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ne for All, and All for One”
소설 ‘삼총사’를 아우르는 대사 입니다. 뉴욕 지역 언론들이 뉴욕 닉스의 2026 NBA파이널 우승을 묘사하는 말로 이 멋진 대사를 끌어다 썼습니다. 그리고 월트 프레이저도 이 표현을 인용해 닉스의 우승을 축하했습니다. 프레이저는 1970년과 1973년 뉴욕 닉스가 우승했을 당시 선수로 뛴 레전드이자 지금은 유려한 말솜씨로 닉스 경기를 해설하는 방송인입니다.

닉스는 무려 53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팬들이 감격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감동의 이면에는 긴 세월의 간극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샌안토니오 코트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순간까지 여정은 드라마틱했습니다. ‘One for All, and All for One’ 이 말은 우승을 향한 강한 집념을 가진 닉스 팀과 선수들 그리고 팬들이 서로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됐습니다.
뉴욕 닉스가 NBA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환호하는 선수들과 팬들 그리고 미디어가 쏟아낸 기사들을 읽어보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고 또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나누겠습니다.

파이널 시리즈 4차전이 끝났을 때, 뉴욕 팬들과 선수들이 ‘우승’할 수 있겠다고 직감했을겁니다. 게임이 끝난 뒤에도 몇 시간 동안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 닉스 경기를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대체로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최소 1000만원에 가까운 티켓값을 내고 농구 경기를 보러 올 수 있는 사람이 평범하진 않을 테죠. 전직 선수도 있었고, 유명 가수와 배우도 있었습니다. 슈퍼스타들의 가족과 친구들고 있었고, 정치가, 기업가 등 얼굴만 보면 누군지 알만한 인사들이 모였습니다. 경기장 바깥에선 ‘한가닥’할 법한 그들도 결국 MSG안에서는 닉스 유니폼과 티셔츠를 입은 평범한 팬이었습니다. 4차전이 끝났을 때, 그들은 일종의 ‘구원’을 받은 것처럼 감격을 느꼈습니다.
닉스는 오래도록 고통의 상징이었습니다. 이 팀의 팬이 되겠다고 자청하는 모든 사람에게 그랬습니다. 무능한 농구팀의 대명사였습니다. 그리고 희망도 없어보였습니다. 농구는 다만 몇 명의 슈퍼스타만으로도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종목입니다. 그랬기에 뉴욕이라는 메가시티를 배경에 둔 팀이라면 성공이 당연했어야 합니다. 양키스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닉스가 팬들에게 준 키워드는 ‘실패’ ‘절망’ ‘무능’ ‘고통’ ‘좌절’ 이런 것들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파이널 4차전이 열린 그날 밤, 자정을 넘기고도 수많은 팬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고통을 보상받는 밤”이었다고 했습니다. 단 한번의 콘서트로 한 도시의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테일러 스위프트도 OG아누노비의 결승 팁인에 몸부림치며 열광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닉스 팬들은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행복해 보였습니다. 여전히 우승을 확정지은 게 아니었지만 거기 모인 모든 이들이 마침내 우승이 점차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직감했을 겁니다
그리고 53년만에 뉴욕 닉스는 진짜로 NBA의 챔피언이 됐습니다. 반세기 넘게 실패만을 겪어왔지만 당분간 닉스는 양키스와 메츠, 제츠와 자이언츠 그리고 레인저스를 뒤로 한 채 뉴욕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 팀으로 기억될 겁니다.

뉴욕 타임스는 지면을 통해 닉스의 우승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닉스는 팬들에게 구원의 시간을 선물했다. 이 우승은 팬들에게 건네는 일종의 사과(apologize)였다.” 뉴욕 타임스가 소개한 것처럼 닉스는 오랜 기다림을 묵묵히 참아준 팬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과거 실패의 시간을 보낸 선수들까지 우승의 여정에 초대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도 이번 우승의 일부가 되었고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았습니다.
1994년 휴스턴 로키츠와 맞붙은 파이널 시리즈 7차전에서 17개의 슈팅을 던져 단 2개만 성공시킨 가드 존 스탁스를 포함해 패트릭 유잉, 래리 존슨, 카멜로 앤서니, 스테판 마버리, 제레미 린 등이 그들입니다. 물론 TV를 통해 비춰진 경기장에서 제가 직접 보지 못했지만 안토니오 맥다이스, 아마레 스타더 마이어, 라트렐 스프리웰, 앨런 휴스턴 등도 앞서 쓴 선수들과 같은 마음일겁니다.

닉스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애틀랜타 호크스를 상대로 살짝 고전했지만 시리즈 중반부터 상대를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를 완파했고,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겐 엄청난 스코어 차이로 굴욕감을 줬습니다. 그리고는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차근차근 해체하듯 제압해내며 정상에 섰습니다. 이 승리는 1999년 스퍼스에게 당한 파이널 패배를 되갚은 스토리로 남았습니다.
제일런 브런슨은 패트릭 유잉과 카멜로 앤서니가 가보지 못한 곳까지 팀을 이끌면서 마침내 뉴욕의 진정한 왕이 됐습니다. 마이크 브라운은 자기 과시가 없는 조용한 리더십으로 팻 라일리와 래리 브라운, 그리고 마이크 댄토니 같은 명예의 전당급 지도자가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습니다.

‘위대함’으로 기억될 서사에 적지 않은 행운도 있었습니다. 라이벌들은 부상에 신음했고, 최후의 상대는 기대했던 스타플레이어(디애런 팍스)가 시리즈 내내 부진의 늪에 빠졌습니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백업 가드로 뛰던 선수가 뉴욕의 ‘The Only One’이 되리라고 누가 감히 확신했을까요. 정상에 우뚝선 지금도 그는 내가 이 팀의 온리원이라고 부르짖지 않습니다. 우승직후 인터뷰에서 브런슨은 “프론트와 동료들 그리고 팬들이 있었기에 성취가 가능했다”며 내내 눈물만 흘려댔습니다. 훗날 닉스의 우승을 두고서 브런슨 뿐 아니라 모든 선수의 이름이 오랜시간 회자될 겁니다. 칼 앤서니 타운스, OG아누노비, 미칼 브리지스, 조쉬 하트. 그리고 이들만큼이나 위대했던 벤치 플레이어들도요.

이제부터 뉴욕의 이야기는 당분간 농구로 쓰일겁니다. 야구와 풋볼, 하키가 자리를 비운 그 공간도 농구가 채울겁니다. 53년간 매듭짓지 못한 결말은 이제서야 해피 엔딩으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팬들은 언젠가 ‘그 밤’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어왔을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밤’이 찾아왔습니다. 닉스는 챔피언이 됐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날은 빠르게 밝아왔습니다. 또 한번 ‘그 밤’을 기다리기까지 어쩌면 반세기를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지금 세계 농구의 수도는 단언컨대 ‘뉴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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