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을 향해 가고 있는 F1은 지금, 단순한 규정 개편을 넘어 정체성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더 친환경적이고, 더 효율적인 머신을 향한 변화는 분명한 시대적 흐름이지만, 그 과정에서 하나의 질문이 반복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여전히 레이싱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종목으로 변해 가고 있는 것인가"
이 질문을 가장 솔직하게 던진 인물은 포뮬러 원 4회 월드 챔피언, 막스 베르스타펜입니다. 베르스타펜은 최근 인터뷰에서 "새 규정이 드라이버들에게 직관적 레이스를 하지 못하게 만들고 차량을 절대적 한계까지 밀어붙이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그는 "미래를 결정하는 기준은 ‘즐거움’이며 새로운 규정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그간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F1을 떠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2026년을 기점으로 F1은 파워 유닛 규정을 대대적으로 바꿉니다. 전기 에너지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는데, 기존의 V6 터보 엔진 출력과 전동 출력이 거의 50대 50에 가까운 비율로 재편됩니다. 다시 말해, 배터리 출력은 기존보다 대폭 증가하고, MGU-H는 완전히 사라집니다. 이는 단순한 출력 변화가 아닙니다. 드라이버가 드라이빙 외에 가속 타이밍과 배터리 관리, 에너지 회수까지 신경써야 하는 급격한 변화를 의미합니다.
차체 콘셉트도 그라운드 이펙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변화합니다. 차량의 전체 다운포스를 줄이는 대신, 가변 윙 시스템을 통해 직선 구간에서의 최고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규정이 재설계되었습니다. 레이스의 양상 자체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베르스타펜의 우려는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2024시즌을 끝으로 레드불을 떠났다가 한 시즌 휴식 후 F1으로 복귀한 세르히오 페레즈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2026년을 앞둔 시즌, 신생 팀인 캐딜락과 함께 다시 그리드에 섰습니다.
페레즈는 현재의 F1을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변화'라고 표현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의 머신은 운전하는 감각보다 관리하는 감각이 더 강합니다. 코너 공략이나 브레이킹 포인트보다, 에너지를 얼마나 모으고 언제 얼마나 써야 하는지가 랩 전체의 승부를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은 바레인에서 베르스타펜이 내놓았던 거친 평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베르스타펜은 당시 새 규정을 두고 ‘포뮬러 E에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 같다’, ‘반(反)레이싱적이다’라고 거칠게 표현했습니다. F1이 점점 포뮬러 E와 닮아가고 있다는 공개적인 비판이었습니다.
페레즈는 아직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에너지 관리가 레이스의 중심이 될 경우 추월이 더 어려워질 수 있고, 경기 양상이 포뮬러 E와 유사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시즌 초반에는 각 팀과 드라이버가 파워 유닛 특성과 오버테이크 버튼 사용 타이밍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베르스타펜의 이러한 비판과 우려 속에서도 레드불 내부의 시선은 비교적 차분합니다. 팀 대표인 로랑 메키스는 새 규정으로 인해 베르스타펜이 F1에 흥미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해 시뮬레이터에서 베르스타펜이 느꼈던 불만은 실제 2026년 머신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모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메키스는 이번 규정을 팀과 엔진 제조사, 그리고 드라이버 모두에게 거대한 도전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난관을 돌파하는 과정 자체가 F1의 본질"이라고 강조합니다.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문제를 끝내 풀어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라이버가 한 단계 더 진화하는 것이 F1의 매력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에너지 관리와 기술적 디테일을 가장 빠르게 마스터하는 드라이버 역시 결국 베르스타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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