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록빛 헐렁한 스포츠 점퍼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미국 힙합 문화가 우리나라로 확산해 온 그 때 샬럿 호네츠는 구단 역사상 딱 한번 뿐이었던 중흥기를 맞이했습니다.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 올스타전에 출전했고, 팀은 동부컨퍼런스의 다크호스로 평가 받았습니다. 알론조 모닝, 래리 존슨, 에디 존스, 켄달 길, 리그의 최단신 포인트가드 타이론(먹시) 보그스와 델 커리 같은 선수들이 로스터를 구성했던 그 때입니다.
캐롤라이나에 연고를 둔 아이스하키팀 허리케인스. 매 시즌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지역민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은 프랜차이즈와 달리 호네츠는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면서 연고지에서 조차 외면당해왔습니다.
그랬던 호네츠는 대변혁을 일으켰습니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 팀이 NBA에서 가장 기대받는 팀으로 변신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4월 10일(우리시간 기준). 호네츠가 41번째 승리를 거둔 날입니다. 한 시즌 82경기를 기준으로 41승은 딱 절반에 해당합니다. 이로써 호네츠는 승률 5할 이상의 시즌을 확정시켰습니다. 지난 10년간 겨우 두번 있었던 아주 귀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의미있었던 건 루키 플레이어 콘 크니플이 한 시즌 구단 최다 3점슛 기록을 세운 날이기도 했습니다. 크니플은 신인으로서 단 76경기만에 이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냈습니다. 경기당 8개에 가까운 3점슛을 꾸준히 던졌고 성공률이 43%나 됐습니다. 2025년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호네츠에 뽑힌 그는 이번 시즌 호네츠 센세이션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선수입니다.
NBA 홈페이지와 각종 스포츠 매체가 호네츠를 주목하기 시작한건 지난 올해 초부터입니다. 언론은 찰스 리 감독을 ‘올해의 감독상’ 후보로 꼽았고, 콘 크니플은 쿠퍼 플래그를 넘어서는 최고의 신인으로 추켜세웠습니다. 90년대 중반 호네츠의 색깔을 또렷하게 각인시킨 슈퍼스타들처럼 이제 호네츠의 로스터를 채운 대부분의 선수들은 미국 현지에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간단히 호네츠 로스터를 소개하자면,
프랜차이즈 스타 라멜로 볼은 이번 시즌 드디어 잠재력을 폭발시켰습니다. 잦은 부상과 클러치 순간 어설픈 경기 운영 등 단점으로 지적받은 요소를 크게 줄이면서 팀의 핵심이 됐습니다. 여전히 사고는 덜 쳐야겠지만요. 여기에 브랜든 밀러가 공격과 수비에서 팀의 중심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여기에 앞서 묘사한 콘 크니플까지. 이 세명의 스타에 마일스 브리지스와 무사 디아바테가 더해진 스타팅5 라인업은 29개 팀 모두에게 위협적인 대상이 됐습니다.
이 다섯명이 코트에 섰을 때 100포제션당 득실마진 +26.4. 2015-16시즌 이후 최소 250분을 함께 뛴 5명의 로스터 그 모든 구성 가운데 최고 기록입니다.
호네츠는 이번 시즌 44승으 기록했는데 이는 2004년 샬럿 밥캣츠에서 프랜차이즈가 재창단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승수였습니다. 시즌 초반만해도 NBA팬 누구도 호네츠를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시즌 첫 18경기를 4승 14패로 출발했고, 새해를 맞이했을 때도 11승에 불과했습니다.

반전의 모멘텀이 만들어진 시점은 1월 3일. 이 날부터 시즌이 끝나는 날까지를 기준으로, 호네츠는 네트 레이팅(득실마진)과 공격 효율 지표에서 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1위였습니다. 아주 놀랍게도 수비효율지표도 4위. 톱5에 이르는 성적을 남겼습니다.
호네츠가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농구를 잘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잠재력이 폭발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마이클 조던이 구단 지분을 모두 매각한 2023년 이후 구단은 재건을 시작했습니다. 조던 체제에서 호네츠는 그저 한 시즌을 연명하는 수준의 운영에 그쳤다면 새 구단주(릭 슈널과 게이브 플롯킨이 이끄는 컨소시엄)는 조직 운영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60명의 구단 직원을 새로 채용해 필요한 부서에 발령을 내렸고, 하다못해 영양사도 대폭 늘렸습니다. 지금 최첨단 시설로 꽉 채운 훈련 시설도 건설 중에 있습니다. 홈구장인 스펙트럼 센터에도 2억 4500만달러를 쏟아부어 관중 들 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매력적인 새로운 코트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찰스 리 감독을 새 지도자로 뽑은 것도 이 때였습니다.

호네츠는 지난 1월 5일, 압도적인 우승후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상대로 27점차 승리를 거두면서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이 승리로 완벽한 전환점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날 이후 레이커스와 너기츠를 상대로도 대승을 거두면서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현지날짜 기준으로 지난 화요일,
호네츠는 마이애미 히트를 상대로 플레이인토너먼트를 치렀습니다. 구단 재건의 중요한 스텝이 된 이 경기는 역시나 시작부터 끝이나는 순간까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기대했던 라멜로 볼과 콘 크니프이 슈팅 난조를 겪으면서 팀은 패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정규시간 종료 10.8초를 남긴 순간 코비 화이트가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가는 극적인 3점슛을 성공시켰습니다. 화이트는 지난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맞춰 시카고 불스에서 호네츠로 팀을 옮겨왔습니다.

이번 시즌 호네츠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3점슛을 많이 던진 팀입니다. 이 전술은 토너먼트 단판승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지만 극도로 3점슛 비율을 끌어올리는 이 작전이 얼마나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는지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라멜로 볼은 3점슛 16개를 던져 단 2개만 성공시켰고, 콘 크니플은 6개의 슈팅 시도 가운데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연장전에서도 접전승부는 내내 이어졌지만 종료 직전 라멜로 볼이 기어코 리드를 확보하는 레이업 슛을 성공시키면서 127-126, 드라마틱한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호네츠는 간신히 승리해 또 한번의 단판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히트와의 승부에서 얻은 교훈으로 새로운 반전 전략을 만들어내야 할 겁니다.

모처럼 찾아온 청록색 말벌의 플레이오프 스토리를 이대로 끝내기에는 팬들이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습니다. 좀 더 흥분되는 이야기가 쏟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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