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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토리 오리지널/MLB

이처럼 우울한 메이저리그 개막

2020 Opening Day



메이저리그가 개막한다. 여느 때라면 올스타전 축제를 한바탕 벌이고 달콤한 휴식기를 맞이하는 때 늦은 출발을 준비하는거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Opening Day’라는 단어가 가진 특유의 설렘을 안다.

근데 올핸 다르다. 모든게 어정쩡하고 초라하다.
일단 개막은 한다지만 날짜는 확정하지 못했다. 한국시간으로 24일이 될지 25이 될지 모른다.

야구장도 마음 놓고 못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온타리오 주에 홈구장 로저스 센터 사용 허가 신청을 냈지만 답은 얻지 못했다. 애리조나 주지사는 50명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을 내려 다이아몬드 백스는 체이스필드에서 야구 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시즌에 참가여부를 놓고 선수들의 의견차도 분명하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한 경기라도 더 뛰어야 할 선수가 있는가 하면 가족의 건강을 걱정해 단 한 경기라도 뛰지 않겠단 선수도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에서만 15시즌동안 선수생활을 이어온 프랜차이즈 스타 라이언 짐머맨은 “내 가족중엔 고위험군인 노모와 자녀가 셋이다. 가족을 위해 올 시즌은 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팀 동료 조 로스도 뜻을 같이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발투수 마이크 리크, 콜로라도 로키스의 이안 데스먼드도 같은 이유로 시즌을 포기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선수가 시즌 포기를 발표할지 알 수 없다. 리그를 상징하는 스타들이 보이콧을 선언하면 시즌 판도 자체가 흔들릴 여지가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시즌 중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리그사무국은 보건당국과 협의해 감염자의 이름 공개를 하지 않는 안을 놓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비틀어 해석하면 병에 걸린 사람을 숨겨서라도 시즌을 이어가겠다는 건데, 우호적 여론을 만들수 있을진 모르겠다.

그 와중에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터너 스포츠와 역대 최고 수준의 플레이오프 중계권료 협상에 성공했다. 세계 최고의 야구리그가 만들 가을에 돈 잔치는 준비됐지만 마이너리그는 시즌 자체를 지웠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 경기는 없고 내년도 장담할 수 없다. 짧고 타이트한 일정 탓에 각 구단은 선수 풀을 확대 개편해 시즌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마이너리거들이 이 기회를 잘 잡길 바랄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들이 올해 야구를 보여줄 기회는 없다.

봄부터 급속도로 퍼진 전염병 때문에 개막이 늦춰지다 ‘돈 더달라, 더 못준다’는 싸움으로 번진 개막 논쟁은 이제 끝났지만 팬들은 개막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마음을 돌릴 수 있는건 결국 경기 밖엔 없다. 4만명을 채울땐 부러웠던 메이저리그 그 큰 야구장이 무관중 텅빈 채로 초라한 민낯을 드러내면 어떨지. 사무국의 똑똑한 디지털중계 ‘승부수’가 팬들의 마음을 돌려야 할 테다.

어쨌든 야구는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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