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EPL

[리버풀 우승] 리버풀은 달라달라(Dalla Dalla)

더콘텐토리 2020. 7. 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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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이 마침내 우승했다. 조금은 허무한 우승이다. 스스로 결정지은 우승도 아니다. 당연히 그 자리에 팬들도 없었다.

그렇다고 리버풀의 우승이 주는 의미가 퇴색하는 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첫 우승이자 30년만의 1부 리그 우승이다. 그것뿐이랴. 지난해 맨체스터시티에 1점차로 우승컵을 빼앗긴 아픔을 딛고 한 해만에, 그것도 코로나19라는 변수를 극복하며 얻은 우승이라 팬들의 감격은 더 크다.

당연히 수많은 매체에서 리버풀 관련 기사를 쏟아낸다. 심지어 디 애슬래틱은 시리즈를 예고하며 리버풀의 스토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뭐라도 쓰라는 편집장의 명령(?)이다. 서둘러 클롭 감독의 우승 인터뷰를 찾아봤다. 클롭 감독이 팀의 레전드인 케니 달글리시(Kenny Dalglish)와 스티븐 제라드(Steven Gerrard)에게 우승을 바친다며 팀의 레전드를 언급한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이룬 감독이 전설들에게 공을 돌린다?’

명문 구단이 갖춰야할 요소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절대적인 요소는 바로 '스토리'일 것이다. 단순히 역사가 길다거나 우승 트로피를 많이 모았다고 ‘명문’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다. 긴 시간 팬들과 호흡하면서 수많은 레전드들이 펼치는 활약 속에 소소하지만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팀과 팬들이 공유하지 않는다면 명문 구단이라는 수식어가 허락되지 않는다.

매 시즌 리버풀을 두고 벌어지는 갖가지 논란은 바로 이 스토리의 선택적 수용에서 비롯한다. 팀의 상징과도 같은 빌 샹클리(Bill Shankly), 케니 달글리시의 향수를 기억하는 올드팬들에게 리버풀은 명문팀이라는 자존심이 확고한 반면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EPL을 보기 시작한 대부분의 팬들에게 리버풀은 그저 비아냥의 대상인 중위권 팀이다.

리버풀 팬들은 때때로 비아냥의 순간에 “단순히 강하다고 명문일 수 없고, 명문이라고 늘 강한 것도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콥들은 타팀의 비웃음과 안주거리가 되곤 한다.

클롭이 인터뷰에서 팀의 레전드들을 먼저 언급한 건 바로 그 고리를 끊겠다는 계산된 발언이다. 그간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강팀이라고 명문팀이 될 수 없다'며 위로했던 팬들에게 “이제 왕이 귀환했으니 마음껏 자축하라”는 외침이며, 리버풀에 비아냥 거린 타팀 팬들에게는 "막대한 자본으로 우승을 일군 첼시, 맨시티 등과 달리 리버풀은 근본이 다른 팀"이라며 비교우위를 드러내는 자긍심으로 볼 수 있다. ‘명문 구단’ 리버풀이 30년 만에 ‘강팀’으로 돌아왔음을 세상에 천명하는 그만의 방식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클롭 감독은 여우이자 달변가임에 틀림없다.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전통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가진 명문팀에 마침내 압도적인 실력을 두루 갖춘 강팀이라는 옷을 입힌 리버풀의 클롭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속마음은 이런 것이 아닐까.

“얘들아, 우린 너희와 달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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