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콘텐토리 오리지널/NBA

루카 돈치치, 승리의 '메시아'가 되다.



“농구를 하면서 이런 기분을 느껴본 건 처음이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루카 돈치치가 24일(한국시간) LA클리퍼스와의 서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 4차전을 승리로 이끈뒤 플로어 인터뷰에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슈퍼스타’라는 호칭은 단순한 기록만으로는 가질 수 없는 특별한 네임이다. 시그니처 무브먼트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고, 중계 중간 중간 수도 없이 반복될 플레이오프 하이라이트 릴도 필요하다. 이 날 경기에서 돈치치는 그만의 특별한 폼으로 던지는 스텝백 3점슛을 역전 버저비터로 성공시키며 그의 말대로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루카 돈치치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슈퍼스타다.

▣ 승리의 ‘메시아’가 코트에 나선 밤


돈치치는 3차전 경기 중 당한 발목 부상으로 인해 4차전 출전이 불투명했다. 칼라일 감독은 경기 직전까지 스타팅 라인업을 공개하지 못했다. 그러나 코트에 그가 나서자 수 많은 와이드 비전에 비춰진 매버릭스 팬들은 ‘루카(성경 4복음서 저자 중 한명과 동명)’라는 그의 이름과 연관지어 마치 ‘메시아’의 등장에 열광하는 신도들처럼 비명을 질러댔다(엉뚱하게도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가 결장했다). 매버릭스의 경기 초반은 우울모드였다. 2쿼터 한 때 클리퍼스는 21점차로 경기를 지배했다. 클리퍼스의 루 윌리엄스, 레지 잭슨 등 벤치 멤버들 활약으로 인해 승부의 무게 추가 일찌감치 기우는 듯 했다.

▣ 3쿼터를 지배한 매버릭스


꽤 많은 점수차에도 불구하고 매버릭스의 트레이 버크, 세스 커리 등 롤 플레이어들이 준수한 슈팅 컨디션을 3쿼터까지 이어갔다. 발목부상이란 사실을 잠시 망각한(?) 돈치치가 존재감을 내뿜은 건 3쿼터부터. 본인의 13득점을 포함해 어시스트 기반 12득점까지, 총 25점을 생산해 낸 돈치치는 3쿼터에만 야투 성공률 86%의 효율을 보이며 클리퍼스와의 스코어 차이를 한 순간에 지워버렸다(3쿼터 35 대 19로 득실마진 +16점).

▣ 끝판왕 ‘아이스맨’ 카와이 레너드


매버릭스가 클리퍼스를 상대로 시리즈를 가져오기 위해선 카와이 레너드란 단단한 벽을 넘어야만 한다. 후반 접전승부가 되면 공격, 수비 코트 어디서나 나타나 클리퍼스를 원맨 팀으로 바꿔버리는 레너드는 이날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미들레인지 슈팅 효율로 매버릭스의 추격의지를 곳곳에서 끊어냈다(레너드 32득점, FG성공률 45.5%). 초접전 승부로 이어진 4쿼터 종료 5분을 앞두고 레너드는 돈치치의 전담 수비를 도맡았는데, 돈치치는 2분간 슈팅을 단 한개도 던지지 못했다. 레너드가 돈치치를 봉쇄하자 매버릭스 오펜스 코트는 ‘제발 나에게 공을 주지마’ 모드로 변모하며 얼어붙었고, 승부는 결국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이 때까지만 해도 승부의 분위기는 압도적인 클리퍼스로 기울었는데…

▣ 얼 빠진 폴 조지, 당신은 어디에?


누구 한 명만 도와줬다면 손쉬운 승리도 가능했던 이 날, 그 누구 한명이 도와주지 못했다. 그의 이름은 클리퍼스의 스타 폴 조지. 조지는 무려 45분간을 코트에 서 있었지만 단 9득점 필드골 성공률 21.4%라는 극악의 부진을 보였고, 4쿼터 승부처 슈팅 실패와 연장 접전 승부처에서 오픈 레이업슛을 놓치며 돈치치의 ‘슈퍼스타 탄생 나이트’에 일등 공신이 됐다. 얼빠진 폴 조지가 보여준 플레이오프 1라운드 지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클리퍼스는 2라운드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 ‘BANG’!! 승리를 확인한 외마디 비명


연장전에서도 리딩 체인지는 수차례 이뤄지면서 두 팀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130 대 132로 클리퍼스가 2점 뒤진 상황에서 작전 타임을 누른 닥 리버스 감독. 이어진 공격 상황에서 레너드는 더블 팀에 막혔고, 본능적인 감각으로 노룩(No-Look)패스를 마커스 모리스에게 연결해줘 모리스는 3점슛을 성공시켰다. 1점차 뒤진 상황 종료 0.7초 전, 접전승부 내내 루카를 괴롭히던 레너드를 수비수로 붙여 달고 던진 스텝백 3점슛. 캐스터의 ‘BANG’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경기는 그렇게 종료됐다.

돈치치가 이 경기서 성공시킨 승부를 결정짓는 버저비터는 NBA역사상 최연소 선수의 기록으로 남았다. 그리고 이젠 너무나 익숙한 그의 트리플 더블. 이날도 기록한 트리플더블은 좀 더 의미가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40득점 이상 동반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최연소 선수로 남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시리즈를 동률로 만들었지만, 매버릭스의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은 클리퍼스와 비교해 여전히 낮다. 그러나 4차전에 보여준 루카의 퍼포먼스가 남은 시리즈에서도 이어지고, 포르징기스가 건강한 몸으로 코트에 돌아온다면, 그리고 넋이 나간 폴 조지가 여전하다면. 스포츠에 ‘가정’은 말을 만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만약에 이렇다면 클리퍼스는 일찌감치 캘리포니아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