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6부리그 팀의 '자이언트 킬링'-맥클스필드, 디펜딩 챔피언 크리스탈 팰리스 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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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6부리그 팀의 '자이언트 킬링'-맥클스필드, 디펜딩 챔피언 크리스탈 팰리스 격침

by 더콘텐토리 2026.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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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클스필드 조쉬 케이(가운데)가 팬들에 둘러싸여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10일 토요일(한국 시각) 열린 FA컵 3라운드에서, 축구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쪽에 가까운 팀이 잉글랜드 최고 무대의 챔피언을 쓰러뜨렸습니다.

 

맥클스필드는 잉글랜드 6부 리그인 내셔널리그 노스 소속 팀입니다. 현재 FA컵에 남아 있는 팀 가운데 가장 낮은 리그에 속해 있으며, 프리미어리그 팀 크리스털 팰리스와는 무려 117 계단이나 떨어져 있던 구단입니다. 그런 팀이, 홈구장 모스 로즈에서 그것도 FA컵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2대 1 승리를 거뒀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변이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우연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맥클스필드는 전반 종료 직전 주장 폴 도슨(Paul Dawson)의 헤더로 앞서 나갔고, 후반 중반에는 아이작 버클리-리케츠(Isaac Buckley-Ricketts)가 침착한 마무리로 격차를 벌렸습니다. 프리미어리그 팀을 상대로 6부 리그 팀이 만들어낸 2대 0 리드는 경기장 전체를 믿기 어려운 분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선제골을 넣은 폴 도슨(가운데)

맥클스필드를 이끄는 이는 존 루니(John Rooney) 감독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대표팀의 전설, 웨인 루니의 동생으로 잘 알려진 지도자입니다. 그는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질 가능성이 훨씬 높은 쪽”에 서 있던 감독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이 승리로 맥클스필드는 FA컵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논 리그팀(EPL이나 EFL이 아닌 팀)이 디펜딩 챔피언을 탈락시킨 것은 무려 117년 만의 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마지막 주인공이 크리스털 팰리스였습니다. 팰리스는 1909년 1월 울버햄프턴을 꺾으며 같은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또한 이번 결과는 21세기 들어 논 리그 팀이 프리미어리그 팀을 탈락시킨 세 번째 사례이기도 합니다. 2012/13시즌 노리치 시티를 꺾은 루턴 타운, 2017년 번리를 탈락시킨 링컨 시티에 이어 맥클스필드가 그 계보를 이었습니다. 다만 당시 두 팀은 5부 리그였고, 맥클스필드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낮은 6부 리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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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버클리-리케츠가 추가골을 넣자 기뻐하는 선수들

경기 막판 크리스털 팰리스는 반격을 시도했습니다. 69분 크리스탄투스 우체(Christantus Uche)의 헤더는 오프사이드로 취소됐고, 89분 예레미 피노(Yeremy Pino)의 프리킥 골로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끝내 동점골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종료 휘슬과 동시에 팬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들어왔고, 작은 구단의 홈구장은 축제의 장으로 변했습니다.

 

이날 승리는 맥클스필드라는 구단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 팀은 2020년, 재정 파탄으로 해체된 맥클스필드 타운의 후신으로 새롭게 창단된 클럽입니다. 존재 자체가 재도전이었던 구단이 FA컵에서 기적 같은 밤을 만들어냈습니다.

 

존 루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습니다.

“첫 순간부터 선수들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프타임에는 경기를 관리하자고, 템포를 늦출 수 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2대 0이 될 거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선수가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했고, 이들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폴 도슨(우측)과 아이작 버클리-리케츠

크리스털 팰리스에게 이 패배는 더욱 뼈아팠습니다. 팰리스는 불과 7개월 전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구단 역사상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이번 경기는 그 타이틀 방어의 출발점이었지만, 시작부터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경기 후 팰리스의 올리버 글라스너(Oliver Glasner) 감독은 냉정했습니다. 그는 “찬스를 만들지 못했고, 스피드도 피지컬도, 박스 안 존재감도 없었다”며 “오늘 경기력이라면 U-21 팀이 더 잘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패배를 변명의 여지 없는 결과로 받아들인 발언이었습니다.

 

FA컵은 늘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축구가 왜 여전히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번 증명한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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