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MLB

“애리조나 플랜은 미친 짓” 마이크 트라웃의 경솔한 발언, 팬심에 상처

더콘텐토리 2020. 6. 2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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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허리케인 ‘하비’가 텍사스 주 휴스턴을 강타해 이 지역에서만 80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3만여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야구는 계속돼야 한다’는 사무국의 전제를 받아들여 휴스턴 시가 정상화 되는 동안 홈경기를 탬파베이 레이스와 뉴욕 메츠의 홈구장을 빌려 치렀다.

이 해 애스트로스는 ‘휴스턴 스트롱’이란 티셔츠를 입고 경기에 임하며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함께 나눴다. 휴스턴은 2017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힌치 감독은 “트로피를 들고 휴스턴으로 간다. 휴스턴 주민들은 절대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진정한 챔피언이다” 라며 주민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넸다.
(물론 2017년 애스트로스의 우승은 ‘사인 훔치기’로 인해 당시의 숭고한 정신마저 퇴색 돼 버렸다. 지금 우리는 사인훔치기에 대한 도덕성을 논하자는 건 아니다. 야구가 줄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를 말하고 싶다.)

야구는 이상한 스포츠다. 유독 ‘인생’을 빗댄 비유가 많다. 오죽하면 아웃에 대한 표현조차 ‘살았다’ 내지는 ‘죽었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1~3루를 지나 돌아오는 곳은 집(홈)이라 부른다. 봄부터 가을까지 열리는 긴 시즌에 팬들은 일상을 녹인다. 응원하는 팀의 승리와 패배를 매일 함께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리그가 시작조차 하지 못한 2020년, 이런 야구팬들의 마음은 아프고 위로가 필요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시즌은 시작돼야 한다’는 큰 명제를 두고 많은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5월중 경제 재개와 함께 야외스포츠의 무관중 경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PGA투어는 “5월 21일 열 예정이던 ‘찰스슈왑챌린지’를 6월 11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13일 미국 메이저 스포츠가 셧다운 된 이후 재개(또는 시작)가 확정된 첫 사례다. 물론 무관중이다.

메이저리그도 논의가 활발하다. 사무국과 노조가 일부 공감한 대안은 일명 ‘애리조나 플랜(Arizona Plan)’이다. 내용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애리조나 주 각 지역에 위치한 스프링 트레이닝 경기장에서 무관중으로 시즌을 치르자는 것. 미국 현지 코로나 사태는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 플랜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여론은 조성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TV로나마 야구를 볼 수 있는 날이 올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것에 팬들은 만족하고 기대감을 가졌다. 야구팬들에겐 야구의 시작이 곧 일상의 회복이고 팬데믹으로부터 멀어지는 것 아닌가.

하지만 LA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Mike Trout)은 ‘애리조나 플랜’에 대해 “고려할 가치가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호텔과 야구장만 오가며 가족과 만나지 못하는 미친짓”이라며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 중이다. 출산을 보려면 2주 동안 격리돼야 한다. 난 첫 아이의 탄생을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라웃은 “조속히 야구 시즌이 개막되길 바라지만 현실적 방안이 있어야 한다”며 보다 나은 대안이 필요하단 말도 덧붙였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수만명의 가족과 친구들을 잃었다. 누가 ‘생명과 안전’이라는 인류의 가치에 이의를 제기 할 수 있나. 트라웃이 말한대로 ‘애리조나 플랜’은 위험하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가 야구를 시작하기 위해 시도하는 어떤 행위에 대해 ‘미친 짓(bullshit)’이라 정의한 것은 생각할 문제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야구에 대한 애정과 존경은 반드시 필요한 태도다. 그리고 이 태도는 팬들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한 해 440억원의 연봉을 받고 통산 3차례의 MVP를 받은 트라웃은 메이저리그를 상징하는 스타다. 그의 온화한 성품과 성실함은 트라웃을 전국구 스타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가 ‘애리조나 플랜’에 야구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함께 표현하며 반대의사를 밝혔으면 어땟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트라웃의 말 속엔 팬에 대한 존중보단 개인의 안전과 가족의 추억만 있는 것처럼 들렸다.

이에 반해 LA다저스의 켄리 잰슨(Kenley Jansen)은 ‘애리조나 플랜’에 대해 “애리조나에서 야구를 한다면, 팬들이 TV로만 (우리를) 봐도 고마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언제든 유니폼을 입고 빈 야구장에서 팬들이 원하는 야구를 할 수 있다”며 ‘애리조나 플랜’에 대해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야구가 돌아오기 위해 우리 모두 희생이 필요하다. 의사와 보건 종사자들이 건강하게 해줄 수 있다면, 선수들은 적절한 검사를 받고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안전에 대한 가치 또한 잊지 않았다. 잰슨은 유니폼의 소중함과 팬들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전제로 안전을 말했다. 알다시피 잰슨은 여러 차례 큰 경기에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해 팬들에게 많은 비난과 야유를 받은 선수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의 끝자락에서 야구를 경기장이 아닌 TV로 만날 가능성이 크다. 이 또한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안전이 담보된 상태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첫 경기가 열리는 날, 선수들은 보고 듣지 못하겠지만 수많은 팬들은 눈물을 흘리고 또 환호성을 지를 거다.

그 날 필드에 뛰어드는 선수들은 이걸 꼭 알아줬으면 한다. “당신들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야구는 우리에게도 소중하다.”

끝으로, 반 세기동안 다저스 경기의 시작을 알린 빈 스컬리의 외침을 빌려 표현한 한마디를 말하고 싶다. “It’s time for Major League Base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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