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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 | EPL/Aston Villa FC

잭 그릴리쉬... 유흥형 미드필더의 환골탈태

by 더콘텐토리 2020.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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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리쉬는 경기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이자 큰 경기에서 더 돋보이는 빅게임 플레이어다"

 

토트넘의 레전드이자, 아스톤 빌라 전 감독 팀 셔우드(Tim Sherwood)는 지난 1월 9일 레스터 시티와의 리그컵 준결승 경기 후 팀을 결승에 올린 잭 그릴리쉬(Jack Grealish)에 대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스톤 빌라 감독 시절 사생활 문제로 잦은 물의를 일으킨 잭 그릴리쉬에게 속 꽤나 끓였을 팀 셔우드이지만 오랜 부진을 씻고 톱 클래스 반열에 오른 애제자의 모습에 미소를 감출 수 없었던 모양이다.

폴 개스코인(Paul Gascoigne)을 연상시키는 담대하고 출중한 실력에도 ‘웃음 가스’를 흡입하고 음주 후 길바닥 취침도 마다하지 않는 기행 때문에 ‘유흥형 미드필더‘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선수. 악마의 재능 잭 그릴리쉬가 부활하며 잉글랜드를 넘어 전 유럽의 주목을 끌고 있다.

 

잭 그릴리쉬의 어린시절

 

잭 그릴리쉬는 1995년 9월 10일 잉글랜드 중부 버밍엄에서 태어났다. 잭 그릴리쉬의 가족은 아일랜드계 부모님과 잭 그릴리쉬, 남동생 한 명 그리고 여동생 두 명이다. 그의 가족 6명은 모두 아스톤 빌라의 열렬한 팬이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관심이 많았던 잭 그릴리쉬는 6세에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아스톤 빌라에 입단한다. 아스톤 빌라 입단 후 단 한 번도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하지 않았으니 뼛속까지 ’빌라맨‘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어린시절 가장 좋아했던 아스톤 빌라 스타는 공격형 미드필더 폴 머슨(Paul Merson)이었다. (아래는 잭 그릴리쉬(왼쪽)와 그의 사촌 션 밀스(Sean Mills)가 폴 머슨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잭 그릴리쉬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축구재능으로 영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2년 불과 16살의 나이로 프리미어리그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 후 2013/2014시즌 노츠 카운티(Notts County F.C.)에 1년 간 임대되어 37경기 출장에 5골을 기록하는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다. 그 때 그의 나이가 17세다. 2014/2015시즌 소속팀인 아스톤 빌라로 복귀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경기력을 인정받아 주전으로 도약한다.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아스톤 빌라를 프리미어리그에 잔류시키는 데 1등 공신이 된다. 잭 그릴리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초특급 유망주로 급부상하게 되지만 곧 그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흥형 미드필더

 

위에서 언급했듯이 잭 그릴리쉬는 영국 현지에서 악마의 재능이라고 평가받는다. 그 이유는 바로 그의 기행과 사생활 때문이다. 앞서 ‘웃음 가스’인 이산화질소를 흡입하거나 음주 후에 길바닥에 누워 취침한 사건을 차치하고라도 2015/2016시즌 빌라가 프리미어리그 강등위기에 처한 시기 맨시티에 4대 0으로 패배한 날 밤에도 클럽에서 유흥을 즐긴 사실이 들통나 2군 통보를 받은 적도 있다.

결국 다시 돌아왔지만 팀은 강등되고 만다. 공교롭게도 이 시즌 잭 그릴리쉬가 출전한 16경기에서 빌라가 모두 패하면서 특정 선수 출전시 최다 연패 기록을 세운다. 아스톤 빌라의 강등이 온전히 잭 그릴리쉬의 탓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였기에 그의 영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그 이후 잭 그릴리쉬는 같은 나이대의 선수들보다 성장이 뒤쳐졌고 그가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했던 팬들도 하나 둘 기대를 접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부상과 성숙해진 멘탈

 

2017/2018시즌 그의 축구 인생에 있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사건이 발생한다. 시즌 시작에 앞서 치러진 왓포드(Watford)와의 친선 경기에서 잭 그릴리쉬는 큰 부상을 입는다. 팀 동료였던 왓포드 미드필더 톰 클레버리(Thomas William Cleverley)와 헤딩볼 경합 과정에서 생긴 충돌로 그의 신장은 두 개로 쪼개졌다. 의사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심한 부상이었다. 그는 일간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신장을 걷어차였는데, 그게 두 부분으로 찢어졌다. 체내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쳤다. 살면서 느껴본 최악의 고통이었다"며 그 때의 고통을 생생히 밝혔다.

