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MLB

야구 인생 자체가 드라마...최초이자 최고의 마무리 투수 데니스 에커슬리

더콘텐토리 2020. 6. 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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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잔디와 그라운드의 흙이 그 어느때보다 그리운 날을 대신 채워주는 건 ‘MLB the Show 20’이다.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이다. 최신 그래픽으로 메이저리그의 모든걸 그대로 재현해 놓은 사이버 공간에서 즐기는 야구는 잠시나마 모든걸 잊게 해 준다.

 

가상 공간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와 게임을 즐기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100여년의 역사를 수놓은 스타들을 골라 팀을 만드는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게임 패드를 쥔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접전이 펼쳐질 때 상대방이 이 선수를 구원 투수로 올리면 게임기 전원을 끄고 싶다. 데니스 에커슬리. 상대가 이기고 있는 순간에 이 선수가 올라오면 이 게임은 진거다. 에릭 가니에, 아롤디스 채프먼 심지어 마리아노 리베라가 올라와도 남아있는 도전정신은 에커슬리 앞에선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오랜 야구 팬이라면 잊지 못할 이름. 데니스 에커슬리에 대한 짧은 단상을 나누고 싶다.

키킹 동작으로 왼쪽 다리를 어깨 높이 까지 차올린 뒤 재빠른 어깨 회전으로 뿜어내는 사이드 암의 피칭. 마치 공이 번쩍하고 나타나는 착각이 들게 한다. 유독 루킹 삼진을 많이 잡아낸 그는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처음으로 기록된 1이닝 전문 마무리 투수다. 그는 1975년 리그에 데뷔해 선발투수로 활약해 스타가 됐다. 이 때 그의 나이는 고작 20세였다. 1978년과 79년 시즌엔 각각 20승과 17승을 거두고도 방어율은 3점대 이하를 기록했다. 1977년에는 노히트 노런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1980시즌부터 84시즌까지도 준수한 선발투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그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에커슬리는 당시를 회상한 인터뷰에서 “그 때 팔이 죽었다고 느껴졌다. 전혀 힘이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매일 밤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레드삭스에서 컵스로 그리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트레이드 되며 존재감이 줄어들기 시작한 그는 1987년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오클랜드로 트레이드 된 사실도 “치료를 마치고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에커슬리가 마무리 투수로 전성기를 누린 1980년대 중후반에도 불펜투수는 당연히 존재했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3~5개를 잡아내는 지금의 셋업맨이나 전문 마무리 투수가 아니라 중간 투수 정도라 보면 될까. 에커슬리를 영입한 오클랜드는 경기 중∙후반 승부처에서 그의 구위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1987시즌 54게임에 등판해 115이닝을 던지는 효율성(방어율 3.08)을 확인한 구단은 에커슬리를1988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전문 마무리 투수로 세웠다. 1990시즌은 73이닝 이상을 던지고도 볼넷은 4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1988~1992시즌 데니스 에커슬리 성적

1988 시즌 72.2이닝 방어율 2.35 45세이브

1989 시즌 57.2이닝 방어율 1.56 33세이브

1990 시즌 73.1이닝 방어율 0.61 48세이브

1991 시즌 76.0이닝 방어율 2.96 43세이브

1992 시즌 80.0이닝 방어율 1.91 51세이브

 

‘마무리 투수’라는 이름으로 야구 역사를 새로 쓴 에커슬리가 가장 잊고 싶은 순간 역시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을 때다. 올드 팬들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은 1988월드시리즈 1차전 9회.

 

매 경기 언터처블로 신문의 스포츠 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던 1988시즌 에커슬리의 구종 중 가장 피안타율이 낮은 건 슬라이더. 부상으로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대타로 나선 커크 깁슨은 에커슬리가 던진 백도어 슬라이더를 그대로 받아쳐 끝내기 홈런을 쳤고 이 한 방으로 시리즈 향방이 결정됐다. 이 일로 에커슬리는 어떻게 됐을까. 위 성적표에 나와있다시피 그는 그 후에도 한동안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최고의 선발투수에서 알코올 중독과 어두운 가족사(그의 친형은 살인미수와 납치 등을 저지른 죄가 입증돼 1989년 48년형을 받았고, 에커슬리는 지금까지 두 번의 이혼과 세 번의 결혼을 했다)를 극복하고 최초이자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재기한 에커슬리는 마운드에서 거침이 없었다.

 

‘풍운아’라는 말이 딱이다. 거침없는 풍운아. 에커슬리가 마운드에 오르면 또다시 게임기의 전원을 끄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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