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비 알론소(Xabi Alonso)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구단 발표는 ‘상호 합의에 따른 결별’이었지만, 현지 복수의 관계자들은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선수단 역시 사전에 이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고, 구단 공식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론소 감독은 지난여름 카를로 안첼로티(Carlo Ancelotti) 감독의 후임으로 3년 계약을 맺고 부임했지만, 8개월도 채 되지 않아 베르나베우를 떠나게 됐습니다. 후임으로는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를 이끌던 알바로 아르벨로아(Álvaro Arbeloa) 감독이 승격됐습니다.
결정의 직접적인 계기는 성적이었습니다. 알론소 감독의 마지막 경기는 FC 바르셀로나와의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결승전 패배였습니다. 리그에서는 2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선두 바르셀로나와의 승점 차도 4점에 불과했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역시 16강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었습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즉각적인 결별을 단행할 정도의 위기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11월과 12월 사이 공식전 9경기에서 3승에 그친 흐름, 그리고 홈에서 당한 셀타 비고와 맨체스터 시티 전 패배는 구단 수뇌부의 인내심을 급격히 소진시켰습니다.
흔들린 권위와 드레싱룸의 균열

문제는 결과만이 아니었습니다. 알론소 감독은 전술적 규율과 구조를 중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드레싱룸과의 연결은 느슨해졌습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Vinícius Júnior)는 알론소 감독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재계약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고, 다른 핵심 선수들 역시 잦은 전술 변화와 관리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엘 클라시코 승리 직후 비니시우스의 교체 항의가 별다른 제재 없이 넘어간 장면은 알론소 감독의 권위가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라는 클럽에서 감독의 권위는 성적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인데, 이 균열은 끝내 복구되지 못했습니다.
페데리코 발베르데(Federico Valverde)와 주드 벨링엄(Jude Bellingham)을 포함한 여러 핵심 선수들 역시 알론소 감독의 지도 방식과 전술적 접근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몇 주 동안 이들 선수의 경기력과 헌신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포착됐고, 이러한 흐름은 결국 일요일 셀타 비고와의 홈 경기에서의 처참한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분명했던 축구, 허락되지 않았던 시간

전술적으로 알론소 감독의 의도는 분명했습니다. 빌드업 과정에서 백3를 형성하고 오렐리앙 추아메니(Aurélien Tchouaméni)를 내려 3-2-5 혹은 3박스3 구조를 만드는 방식은 레버쿠젠 시절 무패 우승을 이끌었던 시스템의 연장이었습니다. 아르다 귈러(Arda Güler)를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시켜 템포 조절을 맡기고, 전방에서는 킬리안 음바페(Kylian Mbappé)와 비니시우스의 유동적인 포지션 체인지를 활용했습니다.
공격 전개에서의 유연성과 전방 압박 강도는 수치상으로 개선됐고, 공격 지역에서의 볼 탈취 역시 리그 최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잦은 포메이션 변화와 평균 경기당 3회 이상의 선발 변화는 팀의 안정성을 해쳤고, 수비 전환과 중원 공간 관리에서는 반복적으로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무엇보다 레알 마드리드는 프로젝트형 감독에게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클럽입니다. 이사회, 스타 선수들 사이에서 정치적 균형까지 요구받는 이 자리에서 알론소 감독은 아이디어를 심는 단계에서 이미 결과를 증명해야 했습니다.
물론, 알론소 감독은 실패한 지도자가 아닙니다. 레버쿠젠에서의 업적은 여전히 유효하고,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8개월은 값비싼 학습의 시간이었습니다.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향후 선택지는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짧았지만, 이 시간은 다시 한 번 레알 마드리드가 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감독직인지를 증명한 사례로 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