그의 재활을 도운 건 스티브 브루스(Steve Bruce) 감독이었다.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잭 그릴리쉬가 병원에 있을 때 두 번이나 직접 그를 찾았고, 그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서 이틀에 한 번씩 영상통화를 했다. 잭 그릴리쉬는 “그런 일이 있고나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결승골을 넣는다면 그에게 바치겠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약 석달 가량의 부상치료에서 돌아온 잭 그릴리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멘탈이 한층 단단해져 돌아온 그는 숨겨뒀던 그의 재능을 펼치기 시작한다.

 

팀에서의 영향력

 

아스톤 빌라는 잭 그릴리쉬의 원맨팀이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 조차 부진하던 아스톤 빌라는 잭 그릴리쉬가 정강이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다. 스완지 시티와의 복귀전 포함 10경기를 내리 이겼다. 잭은 부상으로 12월 15일부터 2월 말까지 총 13경기를 결장했는데 이 기간 빌라 성적은 2승 7무 4패였다. 하지만 그가 복귀한 후 시즌 마지막까지의 13경기에서는 1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잭 그릴리쉬가 없을 때의 승률은 15%였지만 그가 복귀한 이후 승률은 85%까지 치솟았다. 결국 더비 카운티와의 플레이 오프에서도 승리하며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한다.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이번 시즌도 그는 7골 6도움(31경기 출전)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그의 공격 포인트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잉글랜드 선수는 많지 않다. 기록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아스톤 빌라의 공격은 잭 그릴리쉬에 의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유 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감아차기 골, 사우샘프턴 전의 발리 골 등은 아스톤 빌라가 승점을 챙기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 스타일과 약점

 

잭 그릴리쉬의 볼 소유 능력과 테크닉은 프리미어리그 최고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다. 그가 갖고 있는 축구 센스와 지능은 현재 주가가 치솟고 있는 레스터 시티 제임스 매디슨(James Maddison)과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공격포인트에서는 잭 그릴리쉬가 앞서지만 경기 조율능력에선 제임스 매디슨이 앞선다고 평가받는다.

 

* 잭 그릴리쉬 : 31경기, 7골 6도움, 경기당 39.35 패스, 크로스 성공률 21%

* 제임스 매디슨 : 31경기, 6골 3도움, 경기당 47.52 패스, 크로스 성공률 27%

 

기록적인 면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선수의 완성도와 결정력면에서 잭 그릴리쉬가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두 선수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리그 컵 준결승에서 아스톤 빌라가 레스터 시티에 2대 1로 승리하면서 잭 그릴리쉬의 간접적인 우위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잭 그릴리쉬도 피지컬적인 면과 체력적인 부분은 약점이다. 전반과 후반을 비교해 보면 기동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잭 그릴리쉬는 빌라 공격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부족한 기동력은 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또 생각보다 잦은 부상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기이한 사생활도 잭 그릴리쉬의 발목을 잡을 잠재적 문제점이라 평가 받는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스카이 스포츠 해설가였던 앤디 그레이(Andy Grey)는 잭 그릴리쉬가 아스톤 빌라를 결국 떠날 것으로 봤다. 그는 “잭 그릴리쉬와 그의 가족들이 열렬한 빌라 팬인 걸 안다. 또한 그가 이 클럽에서 주장으로서 플레이하는 데 만족하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도 이제 24살이다. 시즌이 끝나면 그도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8월에 그는 빌라 파크(Villa Park)에 있을 것 같지 않다”며 그의 이적을 점쳤다. 실제로 그는 많은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6일 영국 일간 ‘미러’에 따르면 잉글랜드 대표팀 승선이 유력한 잭 그릴리쉬를 스페인의 양강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까지 주시하고 있다.

물론 가장 유력한 곳은 맨유다. 영국 일간 ‘더 선’은 잭 그릴리쉬가 “아스톤 빌라를 떠난다면 맨유로 가고 싶다”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맨유 역시 그릴리쉬를 원하고 있다.

손흥민의 토트넘도 잭 그릴리쉬의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토트넘의 관심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여름 이적료 2500만 파운드(약 380억원)에 그릴리쉬의 영입을 노렸으나 아스톤 빌라에 거절당했고, 2019년에도 한 차례 더 영입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스톤 빌라는 현재 승점 27점으로 강등권 경쟁에 있지만 최근의 눈부신 활약으로 잉글랜드 대표팀 승선까지 거론되는 잭 그릴리쉬를 지켜보는 것도 경기를 관전하는 중요 포인트이자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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