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소 데이비스, 난민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신성으로

"뮌헨은 우리 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했다.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홈에서 졸전 끝에 3골차 완패를 당한 첼시 프랭크 램파드 감독은 BT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쿨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첼시는 26일(한국 시각)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0대 3 완패를 당했다. 그나브리에게 2골, 레반도프스키에게 1골을 얻어맞았다. 공격적인 스리백 포메이션을 세웠으나 오른쪽 측면이 완전히 뚫리면서 무너졌다. 무엇보다 상대팀 19세 레프트백 알폰소 데이비스(Alphonso Davies)에게 제대로 당한 경기였다.
알폰소 데이비스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도움을 올린 것은 물론, 드리블 돌파 7회를 시도해 6회를 성공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패스 성공률도 91%에 달했다.
수비에서도 높은 공헌도를 보였다. 10번의 볼경합 중 8번을 승리했고, 슈팅 차단 2회에 더해 파울 없이 깔끔한 수비로 단 한 번의 드리블 돌파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팀이 첼시 공격형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에게 두 차례나 완벽한 역습 기회를 내줬으나 빠른 속도로 쫓아가 커버에 성공하면서 첼시의 공격을 무산시켰다.
뮌헨은 전통적으로 위대한 측면 수비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파울 브라이트너(Paul Breitner)를 시작으로 크리스티안 치게(Christian Ziege), 빅상테 리자라쥐(Bixente Lizarazu), 윌리 사뇰(Willy Sagnol), 필립 람(Philipp Lahm)이 그들이다. 그 뒤를 다비드 알라바(David Alaba)와 요슈아 킴미히(Joshua Kimmich)가 따르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측면 수비수 알폰소 데이비스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난민촌 어린이가 뮌헨의 신성으로
알폰소 데이비스의 성장기는 책으로 출간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의 부모는 아프리카 중부 라이베리아(Liberia)인으로 2차 라이베리아 내전을 피해 가나로 피난을 떠났고, 난민 캠프에서 그를 낳았다(2000년 11월 2일). 난민촌에서도 안전은 담보받지 못했다. 그 곳에선 총을 소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었다. 결국 알폰소의 아버지 데베아(Debeah)는 위험을 피해 그곳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알폰소 데이비스의 나이 만 5세 때의 일이다.
그들은 캐나다 에드먼턴에 터를 잡았다. 알폰소 데이비스는 그의 부모가 일을 하러 나가는 동안 두 명의 어린 남매를 돌보며 학교를 다녔다. 그는 다방면의 운동에 소질을 보였다. 결국 그의 6학년 교사이자 스포츠 코치 멜리사 구초(Melissa Guzzo)가 그의 축구적 재능을 알아보면서 그의 축구인생이 시작되었다.
하이너 뮌헨 회장 "알폰소 데이비스는 올시즌 뮌헨 최고의 수확"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Robert Lewandowski)가 득점왕과 MVP를 수상하고 토마스 뮐러(Thomas Müller)가 도움왕을 차지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헤르베르트 하이너(Herbert Hainer) 회장의 선택은 알폰소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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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턴 인터내셔널스와 에드먼턴 스트라이커스 유스팀을 거친 데이비스는 2015년, 메이저리그 사커(MLS) 구단 밴쿠버 화이트캡스 유스 팀에 입단했다. 2016년 7월 17일 올랜도 시티와의 경기를 통해 만 15세에 MLS 데뷔전을 치른 그는 캐나다 17세 이하 대표팀과 20세 이하 대표팀을 거쳐 성인 대표팀에 승선하게 된다.
2016년 캐나다 17세 이하 올해의 선수에 등극한 데이비스는 2017년 6월 14일, 퀴라소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53분경 교체 투입되며 캐나다 대표팀 역대 A매치 최연소 출전 기록(만 16세 7개월 12일)을 달성했다. 게다가 그는 한 달 뒤에 열린 프랑스령 기아나와의 2017 북중미 골드 컵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캐나다 역대 A매치 최연소 골(만 16세 8개월 5일)까지 넣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어서 그는 코스타리카와의 골드 컵 경기에서도 골을 추가하며 A매치 3골을 기록 중에 있다.
그는 이러한 활약상을 인정받아 2017 골드컵 득점왕과 베스트 일레븐, 그리고 유망주상(Bright Future Award)을 수상했다. 이에 더해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캐나다 17세 이하 올해의 선수 2연패에 올랐다.
측면돌파에 강점 지닌 윙어 출신 레프트백
알폰소 데이비스가 국내팬들에게 잘 알려진 건 지난해 12월 12일(한국 시각) 바이에른 뮌헨과 토트넘의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토트넘의 손흥민을 철저히 봉쇄하면서부터다.
이 경기에서 데이비스는 공수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는 측면 수비수임에도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볼터치를 기록했다. 마치 전성기 시절의 필립 람을 연상시켰다. 패스 횟수 역시 77회로 출전 선수들 중 3번째로 많았으며 패스 성공률은 90.9%에 달했다.
게다가 윙어 출신으로 돌파에 강점이 있는 그가 가속도를 붙이자 상대 수비수들은 그를 저지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는 이 경기에서 8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켰다. 특히 전반에만 무려 7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켰다. 전반만 따지면 최근 4시즌 동안 뮌헨 선수 중 챔피언스리그 한 경기 최다 드리블 돌파 기록이다. 더 놀라운 점은 드리블 돌파 성공률이 무려 88.9%에 달했다는 데 있다.
경기 후 잉글랜드 매체 기브미스포트는 “알폰소 데이비스의 임무는 손흥민을 막는 것이었다.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잡자 그가 빠른 스피드로 달려가 막아서는 장면은 놀라웠다”고 칭찬했다. 이어 "분명한 건, 데이비스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할 선수라는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기대도 잊지 않았다.
이제 만 19세인 데이비스는 믿을 수 없는 성장 속도를 보이며 측면 수비수로의 변신에 성공하고 있다. 팀 동료인 알라바와 킴미히 모두 미드필더에서 측면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한 케이스이고, 팀의 전설 브라이트너와 람은 측면 수비수로 시작했으나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알폰소 데이비스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활약상을 이어간다면 위대한 선배들의 뒤를 이어 바이에른 뮌헨을 대표하는 측면 수비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