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F1

[F1] 막스가 던진 질문, F1 레이싱의 본질은 무엇인가

더콘텐토리 2026. 3. 26. 11:48
728x90

— 새로운 규정과 팬의 시선 사이에서

 

2026 시즌 개막과 함께 F1(포뮬러 1)은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엔진 구조부터 레이스 운영 방식까지 거의 모든 요소가 바뀌었고, 그 결과 트랙 위의 풍경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레이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막스 베르스타펜

그 중심에는 레드불 막스 베르스타펜이 있습니다. 4회 월드챔피언인 그는 새로운 레이싱 스타일에 대해 “마리오카트 같다”, “레이싱이 아니다”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고, 나아가 이를 즐기는 팬들에게까지 “진정한 팬이 아니다”라고 표현하며 논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물론 그의 발언에 대해 "표현이 과하다", "성적이 안나오니 매번 징징댄다"며 반박하는 팬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단순한 불만의 표출로 치부하기보다, 지금의 F1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받아들일 여지도 충분합니다.

 

달라진 레이싱의 구조

 

이번 변화의 핵심은 ‘에너지’입니다. 2026년부터 도입된 새로운 파워유닛은 전기 에너지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드라이버의 역할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이제 드라이버는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것을 넘어, 한 바퀴 동안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지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대표적인 현상이 ‘슈퍼클리핑’입니다. 이는 직선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엔진 출력 일부가 빠져나가면서 속도가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가장 빠른 속도가 나와야 할 순간에 차량이 스스로 힘을 줄이는 듯한 모습은, 기존의 레이싱 감각과 분명히 어긋나는 장면입니다.

 

팬들 입장에서도 이는 낯선 경험입니다. 직선 구간에서 속도가 줄어드는 장면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레이스의 흐름을 끊는 요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니라 ‘에너지 관리 게임’처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요요식 추월’이란 낯선 풍경

 

이와 함께 등장한 또 다른 특징은 이른바 ‘요요식 추월’입니다. 맥라렌 랜도 노리스가 표현한 이 개념은, 한 번 추월한 뒤 에너지가 떨어지면 곧바로 다시 추월당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겉으로 보면 추월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레이스가 더 역동적으로 보이고, 소위 보는 맛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순수한 속도나 드라이빙 실력보다는 에너지를 언제 쓰고 언제 아끼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추월의 ‘질’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막스 베르스타펜이 이를 두고 “마리오카트 같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추월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현실적인 레이싱이라기보다, 일종의 시스템적 효과에 의해 좌우된다는 불만이 담겨 있습니다.

 

 

드라이버들 사이에서도 갈리는 시선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에 대한 평가가 드라이버들 사이에서도 크게 엇갈린다는 사실입니다. 애스턴 마틴 페르난도 알론소는 이번 시즌을 “배터리 세계 선수권 대회”라고 표현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에너지 관리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레이싱 본연의 재미가 희석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루이스 해밀턴

반면 페라리 루이스 해밀턴은 중국 그랑프리를 두고 “내가 경험한 최고의 레이스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차량 간 간격이 줄어들고 접전이 늘어난 점, 그리고 전략적 요소가 강화된 점을 긍정적으로 본 것으로 해석됩니다.

 

같은 레이스를 두고도 이렇게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각자가 생각하는 ‘레이싱의 본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끝까지 밀어붙이는 속도의 극한을 중요하게 여기고, 또 다른 누군가는 복잡한 전략과 운영까지 포함된 경쟁을 더 흥미롭게 느낍니다.

 

 

F1은 원래 이런 스포츠였을까

 

사실 F1은 언제나 변화해온 스포츠입니다. F1의 그 'F'가 포뮬러, 즉 규정의 의미입니다. 공기역학의 발전, 타이어 전략, DRS 도입 등 수많은 규정들이 레이스의 양상을 바꿔왔습니다. 그때마다 논쟁은 있었지만, 결국 F1은 새로운 균형을 찾아왔습니다.

2014년 규정 변경 후 첫 그랑프리인 호주 GP에서 우승을 차지한 메르세데스 니코 로스버그

그러나 이번 변화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질문을 던집니다. 단순히 기술이나 규정이 추가된 것이 아니라, 레이스의 본질이 ‘속도’에서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드라이버가 한계를 시험하는 순간보다,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되는 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일부에게는 진화로 보이지만, 다른 일부에게는 본질의 훼손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막스 베르스타펜처럼 전통적인 레이싱의 가치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팬은 무엇을 원하는가

 

이 논쟁은 결국 팬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F1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는 기술적인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스포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누군가는 완벽한 한 바퀴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원합니다. 반면 누군가는 끊임없이 순위가 바뀌고 전략이 뒤엉키는 치열한 접전을 더 흥미롭게 느낍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F1이 그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과정에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이 바로 지금의 논쟁입니다.

 

결국 질문은 단순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레이스, 과연 당신이 생각하는 ‘레이싱’에 가까운 모습입니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