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미국 WBC결승행, 축제를 즐기는 팀USA가 되길 바라며..(미국 vs 도미니카공화국)
본문 바로가기

[MLB] 미국 WBC결승행, 축제를 즐기는 팀USA가 되길 바라며..(미국 vs 도미니카공화국)

by contentory-1 2026. 3. 16.
728x90

 

그들의 여정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최정상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한발을 더 내딛었습니다.

미국 야구 대표팀이 2026 WBC 준결승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최종 스코어 2-1로 무너뜨리고 결승에 선착했습니다.

미국 대표팀

대회가 열리고 지난 2주 동안 미국 대표팀이 끌어모은 슈퍼스타들과 코치진은 대회의 중요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는 어떤식으로 이해하는지 다소 애매할 때가 있었습니다.

브라이스 하퍼는 이 대회가 올림픽이 아니라는 점을 아쉽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타릭 스쿠발은 야구 약체 영국을 상대하는 경기에서 딱 한번 3이닝 투구를 마치고 팀을 떠났습니다. 마크 데로사 감독은 중요한 경기를 맞이하면서도 대회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빅리그에서 뛴 카메론 메이빈이라는 전직 야구선수가 자신의 X에 이런 메시지를 썼습니다. “미국팀은 지독하게 건조하고 재미없는 분위기야. 마치 사막에서 물 한모금 없이 짠 크래커 한봉지를 전부 먹어버린 느낌이랄까.” 이런 분위기를 벤치도 모를리 없었습니다. 팀은 승부욕을 끄집어내기 위해 라커룸에 군대 이미지를 투영시켰습니다. 홈런을 치면 군대식 경례를 했고,

‘적을 향해 전진(Forward toward Enemy)’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선발투수 폴 스킨스는 LSU로 전학하기 전 공군사관학교에서 두 시즌을 보낸 선수입니다. 그는 마크 데로사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자유를 지키는 모든 군인들을 위해 이 일을 하겠습니다.” 마치 이란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의 애국심을 야구로 더 뜨겁게 고취시킬만한 말이었습니다.

 

8강전을 앞두고 미국 팀은 전직 네이비 실(Navy SEALs, 미 해군 특수부대) 로버트 오닐을 초청했습니다. 뉴스에서 이 인물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 글에선 정치적 쟁점이 되는 사족은 빼겠습니다. 아무튼 그는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참여해 빈 라덴을 직접 사살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입니다. 데로사 감독은 “우리가 야구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밤마다 우리의 자유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미국은 승리를 위하여 ‘엄숙함’을 선택했습니다.

선취 홈런을 친 주니어 카미네로(13)

미국과 다르게 도미니카공화국은 매우 들떠 있었습니다. 선수와 팬들이 함께 만든 에너지가 2주간 마이애미를 달구고 있었습니다. 타티스 주니어의 홈런 세리머니, 후안 소토가 가슴을 세게 두드리는 장면, 카미네로의 신명나는 제스처까지. 그들은 승리를 거두고 88세에 접어든 명예의 전당 헌액자 후안 마리샬을 불러 클럽하우스에서 함께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영화 대부의 주인공 처럼 카리스마를 더해 감독으로 다시 등장한 앨버트 푸홀스는 “우리는 나라를 대표하는 가족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루이스 세베리노

도미니카공화국 팬들의 응원은 진짜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선발투수 루이스 세베리노가 미국의 선두타자 바비 위트 주니어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을 때 팬들의 함성소리는 돔구장의 지붕이 흔들리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컸습니다. 이어서 하퍼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세베리노는 포효했고, 위트 주니어와 하퍼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습니다. 웃을 이유가 없었지만은 미국팀은 대회 내내 그다지 즐거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열린 마이애미에는 워낙 많은 남미인들이 살고 있었기에 론디포파크는 도미니카공화국의 홈구장을 연상시킬만큼 그들의 응원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히스패닉 사이사이 미국 팬들의 존재도 카메라에 잡혔는데, 그들은 ‘애국심’을 표면에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애국자를 상징하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유니폼을 입은 팬, 미국 독립전쟁 당시 애국을 내세웠던 정치가들이 쓴 가발과 조끼, 바지를 챙겨 입고 나온 팬들도 있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 팬들이 쉬지않고 울려대는 카우벨과 북소리에 묻혔지만 미국팬들은 내내 USA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미국팬들에게 야구는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치열한 전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선수들은 공감하지 못했었고, 4강에 올라서서 치열한 접전을 펼쳐지자 내재된 투사본능이 깨어난 것 같았습니다.

