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댈러스 매버릭스 시절,
백업 가드로 뛰던 제일런 브런슨을 보고 ‘이토록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팬들 있을까요.
뉴욕 닉스는
아주 오래도록 프랜차이즈를 구원해 줄 ‘메시아’를 찾고 있었습니다.
패트릭 유잉의 시대를 끝내고, 한 때 아마레 스타더마이어가 혹시 그런 존재가 되어줄까 기대를 했었고, 그러고는 카멜로 앤서니에게 오래도록 큰 희망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닉스에게 챔프를 향하는 환희를 안겨주지 못했고, 또다른 구원자를 찾는 여정은 또 길게 이어졌습니다.
리그를 장악한 슈퍼스타들은 모두가 한번쯤 닉스와 연결고리로 묶였습니다. 팬도 프론트도 그들을 데려오고 싶어 열정을 보였습니다.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야니스 아데토쿤보 같은 선수들 말이죠. 끓어오른 보도들만 읽다보면 언젠가 소속팀과 계약기간이 끝나면 닉스 유니폼을 입을 것 같았지만 누구도 뉴욕으로 오진 않았습니다.

2022년 7월, 제일런 브런슨이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누구도 브런슨이 닉스 프랜차이즈의 구원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겁니다. 키가 고작 6피트에 달할 수준밖에 되지 않은 가드 브런슨은 뉴욕이 그린 슈퍼스타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도 않았습니다. 어찌보면 어리숙하고, 또 뭔가 애처로워 보이는 외모와 뭔가 부자연스러운 제스처, 세리모니까지도. 이때만해도 브런슨은 단지 돈치치의 백업 가드에 불과했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버지의 지인, 오랜 친구들에 닉스 선수와 프론트로 일했거나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종의 ‘낙하산’ 인사처럼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말입니다. 2026년 5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브런슨은 뉴욕 농구의 메시아가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니 맞지 않습니까? 종교 역사를 봐도 메시아는 브런슨처럼 작고 볼품 없었으며 시작이 미약했습니다.

제일런 브런슨은 확고부동한 뉴욕 닉스의 슈퍼스타이면서 클러치 플레이어입니다. 칼 앤서니 타운스도, 미칼 브리지스도, OG아누노비도, 누구도 브런슨의 높은 선수 가치에 맞닥뜨릴 수가 없습니다. 브런슨은 또 한번 닉스를 동부컨퍼런스 최종전으로 이끌었습니다.
브런슨이 닉스 유니폼을 입은 뒤로,
닉스는 매 시즌 최소 45게임 이상을 이겼습니다. 또 가까운 3시즌은 모두 50승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02년부터 브런슨이 닉스에 오기 전까지 이 팀이 45승을 넘게 거둔 시즌은 딱 한번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브런슨은 닉스 소속으로 팀을 매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시키고 있는데 2001년부터 2022년 사이에 1라운드를 통과한 역사 또한 딱 한번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진짜 뉴욕 농구의 구원자가 맞습니다. 하지만 닉스 팬들이 여기서 ‘만족’할 리는 없습니다.

브런슨이 닉스에서 활약하기 전까지,
이 팀은 사실상 뉴욕이라는 세계 최고의 도시 프리미엄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브런슨은 뉴욕 닉스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았고, 매 순간마다 닉스가 농구로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받게 하고 있습니다. 작년 클러치 플레이어 상을 받은 것으로도 그 성과를 인정할 수 있겠지만 이런 기록도 있습니다. 한 팀에서 플레이오프 첫 50경기 동안 기록한 득점 순위 6위! 이게 얼마나 놀랄만한 성적이냐면, 패트릭 유잉과 비교해서 이미 300점이나 넘게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습니다.
브런슨은 농구 실력 뿐 아니라 인성으로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실하고 부지런하다는 평가가 늘 따라 붙는데 코칭스태프들도 그의 일관성 있는 성실함에 찬사를 보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리더로서 강력하지만 선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동료들은 “브런슨은 이번 시즌 더욱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 변화로 예를 든 경기가 지난 1월 중순 댈러스 매버릭스와 치른 홈경기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닉스는 17점차로 대패했습니다. 이 때 치른 11경기에서 닉스는 2승 9패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이 당시만해도 닉스는 뭔가 나사가 빠진 것처럼 보였고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고 인식하기도 어려워보였습니다.
매버릭스와의 경기를 치른 다음날,
브런슨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정신차리자.” 이날 이후 닉스는 8연승을 달렸습니다. 정규시즌 마지막 39경기에선 28승 1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습니다.
마이크 브라운 감독은 브런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스누피 아시죠? 그 만화를 보면 라이너스라는 아이가 항상 담요를 갖고 다니잖아요. 제가 라이너스라면 브런슨이 그 담요입니다.”

브라운 감독은 “브런슨은 위대한 선수입니다. 그는 팀을 침착하게 만들고, 모두가 어려워하는 경기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풀어주면, 위기의 순간을 책임지고 돌파합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닉스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NBA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포스트시즌 흐름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치른 10번의 경기에서 득실마진이 +194. NBA 신기록입니다. 이 기간 브런슨은 평균 27.4득점에 필드골 성공률이 48.5%에 달하고 있습니다. 3점슛 성공률은 40%대를 기록하고, 평균 어시스트도 6개를 넘습니다.
초접전 상황에서 브런슨만큼 믿을만한 스코어러는 흔치 않습니다. 특히 절정에 달한 그의 풋워크는 최고 수준의 수비수들조차 불안정하게 보일 정도로 만듭니다. 불규칙한 발동작에 수비수들은 얼거나 한발 늦게 반응하는게 다반사입니다.

이제 브런슨에게 남은 유일한 과제라면, 닉스의 우승 뿐입니다. 뉴욕이 마지막으로 NBA우승컵을 들어올린게 대체 언제인지 명확하게 기억하는 이도 이젠 드뭅니다. 브런슨의 커리어에 딱 한번뿐일지라도 NBA우승을 차지한다면 아마도 그는 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공격형 가드로 인정받을겁니다.
브런슨이 최근 한 기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는데요.
“당신은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브런슨이 답한 내용이 이랬답니다.
“제게 매우 큰 의미를 주는 질문입니다. 아직 닉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중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그가 표현한 ‘나중’은 우승한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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