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MLB 시즌 전망(feat. COVID-19)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전 세계 스포츠가 중단된 지도 3주가량이 흘렀다. 국내 포털 사이트의 스포츠 뉴스는 이미 ‘추억팔이’로 도배된 지 오래다. 현지에서는 MLB∙NBA 등 미국의 주요 스포츠 리그 관계자들이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루트로 발언하거나 SNS에 올리는 글들이 톱뉴스로 올라온다. 그러나 의미있는 메시지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발언들은 앞으로 진행될 리그에 대한 수많은 추측을 낳고 있다. 특히 아직 개막하지 않았고, 한국 선수들이 뛰고 있는 MLB가 어떤 식으로 시즌을 운영할지에 대한 소식은 한국 팬들에게 큰 관심거리다.
추측만이 난무한 2020 MLB 시즌을 전망한 몇 가지 가정들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생각을 정리했다.
① 올스타전을 개막전으로 펼치자 ?
7월 초 시즌 개막을 예측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스타전을 개막전으로 시작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올스타전은 매 해 7월 중순 열리는 이벤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올스타 선정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사무국이 기준을 마련한다 해도 선수들과 팬들이 기준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올스타 선정은 선수들에게 매우 큰 자산 가치다. 프로세계에서 몸값은 선수의 이름표나 다름없다. 올스타 선정은 몸값의 보증수표다. 시즌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어떤 기준으로 올스타를 선정할까? 인기 밖에 기댈 데가 없다.
올스타 타이틀은 인기에 더해 해당시즌 퍼포먼스가 뒷받침돼야 한다. 팬들과 감독들 사이에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인기만으로 2020시즌 올스타를 선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덧붙여, 개막 초기에는 어떤 형태로든 관중 수를 통제할 것이다. 7월이라 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 올스타전은 최고의 선수들이 한 데모여 펼치는 잔치다. 지역 사회의 축제다. 일주일간 선수들과 지역 사회 팬들이 함께 많은 스토리를 생산한다. 관중 수를 통제한 올스타전은 상상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올스타를 선정하는 기준이 마땅치 않고, 축제를 즐기기 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올스타전을 개막전으로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
② 더블헤더 경기를 많이 배정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경기를 치를 것이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이 높다. 올해 단축시즌이 될 가능성은 100%다. 162게임을 다 펼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100여년간 역사를 쌓아온 MLB는 어떤 종목과 리그도 넘볼 수 없는 전통과 명예를 만들어 왔다. 리그의 결승전은 이름부터가 (오만하게도) ‘월드시리즈’다.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자리다. 월드시리즈에 나서기 위해서는 우선 플레이오프에 오를 자격을 갖춰야 한다. 30개 팀 중 8개 팀 만이 그 자격을 얻는다. 긴 시즌은 그 자격을 묻는 과정이다. 만약 올해 시즌이 절반으로 단축돼 80여경기만 치른다고 가정해보자.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는 MLB는 2020 우승팀을 늘 예외로 제쳐둘 것이다. 석연치 않은 꼬리표가 붙을 것이다. 어떤 팀과 선수도 그런 대접은 원하지 않는다. 우승팀으로서의 자격과 명분을 위해서라도 구단과 선수들은 가능한 한 많은 경기를 치르는데 합의할 것이다. 다만 무리한 리그 운영을 위해선 기존의 로스터 조항은 수정돼야 한다. 많은 팀이 5선발(투수)에서 6선발 체제로 시즌을 구상할 것이다. 야수들도 더 많이 필요하다. 등록 로스터의 숫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거다. 다행히 사무국도 이에 동의하는 모양새다.
③ 중립지역에서 포스트 시즌 경기를 치르자 ?
6, 7월에 시즌을 시작하고 어떤 형태로든 많은 경기를 치르게 되면 포스트 시즌이 11~12월에 열릴 것이다. 알다시피 시카고∙뉴욕∙워싱턴 등 미국의 중∙동부 지역은 9월말부터 추운 겨울이다. 11~12월에 야외 경기장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따른다. 따뜻한 미국 서∙남부에 위치한 중립도시 돔 구장에서 포스트 시즌 경기를 치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UEFA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슈퍼볼(풋볼 결승전)은 중립 도시에서 개최된다. 지역 연고를 탈피한 축제라는 확장성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MLB에선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을 열고 매듭짓기 위해서 검토할 만하다. 어쩌면 MLB도 지역기반 스포츠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꽃은 피었는데, 야구가 없는 세상이다. 팬들에게 황량한 봄이지만 누군가는 “산타가 월드시리즈를 선물로 줄거다” 라며 스스로 위로한다. 이제는 6월이든 7월이든 시즌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위의 가설들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 MLB는 7월 초에 최소한의 방역 기준에 따라 관중 통제를 한 채 개막할 가능성이 높다. 매주 더블헤더를 펼치며 100경기 이상을 펼치고 11월 시즌을 매듭져 중립지역에서 포스트 시즌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Let’s Play Ball 이 한마디를 애타게 기다리는 암울한 상황이지만, 시즌은 열릴 것이고 우리를 다시 즐거움에 빠지게 만들 것이다. 모두 힘을 내고 조금 더 참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