(38.2개 시도), 2019-20: 13.9개 성공(38.4개 시도)

부덴홀저 감독의 시스템 농구는 공격뿐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빛을 발한다. 대표적인 방식은 ‘드랍백 수비(Drop Back Defense)’. 부덴홀저 감독은 벅스의 빅맨들의 수비 위치를 페인트 존 부근으로 제한해 상대방의 돌파와 미드레인지 점프 슛을 억제시키는 대신 3점슛 시도를 유도한다. 브룩∙로빈 로페즈, 야니스 아데토쿤보 등 림 주변 리바운드 능력이 검증된 빅맨들이 페인트 존 부근에 위치 해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3점슛이 실패했을 경우 리바운드를 잡을 확률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 밀워키 벅스 수비 리바운드(평균)
2017-2018: 31.5개, 2018-2019: 40.4개, 2019-2020: 42.4개

부덴홀저 감독이 부임하기 전 2017-18시즌 밀워키 벅스는 44승 38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부덴홀저 부임 첫해였던 2018-19시즌엔 60승 22패로 단숨에 리그 1위로 올라섰다. 경기 당 득실 마진 역시 2017-18시즌 -0.3점 이었던 지표가 2018-19시즌 +8.9점으로 대폭 상승했다. 이번 시즌 벅스는 득실 마진은 +12.1점으로 지난 시즌보다 더 높아졌다. 또한 각 구단의 수비 능력치를 보여주는 디펜시브 레이팅 수치에서 101.7로 30개 구단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46승 8패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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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그리스 괴인(The Greek Freak)’ 야니스 아데토쿤보

부덴홀저 감독은 애틀랜타 호크스 재임 시절,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가 이끄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Cleveland Cavaliers)에 의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부덴홀저 취임 이후 벅스의 첫 전국 중계방송 때, TNT방송국의 진행자 케빈 할란은 “애틀랜타 호크스에서는 보유할 수 없었던 슈퍼스타를 확보한 부덴홀저의 농구는 벅스를 우승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올 시즌 현실이 되고 있다.

야니스 아데토쿤보는 특유의 공격적인 돌파와 페인트 존 수비교란은 물론 미드레인지에서의 풀업점퍼 그리고 3점슛 능력까지 발전시키며 그야말로 ‘괴인’으로 진화했다. 2017-18시즌 경기당 평균 36.7분이나 코트에 서 있었던 야니스는 부덴홀저 감독의 관리를 받으며 2018-19시즌 경기당 평균 출전시간을 32.8분까지 줄였고, 올해는 30.9분만을 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득점은 2017-18시즌 26.9점에서 올 시즌 30.9점까지 끌어올렸다. 놀라운 것은 2017-18시즌 경기당 평균 1.9개만을 던진 3점슛 시도 회수가 올 시즌 4.9개까지 늘어났다는 것이다. 코트에 있는 5명 모두 외곽 3점슛을 던질 수 있게 시스템을 설계한 부덴홀저 감독은 야니스에게 “더 적극적으로 외곽슛을 던져라” 라고 주문하고 아데토쿤보는 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오프시즌에 연습한 3점슛이 조금씩 작동하고 있다. 그는 본인의 취약한 점을 개선하려고 늘 노력하는 선수다. 다만 그의 자유투 효율(성공률 61.4%)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1~2점차로 승부가 갈리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아데토쿤보의 자유투 효율이 벅스에게 자칫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데토쿤보의 조력자 크리스 미들턴

2012년 드래프트는 향후 10년 이상 리그를 이끌어갈 슈퍼스타들을 많이 배출시켰다. 1순위로 뽑힌 앤서니 데이비스(Anthony Davis Jr.)를 비롯해 데이미언 릴라드(Damian Lillard), 브래들리 빌(Bradley Beal), 안드레 드러먼드(Andre Drummond) 등 각 구단의 슈퍼스타로 성장한 플레이어들 속에 크리스 미들턴(Khris Middleton)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2라운드 39순위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입단했다. 미들턴은 드래프트 당시 ‘드리블에 이은 풀업 점퍼’ ‘스크린을 이용한 슈팅’ 등 슛에 대해서는 준수한 평가를 받았다. 거기에 피스톤스 시절 테이션 프린스, 코리 매거티 등으로부터 피지컬 관리, 슈팅 트레이닝을 전문적으로 받으며 ‘슈팅’ 능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2013년 여름 피스톤스의 대대적 전력 변화를 예고한 조 듀마스 사장은 밀워키 벅스의 브랜든 제닝스(Brandon Jennings)를 영입하기 위해 브랜든 나이트, 비아체슬라브 크라트소프 그리고 크리스 미들턴을 밀워키로 보냈다(훗날 듀마스는 미들턴의 트레이드에 대해 후회하는 인터뷰를 했다). 이 트레이드가 크리스 미들턴을 올스타 포워드 반열로 올려놓으리라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들턴의 슈팅 능력은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주변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덴홀저 감독을 만난 뒤로 미들턴의 슈팅 효율은 더욱 진화했다. 2017-18 시즌 경기당 평균 36.4분을 뛰며 5개의 3점슛을 던져 1.8개를 성공(35.9%)시킨 미들턴은 2018-19 시즌 경기당 평균 31.1분을 뛰며 3점슛 6.2개를 던져 2.3개를 성공시키며(37.8%)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5.5개를 던져 2.4개를 성공시키며 성공률을 43.8%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그는 평균 90.2%의 자유투 성공률을 기록 중인데, 벅스는 4쿼터 팀파울이 걸린 접전 승부에서 미들턴을 내세운 미드레인지 게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토론토 랩터스(Toronto Raptors)가 프랜차이즈 기록을 갈아치우고 15연승을 구가하며 7할의 승률(.727)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밀워키 벅스는 6.5게임차 앞선 채 동부컨퍼런스는 물론 리그 승률 1위(.852)를 달리고 있다. 압도적인 성적 지표의 이면에는 빠른 공격 템포에서 파생되는 효율적인 3점슛 성공과 느린 템포에서 기반한 수비리바운드가 있다.

밀워키 벅스는 작년 동부컨퍼런스 결승전에서 토론토 랩터스에게 패하며 파이널 진출이 좌절됐다. 1차전과 2차전을 내리 내준 토론토 랩터스는 3차전부터 밀워키 벅스의 속공 전개를 효율적으로 차단시키기 시작했고, 라인업의 변화를 통해 주전과 벤치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며 4연승으로 벅스를 제압했다. 1~2차전 속공으로만 평균 26.5점을 뽑아낸 벅스의 속공득점은 3~6차전 평균 18.8점으로 줄어들었고, 특유의 빠른 트랜지션 공격 과정이 무너진 벅스는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부덴홀저 감독은 올 시즌 3점슛 시도 횟수를 늘림으로써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속공 과정에 무너진 공격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외곽 지원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까지 이 전략은 성공적이지만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통할지는 지켜볼 문제다.

과연 벅스는 지난 시즌의 한계를 극복하고 파이널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 부덴홀저의 효율적인 시스템, 진화하는 그리스 괴인 그리고 최고의 조력자는 챔피언십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중이다. FEAR THE D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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