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한국시간) 휴스턴 로케츠(Houston Rockets)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Oklahoma City Thunder)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7차전에서 104대 102로 승리하며 2라운드로 진출했다. 이날 경기도 지난 경기들처럼 접전으로 이어졌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승부를 알 수 없는 혼돈이 이어졌다. 마지막 순간 로케츠를 승리로 이끈 것은 제임스 하든(James Harden)의 ‘수비’였다.
103대 102로 로케츠가 1점 리드한 상황. 경기종료 4.8초를 남겨둔 썬더의 루겐츠 도트(Luguentz Dort)의 회심의 3점 슛을 하든이 블로킹하며 로케츠를 위기에서 지켜냈다. ‘자동문’ 하든이라는 오명을 씻어내는 필사적인 수비였다. 썬더의 도트는 이날 팀 내 최다득점인 30득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슛감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3점슛만 6개를 성공(성공률 50%)시키고 있었기에 돌츠의 3점 오픈은 로케츠에게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든의 마지막 블록슛을 보니 오랜만에 보는 그의 전력 점프가 낯설기도 하면서 과거 비슷한 장면이 오버랩됐다.
하든의 팬들이라면 2016-17 플레이오프 2라운드 휴스턴 로케츠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5차전이 떠올랐을 것이다. 당시도 연장전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경기가 이어졌다. 경기 종료 직전 110-107로 스퍼스가 리드한 상황에서 하든의 회심의 3점 슛이 스퍼스의 마누 지노빌리에게 끝내기 블록슛하면서 패배했다. 스퍼스팬들에게는 짜릿한 승리였지만 하든에게는 치욕적인 순간이었다. 도트에게 끝내기 블락슛을 선사한 후 하든이 지른 포효는 승리와 더불어 과거의 치욕도 터는 포효였다.
하든이 결정적인 블록슛을 했지만 공격 면에서는 제 몫을 하지 못했다. 매치업 상대였던 신인 도트의 수비에 고전하며 17득점, 야투율 26.7%(4/15), 3점 성공률 11.1%라는 처참한 기록을 보였다. 로버트 코빙턴, 에릭 고든 등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는 팀 패배의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프레스룸으로 들어가야 했을 것이다.
하든은 ESPN과 인터뷰에서 “Offensively I felt like shit. 골도 못 넣고 실책만 했다. 나는 오늘 하지 말아야 할 짓들만 했다.” 라며 공격 부진을 인정하고 “하지만 팀원들이 내게 계속 자신감을 불어 넣었고, 나는 수비에서 역할을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해냈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한편, 도트는 이 경기에서 언드래프트 출신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그동안의 서러움을 벗어던졌다. 마지막 3점슛이 들어갔다면 더 드라마틱한 날이 될 뻔했지만, 같은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선배에게 해피엔딩은 저지당했다. 경기 내내 밀착수비로 하든을 괴롭힌 도트였지만, 마지막엔 오히려 하든의 수비에 막혀 승리를 놓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든은 경기 후 “도트는 정말 열심히 뛴다. 대학 시절부터 항상 그래왔고, 그에 대한 결과가 이제 실력으로 나타나는 거 같다. 앞으로도 좋은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썬더의 크리스 폴(Chris Paul)과 도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아프겠다. 이번 시즌 여러 트레이드를 통해 팀이 어수선해진 상황이라 썬더는 큰 기대가 없는 팀이었다. 'ESPN'은 시즌 시작 전 썬더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0.2%로 매겼다. 시즌 중반에는 크리스 폴 트레이드설까지 돌면서 기대치는 더 낮아졌다. 하지만 트레이드 희생양(?)으로 모인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은 합심해 팀 분위기를 재정비했고,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며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아쉽게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썬더의 이번 시즌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시즌이었다. 폴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1년 내내 열심히 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의심했지만, 우리 스스로는 의심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예상은 신경 쓰지 않았다. 매 경기 이길 거라 기대하고 우승할 것이라 생각하며 뛰었다"며 시즌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힘들게 2라운드로 진출한 로케츠는 LA레이커스와 5일 첫 경기를 가진다. 정규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휴스턴이 2승 1패로 앞선다. 현재 동부 2라운드에서는 정규리그 1위 밀워키 벅스가 마이애미 히트에게 2연패를 당하고 있다. 과연 휴스턴은 서부 1위 레이커스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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