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메이저리그에 싹튼 'ABS챌린지'의 매력

메이저리그 새 시즌 개막 첫 주를 지나고 있습니다. 여러 게임을 생중계로 또는 녹화중계로 보면서 야구갈증을 푸는 중입니다. 많은 팬들이 각자의 관점으로 야구를 즐기고 있을텐데요. 저는 특히 메이저리그 방식의 ABS챌린지를 보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ABS챌린지는 야구판에 확실하게 새로운 이야기거리,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경기 초반에라도 과감하게 내지를 땐 챌린지를 신청해야 할텐데 선수들은 애매할 땐 그저 지나쳐버리면서 팬들의 아쉬움을 불러옵니다. 또 누가 봐도 심판 콜이 정당한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경기중 딱 2번 쓸 수 있는(성공하면 계속해서 쓸 수 있는 제도) 챌린지 기회를 날려버릴 때도 재미를 줍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마지막 콜이 ABS챌린지로 갈라진다거나 단 0.1인치 차이로 결과가 뒤바뀌어야 하는 때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몹시 화를 불러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팬과 선수, 심판들도 아직은 적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챌린지와 관련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주말에 있었던 신시내티 레즈와 보스턴 레드삭스 경기였습니다. 레즈의 3루수 유헤니오 수아레스가 주심의 판정을 챌린지로 두번 연달아서 뒤집어버리자 관중들의 함성과 심판을 향한 조롱이 야구장을 채웠습니다. 레즈 홈경기를 전담 중계하는 캐스터 존 사닥이 흥분하면서 이 순간을 적시타가 터진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큰 함성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어요. 레즈가 오늘 두개의 홈런을 쳤지만 두개의 연속 챌린지가 홈런보다 더 큰 환호성을 이끌어냅니다.”

팬들처럼 저도 껄껄거리며 웃었습니다. 이 순간을 본 팬이라면 누구라도 그랬을겁니다. 하지만 수아레스는 그 타석에서 결국 범타로 물러났습니다. 이 경기 주심을 맡는 CB버크너는 이날 8번의 챌린지를 받았고, 이 중 6번이나 결과가 번복됐습니다. 심판으로서 자존심을 크게 구긴 하루가 됐습니다. 레즈 경기 해설자인 레전드 플레이어 배리 라킨은 “0.1인치든 0.3인치든 이 차이가 얼마나 미세한지 선수들 눈이 다 보고 있었다”고 반응했습니다. 챌린지가 도입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억울했을까요. 라킨의 말대로 선수들이 그 초미세적인 차이까지 분별해 내는 게 정확한 판단 보다는 직관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선수들 정확성을 ABS챌린지 제도가 증명해주는 것은 확실합니다.
챌린지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에 항의하다 퇴장하는 사례도 벌써 나왔습니다. 챌린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챌린지의 타이밍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다 퇴장당한 경우입니다. 지난 주말 미네소타 트윈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경기 9회초 오리올스 마무리 투수 라이언 헬슬리가 챌린지를 신청했는데 트윈스 데릭 쉘튼 감독은 신청이 너무 늦었는데도 심판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강하게 항의하다가 퇴장 당했습니다.

챌린지 세리머니도 나왔습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악동 랜디 아로사레나입니다. 랜디는 풀카운트 상황에서 심판 콜로 삼진 아웃을 당했지만 이미 1루로 향하면서 챌린지를 신청했습니다. 랜디는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세리머니를 하면서 1루로 걸어갔고 그의 판단대로 판정은 뒤집혔습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선 개막 이후 치른 35경기를 종합했을 때 챌린지 비율은 2.4%로 집계됐다고 했습니다(챌린지 가능 상황에서 실제로 시도된 비율). 표본이 적긴 하지만 빅리그에 앞서 챌린지를 도입한 트리플A에서도 시즌 내내 3%대였다고 하는걸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야구도 생물처럼 시대를 지나면서 진화해 왔습니다. ABS챌린지도 지금은 어떤 부분에선 낯설겠지만 선수와 팀 입장에서 유리하게 활용하는 시스템이 생길테고 그렇게 정착될 겁니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KBO한국 프로야구는 풀타임 ABS제도를 도입해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시종 ABS콜로 경기를 보는 것보다 챌린지로 ABS를 활용하는 메이저리그 방식이 더 큰 재미를 주는 거 같습니다. 포수들의 프레이밍 능력치도 여전히 활용가능하고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포수 패트릭 베일리도 “ABS챌린지가 도입됐지만 프레이밍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일부 팬들은 풀타임 ABS를 바랄겁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좋은 선택이 될진 모르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야구는 사람이 하는 운동이고 야구장엔 인간적인 요소가 많이 깔려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때론 공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커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ABS챌린지 제도도 생겼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앞서 피치 클락 제도를 도입해 경기 진행 시간을 크게 줄였고, 이로 인해 젊은 세대 팬들 유입이 크게 늘었습니다. ABS챌린지 제도가 피치 클락 만큼 흥행을 크게 이끌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BS챌린지가 야구를 보는 또다른 재미를 충분히 크게 만들었다는 건 확실합니다. 야구장에 들어온 로봇의 판정이 이렇게 매력적일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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