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미국 동부 시간 기준으로는 15일 저녁), 브레이킹 뉴스가 떴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대형 트레이드입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파엘 데버스(Rafael Devers)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자이언츠는 데버스를 데려오는 대가로 즉시 전력감 투수 두 명을 내어줍니다. 카일 해리슨(Kyle Harrison)과 조던 힉스(Jordan Hicks)입니다. 또 마이너 유망주 제임스 팁스(James Tibbs)와 호세 베이요(Jose Bello)도 보스턴으로 떠납니다.
레드삭스는 펜웨이파크 주말 3연전에서 양키스를 상대로 스윕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5할승률 플러스1 마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LA에인절스와의 서부 원정시리즈를 위한 긴 여행을 준비하던 때 이 트레이드 소식은 공식 발표됐습니다.
자이언츠는 16일 다저스와 ‘선데이나잇베이스볼’을 치렀습니다. 이 게임, 자이언츠 선발투수로 내정된 선수가 카일 해리슨이었습니다. 게임 시작을 불과 몇 분 앞둔 상태에서 전격적인 트레이드 소식이 발표됐습니다. 선발투수도 해리슨에서 션 젤리(Sean Hjelle)로 갑자기 바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데버스는 레드삭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습니다. 팬들은 그에게서 ‘빅 파피(데이비브 오티스)’의 향수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레드삭스는 데버스와 10년짜리 장기 계약을 맺고 동행을 결심했었습니다. 3억3350만달러 규모의 계약입니다. 하지만 알렉스 브레그먼을 영입한 시점부터 선수와 팀간의 긴장감은 팽팽해져왔습니다. 데버스는 레드삭스에서 뛴 9시즌 내내 팀의 3루수였습니다. 그러다가 올스타, 골든글러버 알렉스 브레그먼 영입이 확정되자 팀은 데버스에게 “지명타자를 맡아달라” 요청했습니다. 자존심이 구겨질 상황이긴 했습니다. 데버스는 이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내 받아들였습니다.

야구 선수들에겐 한 시즌을 소화하는 각자의 루틴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컨디션은 물론 체중과 근육량 관리까지 포지션에 따라 계획표가 달라집니다. 데버스 같은 슈퍼스타급 선수들에겐 이 루틴이 무엇보다 중요할겁니다. 어쨌든 3루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바뀐 계획표를 들고 데버스는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5월에 접어들면서 팀의 1루수 트리스톤 카자스(Triston Casas)가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습니다. 구단에선 데버스에게 또 힘든 부탁말을 던졌습니다. “1루수를 맡아달라.” 데버스는 발끈했고 강력하게 저항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팀과 데버스는 분명한 갈등관계에 들어섰습니다. 구단주 존 헨리가 데버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레드삭스가 원정을 떠난 캔자스시티까지 날아가 그를 만났습니다. 이 날 이후 데버스는 “다 지나간 일”이라고 했습니다. 팀과의 불편한 상황도 일단락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갈등은 잠시 덮여져 있었을 뿐 해결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이언츠는 슈퍼스타를 영입하기 위해 몇 시즌 내내 노력해왔습니다. 오타니 쇼헤이, 애런 저지, 카를로스 코레아, 지안카를로 스탠튼, 브라이스 하퍼까지. 자이언츠가 계약을 시도한 슈퍼스타들 명단입니다. 하지만 이 중 한명도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없습니다. 또 자이언츠는 2004년 베리 본즈 이후 시즌 30홈런 이상을 쳐낸 거포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데버스는 이 갈증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플레이어입니다.
데버스는 이번 시즌 73경기를 뛰었고 성적도 좋습니다. 모두 지명타자로 뛰고 있는 이번 시즌 OPS가 9할을 넘었습니다. 홈런도 15개 타율은 .27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년 양키스에서 뛴 후안 소토와 비슷한 페이스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돈 걱정을 해야 합니다. 자이언츠는 슈퍼스타를 데려오는 일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두둑한 지갑을 마구 써댔습니다. 맷 채프먼에게는 6년 1억5100만달러를 인겼습니다. 윌리 아다메스에게도 7년 1억8200만달러를 썼습니다. 이정후 선수에게도 6년 1억1000만달러 이상을 쐈습니다. 여기에 데버스에게 지불해야 할 돈 3억달러가 쌓였습니다.

자이언츠가 내준 선수 중에 가장 돋보이는 이는 카일 해리슨입니다. 23세에 불과한 그는 작년시즌 빅리그에 데뷔했습니다. 팀에선 그를 매디슨 범가너 이후 최고의 좌완투수 유망주로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퍼포먼스가 단점으로 지적받았습니다. 올해는 저스틴 벌랜더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선발투수 기회를 얻었습니다. 벌랜더는 곧 로테이션에 합류합니다. 이에 따라 해리슨도 다시 불펜으로 보직 이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습니다. 해리슨의 장점은 우선 어린 나이입니다. 발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회전수가 높은 패스트볼이 주무기입니다.

힉스는 올해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부진을 이유로 불펜으로 보직 변경됐습니다. 지금은 발가락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그를 선발투수로 고쳐쓰려 애썼지만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자이언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100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습니다. 레드삭스가 그에게 어떤 포지션을 맡길지는 모르겠습니다.
단기적으론 자이언츠에게 큰 이익이 남는 거래 같습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이언츠가 그토록 기다려온 거포 스타플레이어를 품에 안았습니다. 이정후 선수의 뜨거운 관심과 함께 라파엘 데버스 이름도 국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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