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8시즌 연속 우승에 가려져 있지만, 지금 분데스리가에선 클럽의 운명을 건 '마지막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SV 베르더 브레멘'과 'FC 하이덴하임 1846'의 승강 플레이오프. 브레멘은 분데스리가 최종전 'FC 쾰른'과의 경기에서 극적으로 기사회생(6대 1승), 1부 리그를 16위로 마무리하면서 강등을 피해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하이덴하임은 분데스리가 2부리그 3위를 확정해 1부리그 승격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베르더 브레멘은 39년간 1부 리그에서만 뛰고 있는 '잔류왕'이며, 하이덴하임은 6부 리그에서 시작해 1부 리그인 분데스리가 승격을 눈앞에 둔 동화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팀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지난 7월 3일(금) 3시 30분(한국 시각) 브레멘의 홈 구장인 베저 스타디온(Weser Stadion)에서 펼쳐졌다.
승부를 가리지 못한 1차전
하이덴하임의 프랑크 슈미트(Frank Schmidt) 감독은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올 시즌 줄곧 활용했던 포백 수비를 포기하고 수비적인 쓰리백을 들고 나왔다. 예상대로 홈팀 브레멘은 경기 시작 후 45분 동안 7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기회는 오히려 하이덴하임이 잡았다. 전반 25분 하이덴하임의 팀 클라인디엔스트(Tim Kleindienst)의 슛이 브레멘의 골대를 갈랐지만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갔다. 전반 30분엔 하이덴하임의 모리스 물타우프(Maurice Multhaup)가 브레멘의 페널티 박스로 침투해 케빈 세사(Kevin Sessa)의 슛을 도왔으나 골키퍼 지리 파블렌카(Jiri Pavlenka)의 선방에 막혔다. 브레멘은 밀로트 라시차(Milot Rashica)가 공격에 많은 관여를 했지만, 하이덴하임 골키퍼 케빈 뮐러(Kevin Müller)의 선방에 번번히 막혔다.
후반전에는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양팀이 공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홈팀인 브레멘이 점유율을 계속 높였지만 하이덴하임의 방어를 뚫기에 역부족이었다. 결정적으로 후반 시작 3분 브레멘의 주장 니클라스 모이산데르(Niklas Moisander)가 두 번의 경고를 받고 퇴장당하면서 경기 흐름이 뒤바뀌었다. 경기 막판 하이덴하임의 티모 비어만(Timo Beermann)이 결정적인 기회를 얻었지만 골키퍼에 막히며 경기는 0대 0 무승부로 끝났다.
FC 하이덴하임 1846은 어떤 팀인가
국내 팬들에게 생소한 도시인 하이덴하임은 독일 남부 바덴 뷔르템베르크(Baden Württemberg)주에 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북쪽으로 차로 한 시간 거리다. 팀명인 'FC 하이덴하임 1846'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클럽은 1846년에 설립되었다. 연도만 따진다면 영국에서 근대적인 축구조직이 생기기 20년 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축구클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 클럽이 아니라 지역 체조 클럽이었다. 제대로 된 축구클럽은 하이덴하임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기계회사 호이트(Voith)社 엔지니어들이 1910년에 조직한 'VfB 하이덴하임'이다. 그 후 1972년 팀명을 'TSB 하이덴하임'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이 클럽은 한 세기 넘게 독일의 하부 리그를 전전했다.
지금의 'FC 하이덴하임 1846'은 24개 종목이 결합한 하이덴하임 스포츠협회(Heidenheimer Sportbund)에서 2007년 축구 팀이 분리되며 새롭게 정비되었다. 하이덴하임은 호이트(VOITH)라는 독일 대기업을 배경으로 하지만 'TSG 1899 호펜하임'(SAS)과 'RB 라이프치히'(Red Bull)와 달리 큰 재정적 투자를 하지 않고 순위를 한 단계씩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덴하임은 2003/2004 시즌에만 해도 6부리그인 페어반츠리가(Verbandsliga)에서 경기를 했지만 곧바로 5부리그에 올라 1년을 보낸 뒤 2008년과 2009년에 연속 승격에 성공했다. 2부 리그에 올라선 후에는 나름의 견고한 위치를 확보했으며 마침내 구단 역사상 최초의 분데스리가 입성을 꿈꾸고 있다.
최장수 감독을 노리는 프랑크 슈미트 감독
하이덴하임의 드라마틱한 성공 뒤엔 프랑크 슈미트 감독의 지도력이 숨어있다. 그는 2007년 팀의 분리 과정이 마무리 된 후 곧바로 클럽의 감독에 올랐다. 그는 감독이 되자마자 5개의 '뷔르템베르크컵'을 팀에 안겼고, 지난 시즌 DFB컵 8강전에서는 최종 우승자인 바이에른 뮌헨(Bayern Munich)과의 치열한 9골짜리 승부를 펼치며 바이에른 뮌헨 팬들과 분데스리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하이덴하임은 DFB 포칼컵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 경기에서 치열한 공방전 끝에 4대 4 동점까지 만들었지만 막판 페널티킥을 허용, 5대 4로 패배하며 분루를 삼켰다.
하이덴하임이 고향인 프랑크 슈미트 감독은 FC 하이덴하임에서 주장까지 역임한 후 현역 커리어를 마쳤다. 은퇴 몇 달 후인 2007년 9월, 전 감독인 디터 마클(Dieter Märkle)이 사임하자 그가 임시 감독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팀을 맡은 지 1년 만에 팀을 5부 리그인 오버리가로 올리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여전히 팀의 감독 자리에 있다. 2011년 12월에 감독이 된 'SC 프라이부르크'의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Christian Streich) 감독보다 더 오래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다. 만약 하이덴하임이 분데스리가로 승격한다면 그는 유럽 5대 리그에서 '가장 오랜기간 한 팀을 이끄는 감독' 타이틀을 얻게 된다. 클럽의 CEO인 홀거 산발트(Holger Sanwald)는 슈미트가 원한다면 그와 평생 계약도 맺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양팀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은 7월 7일(화) 3시 30분(한국 시각) 하이덴하임의 홈구장인 호이트 아레나(Voith Arena)에서 펼쳐진다. 원정 다득점 경기이므로 원정에서 골을 넣지 못한 하이덴하임이 조금 불리하다. 하지만 브레멘의 주장 모이산데르가 1차전 퇴장으로 2차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변수가 될 것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베르더 브레멘의 잔류를 예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은 늘 빗나가기 마련이다. 국내 브레멘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하이덴하임이 분데스리가에 승격해 그들의 동화같은 이야기가 분데스리가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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