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에른 뮌헨이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통산 6번째 빅 이어를 들었다.
PSG가 못 싸운 경기는 아니었다. 수비 전략, 역습 전술도 좋았다. 유효 슈팅은 3대 2로 뮌헨보다 더 많이 날렸다. PSG의 기세가 나빴다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PSG엔 노이어가 없었다.
경기 MVP는 결승골을 넣은 킹슬리 코망이었지만, 네이마르, 음바페, 마르퀴뇨스의 결정적인 슛을 방어한 노이어는 이 경기의 숨은 MVP였다.
적장인 토마스 투헬 감독도 노이어를 인정했다.
"우리에겐 나바스가 있다. 하지만 노이어는 다른 레벨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불행하게도 우리와의 경기에서 말이다"
비관론과 싸워 이긴 승리자
마누엘 노이어. 올해 나이 34세인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
사실 노이어에 대한 찬사가 아깝지 않은 건 그가 단지 빅이어를 들어올렸다는 것만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서 한물 간 선수로 전락했다는, 자신에 대한 비관론과 싸워 이겼다는 점 때문이다.
노이어를 향한 비관론이 싹튼 건 지난 2017년이었다. 당시 그는 다리 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노이어의 기량이 예전과 같지 않았고, 그를 기다린건 "한물 갔다"는 비판의 목소리였다.
그에 대한 비판에 불을 붙인 건 독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특히 대한민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무리하게 중앙선까지 볼을 끌고 나오다 볼을 빼앗기며 실점하자 노이어를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당시 노이어의 에이전트는 "부상 이후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나이가 들어 기량이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폄하하는 사람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칼 하인츠 루메니게 뮌헨 회장은 노이어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그는 "노이어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이자 우리의 영원한 주장"이라며 계약기간을 2023년까지 연장해 변함없는 신뢰를 나타냈다.
그리고 그는 결국 두번째 트레블의 주인공이 되었다.
'스위퍼 키퍼'의 창시자
8개의 분데스리가 타이틀과 2개의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거머쥔 노이어는 오랫동안 리그 내 최고의 골키퍼로 불려졌다. 무엇보다 포지션 파괴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스위퍼 키퍼'의 창시자로 추앙받음은 물론이다.
'스위퍼 키퍼'라는 용어는 2014년 브라질 FIFA 월드컵 이후 세계 축구 사전에 유효한 항목이되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노이어는 '골키퍼는 페널티 지역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관습에 정면 도전하며 팀 공격의 시발점이자 때로는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며 세계 축구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독일 국가대표 감독 요하임 뢰브는 그에 대해 "골키퍼의 역할을 재해석 했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사실 그의 전 소속팀인 샬케04 팬들에게 노이어의 그러한 활약은 이미 익숙한 장면이다. 그가 단순히 발재간이 좋은 골키퍼를 넘어 팀 공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골키퍼로 자리 잡은 것은 샬케04에서다. 믿기 힘들겠지만 노이어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샬케04 소속으로 156번의 분데스리가 경기 출전해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노이어가 필드플레이어 뒤에서 경기를 읽고 흐름을 정확히 볼 수 있기에 당시 샬케는 10명의 필드플레이어가 아닌 11명의 필드플레이어로 상대팀과 맞설 수 있었다. 그것은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다. 샬케가 2011년 DFB 포칼컵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때 노이어가 함께 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발기술에 재능이 있었던 노이어는 '스위퍼 키퍼'가 되기 위해 수년 간 자신의 장점을 갈고 닦았다. 위험한 패스를 클리어하기 위해 라인을 벗어나기 어려워 했던 그는 어느덧 쉽게 볼을 제어하고 종종 눈길을 끄는 페인트로 다가오는 공격수를 제치며 자유자재로 팀 동료에게 패스 플레이를 하게 되었다.
노이어의 능력은 수치상으로 입증되고 있다. 2019/2020 시즌 분데스리가 33번 출전해 84.9%(패스 시도 1,016회)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5위 안에 든 다른 클럽의 골키퍼들과 비교하면 노이어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 얀 좀머(묀헨글라드바흐, 80%), 피터 굴라시(RB 라이프치히 78.2%), 로만 뷔르키(도르트문트 74.7%), 루카스 흐라데키(레버쿠젠, 73.2%)
훈련이 일상이된 지독한 노력파
그를 이렇게 경이적인 선수로 만든 건 바로 그의 일상이자 루틴인 '훈련'이었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론도'를 할 때면 항상 참여한다. 론도란 한 두 명의 선수가 원의 중앙에 있고 원 주변 선수들이 원터치로 볼을 돌리면 원 안의 선수가 공을 빼내는 훈련이다. 바르셀로나 티키타카의 비결로 알려진 바로 그 훈련이다.
안드레아스 쾨프케 독일 골키퍼 코치는 "그는 3부 리그라면 필드 플레이어로도 쉽게 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바이에른과 독일의 전설 미로슬라프 클로제(뮌헨 수석코치)도 노이어에 대해 "나는 그가 분데스리가 2에서도 스트라이커로서 몇 골을 확실히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전 팀동료를 추켜 세웠다.
하지만, 노이어 자신은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실용적인 관점으로 설명한다.
"현대 축구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공을 되찾고 가능한 한 빨리 상대 팀 골문에 도달하는 게 전부다. 골키퍼로서 그렇게 하기 위해 나는 분명히, 좀 더 공격적인 스타일로 플레이해야 할 수밖에 없다."

노이어의 공격적인 재능이 집중적으로 부각되지만 그의 장점은 역시 안정감이다.
그는 올시즌 리그 최고인 15개의 클린 시트를 기록했으며, 커리어로 봐도 분데스리가 역사상 100회 이상 출전 선수 중 경기당 평균 1골 미만(0.77골)을 기록한 유일한 골키퍼로 기록된다.
노이어가 대단한 것은 그동안 퇴장을 한 번도 당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노이어가 주는 이러한 안정감은 그의 천부적인 공격 본능과 더해져 테어 슈테겐 등 독일 출신의 수많은 스타 골키퍼들을 제치고 뢰브 감독의 선택을 받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따라서 노이어가 3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소속팀인 뮌헨과 국가대표에서 아직도 주전 골키퍼의 최우선 후보로 꼽히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골키퍼, 스위퍼, 플레이 메이커, 도우미... 그를 표현할 적절한 용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가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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