폴 스킨스

지금까지 이 대회 하이라이트 필름은 대체로 남미 국가와 팀사무라이가 만들어왔습니다. 미국 대표팀의 세리머니는 이들과 비교하면 다소 조용했고 심심했습니다. 상대는 내내 열정적이었고 떠들썩했던 것과 비교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비난과 우려를 조용하게 만드는데에는 딱 한게임, 2득점만이 필요했습니다. 

 

야구는 통계의 미학으로 불립니다. 통계가 작동하기 위해선 얼마간 모수를 쌓여야 합니다. 그래서 야구는 몇 게임의 승부만으로는 팀의 진면목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때론 전력으로 맞붙는 단 한경기가 야구의 매력을 극도로 끌어올릴 때가 있습니다.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이 맞붙은 4강전 문을 열기 전 팬들은 그 매력에 이끌렸습니다. 야구의 종주국이나 다름없는 미국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선발투수로 폴 스킨스를 예고했습니다. 스킨스는 우리나라에 융단폭격을 쏟아 부은 도미니카공화국 타선을 상대로 4이닝과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 잡을 때까지 단 1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이 유일한 실점은 주니어 카미네로가 터뜨린 솔로 홈런이었습니다.

거너 핸더슨

현지 댓글창에 미국팀을 향한 비난과 아쉬움이 차 오를 때쯤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두 시즌 전 MVP급 활약을 펼친 거너 헨더슨이 솔로 홈런을 쳐 내며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 미국 대표팀의 막내 로만 앤서니가 홈런을 치며 경기를 단숨에 역전시켰습니다. 하지만 스킨스가 내려가면 도미니카공화국의 반전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미국 불펜이 이 타선을 감당해 낼 것이라고 누구도 확신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표팀의 불펜진은 스킨스보다 더 압도적으로 상대 타선을 묶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먼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사이드암 불페너 타일러 로저스가 5회에 인상적인 한 장면을 남겼습니다. 1사 1, 2루 위기에서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타자 후안 소토를 상대해 더블플레이를 유도한 것입니다. 양키스의 클로저 데이비드 베드나도 7회에 마운드에 올라 결정적인 삼진 두개를 잡아내며 두 명의 주자를 잔루로 남겼습니다. 베드나는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밤 하늘을 향해 포효했고 이 장면은 대회 내내 부족해 보였던 미국 대표팀의 야성을 깨워냈습니다. 적어도 이 때만큼은 미국 대표팀의 덕아웃에 있던 선수들 모두가 원팀이 되어 있었습니다.

데이비드 베드나

9회, 미국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마무리 투수 메이슨 밀러가 나섰습니다. 밀러는 100마일을 상회하는 패스트볼로 전력투구하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훌리오 로드리게스가 볼넷을 얻어나가고 이어서 패스드볼(passed ball)로 주자가 득점권으로 진루하면서 위기감이 생겨났습니다. 그럼에도 차분하게 투구를 이어갔고 마지막 타자 헤랄도 페르도모를 상대로 삼진(아마 ABS챌린지 제도가 있었다면 마지막 공은 볼 판정을 받았을테지만)을 잡아내면서 경기를 끝냈습니다.

역전 홈런을 친 로만 앤서니(3)

이제 미국은 이탈리아와 베네수엘라의 대결 승자와 세계야구 챔피언 자리를 두고 한판승부를 펼칩니다. 미국이 만약 이탈리아와 붙게 된다면 사실상 ‘미국 vs 미국’의 구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탈리아 대표팀 로스터 30명 중에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선수는 딱 5명에 불과하고 이탈리아 국적자는 3명 뿐입니다. 미국 국적자가 24명이나 됩니다. 이 대결에서도 ‘애국심’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그건 코미디입니다. 상대가 베네수엘라라고 한다면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자꾸만 야구에 애국심과 자유를 수호하는 투사의 이미지를 투영시키는 것이 어색합니다. 전쟁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투쟁은 이것을 다루는 이들에게 맡겨두면 어떨까요. 미국 선수들도 도미니카공화국 팬들처럼 공 하나에 웃고 환호하면서 친구들과 끌어안는 축제를 즐기면 좋겠습니다. 이제 딱 한경기가 남아있습니다. 그들도 순수하게 야구에만 몰입하길 바라봅니다.


AD

콘텐토리가 양질의 콘텐츠를 계속 제공하도록 광고 클릭 부탁드려요

반응형


🙏 광고 차단기를 사용 중이신가요? 잠시 꺼주시면 콘텐츠 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