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EPL)의 '중2병' 노팅엄 포레스트 - "날 피해 가라"
노팅엄 포레스트(이하 포레스트)라는 팀을 아시나요. 최근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자주 볼 수 있어서 인지도가 꽤 높은 구단이지만, 아마 처음 들어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자꾸 과거 얘기를 해서 그렇지만, 과거에는 잘 나간 적도 있었던 구단이죠. 최근 포레스트의 이름이 영국 미디어에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성적이 좋아서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런 건 아닙니다.

사건은 2024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포레스트는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세 차례나 논란이 되는 판정을 받습니다. 그 때문인지 경기에선 2대 0으로 졌구요. 에버튼과의 경기 후, 판정에 불만이 있었던 포레스트는 “VAR 담당 심판(스튜어트 애트웰)이 강등 경쟁을 하는 루턴 타운의 팬”이라 주장하며 소셜미디어에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세 차례의 형편없는 판정", "우리의 인내심은 이미 여러 번 시험받았다"는 표현을 쓰며 매우 거칠게 항의합니다. 2024년 4월 당시엔 포레스트가 강등을 걱정하던 성적이었거든요. 이에, 당시 징계위원장 그레이엄 맥퍼슨은 포레스트의 항변을 "다소 히스테릭하다"며 일축했고, FA(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결국 포레스트에 대해 100만파운드(약 18억 원)의 징계를 내립니다.
포레스트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맥퍼슨의 해당 발언과 FA의 징계가 편향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항소를 하죠.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포레스트는 중재 재판을 통해 FA의 처분을 뒤집는 데 성공합니다. 재판부는 맥퍼슨의 발언을 “부당하고 부적절한 개인적 공격”이라고 판단하며 포레스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결과적으로 벌금 부과가 무효화됐을 뿐 아니라, FA는 10만 파운드(약 1억 8000만 원)가 넘는 재판 비용과 양측의 법률 비용까지 부담하게 됐습니다. FA를 상대로 정면 승부해서 이긴 구단이 있나 싶네요. 아무튼 이런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이 사건이 주는 파장이 컸습니다(뒷 감당이 되려나...).
그런데 포레스트의 이런 도발적(?) 움직임은 이 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두 번째 사건은 국제 무대에서 벌어집니다. 크리스탈 팰리스(이하 팰리스)는 역사적인 FA컵 우승으로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그런데 구단주 존 텍스터가 역시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따낸 프랑스 리옹 구단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어 문제가 생겼죠. UEFA가 규제하는 다중구단소유규정 위반에 해당이 된 겁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한 구단주가 여러 클럽을 소유할 경우, 한 대회에는 클럽 순위가 가장 높은 한 구단만 출전 기회를 갖게 됩니다. 리옹과 크리스탈 팰리스를 비교하자면 리옹의 클럽 순위가 더 높죠. 이 규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던 한 구단이 이를 UEFA에 제소합니다. 이쯤되면 감이 오시죠? 바로 오늘의 주인공 포레스트입니다.

발끈한 팰리스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지만 애석하게도 기각됐습니다. FA컵을 우승하고도 한 단계 아래인 컨퍼런스리그에 나가게 된 팰리스는 억울할 만하겠죠. 그럼 그 빈 자리는 누가 차지했을까요. 바로 다음 순번인 포레스트입니다. 컨퍼런스리그 대신 유로파리그에 참가하게 된 포레스트는 재정적으로도 두 배 가까운 수익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경쟁자가 밀려난 자리에서 포레스트는 ‘승자의 이익’을 거머쥐게 됩니다. 팰리스 입장에선 배가 아플 겁니다.
포레스트의 협박에 무릎 꿇은 구단도 있습니다. 토트넘 핫스퍼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포레스트의 핵심인 모건 깁스-화이트 영입을 노렸습니다. "바이아웃 금액 6천만 파운드를 포레스트에 곧 지불할 것"이라며 영입을 대대적으로 발표하죠.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바이아웃은 맨시티, 아스널 같은 상위 클럽이 아닌 구단에만 설정된, 낮은 금액이었는데 토트넘이 이 금액을 어떻게 정확하게 알고 있었냐는 겁니다. 포레스트는 이를 “불법 접촉”이라 주장하며 프리미어리그에 공식 제소를 합니다. 또한, 기밀 유출과 관련한 법적 조치도 예고합니다.

토트넘과 예정돼 있던 깁스-화이트의 메디컬 테스트는 중단되었고, 깁스-화이트는 다시 포레스트 훈련장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과거 리버풀이 반 다이크를 영입하는 과정처럼 토트넘이 6개월 정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데려올 가능성도 있었지만, 토트넘이 당황해 머뭇거리는 사이,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역으로 깁스-화이트에게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잔류를 이끌어냅니다.
2025.07.31 - 이적 없었던 이적, 모건 깁스-화이트 이적 소동이 노팅엄에 남긴 것
어떠셨나요. 사실 포레스트가 불법을 저지른 건 없습니다. 하지만 툭하면 제소와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포레스트에 대해 다른 구단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법을 최소한의 버팀목으로 활용하는 '약자의 몸부림'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나만 아니면 돼' 식의 '사회 부적응'으로 봐야 할까요. 포레스트는 과연 프리미어리그라는 작은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